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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장소섭외, 모델섭외, 촬영, 편집, 마케팅까지... 마케팅회사에 PD로 재직할 당시 나의 선배가 하던 업무다. 9시 출근에 6시 퇴근이라는 근무시간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는 아침 6시에 퇴근해 씻고 옷을 갈아입고 다시 9시까지 출근한다. 우스갯소리로 저녁 6시 퇴근이 아니라 06시 퇴근이라며 정직한 회사라고 농담도 한다.

선배는 가끔 내게 "이렇게 일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 하며 쓴웃음을 지어 보이곤 했다. 나 역시 방송사에서 근무할 때 종종 느꼈던 생각이다. 남들처럼 일하고 싶어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해보았지만 내가 잘하는 직무는 물론이거니와 잘 못 하는 직무까지 배워서 잘해야만 했다. 그런 부담이 늘 심장을 조여 왔다.

선배는 일주일에 10시간도 못 잔다고 했다. 기한이 다가오면 그 안에 끝내야 하고, 업체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 재촬영에 들어가야 하거나 혹은 추가 편집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라고 했다. 연애는 엄두도 못 낼 지경이라고 했다.

어쩌다 운 좋게 여자 친구라도 생기면, 평일에 못다 한 데이트를 주말에 몰아서 하다 보니 휴식은 남의 얘기라고 했다. 장가라도 가볼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보지만 결국 그녀는 그녀와 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렇다 보니 연애는커녕 이성과는 엮이기 않으려고 했다. 연애 안 하고 결혼 안 하고 사는 것이 모두를 위해 도와주는 거라며 도 닦는 스님이라도 된 양 웃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까지 일했었다. 커피를 마시고 마셔도 쏟아지는 잠과 씨름하던 그는 잠시 어지러워 편집하다 눈 좀 붙이겠다고 하더니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이제 와서 그의 죽음이 안타까운 건 그는 그런 삶을 '당연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광고회사는 다 그래."
"그래도 이 정도 월급이나마 받을 수 있는 게 영광이지."
"나는 그나마 편하게 일하는 편이야."

그의 말을 듣고 있자면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은 있었지만 딱히 도와줄만한 방법이 없었다. 나 역시도 일에 굶주리거나, 진짜 굶주렸으니까.

최근 4차 산업이 대두됨에 따라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한 편리한 업무환경이 조성되었다. 창작자들을 위한 사이트도 생겨났는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출퇴근도 필요 없고, 문화·예술 등 창작에 특화된 전문가를 한 곳에 모아둔 사이트기 때문에 '누구를 어떻게 섭외할까' 머리 싸매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나처럼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부터, PD, 마케터, 웹 디자이너 심지어는 방송인, 개그맨, BJ까지. 사이트에 일거리가 등록되고, 원하는 일거리는 클릭해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출퇴근은 물론이거니와 얼굴을 대면할 필요도 없다. 노메이크업에 슬리퍼 질질 끌고 나가 커피숍에서 노트북 두드리며 클라우드 환경으로 회의도 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건, 내가 편한 시간에 딱 내 업무만 하면 된다.

5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선배의 음성이 들리는 하다.

"요즘은 일하기 편하지? 별게 다 생겼네."

선배가 꿈꿔왔던 세상은 실현되었다. 더 나은 근무환경, 효율적인 업무를 통해 더 나은 세상, 더 밝은 미래가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태그:#4차산업, #클라우드 환경, #효율적인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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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서 소소하게 작가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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