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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9일 오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 나들목 인근에서 광역버스와 승용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대원과 경찰이 구조 및 사고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2017.7.9 [독자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9일 오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 나들목 인근에서 광역버스와 승용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대원과 경찰이 구조 및 사고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2017.7.9 [독자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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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사고에 이어, 지난 9일 경부 고속도로 양재 부근에서 버스 운전노동자의 졸음운전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운전 노동자들의 과로와 장시간 노동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

운전 노동자들의 과로는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다. 2013년 전주와 경기 시내버스 운전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실태 조사를 수행한 적이 있다. 격일제로 근무하는 시내버스 운전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2013년 이미 '초장시간'이었다.

"하루 20시간 일하는 것 중에 핸들에 앉아 있는 시간이 16시간, 17시간에서 18시간 정도 돼요. 그 나머지 두 시간이 대기 시간이나 식사하고 이런 시간인데, 17~18시간 의자에 앉아 있으면 허리가 무지하게 아파요... 피로의 누적이죠, 피로의 누적." (2013, 경기 시내버스 운전 노동자)

"매일 배차가 틀리니까 출근 시간도 틀리지만 거의 규정시간에 다섯 시 좀 넘어서면 거의 다 나옵니다. 모든 직원들이. 그리고 빨리 끝나야 (밤)10시고 늦으면 12시도 됩니다." (2013, 전주 시내버스 운전 노동자)

당시 조사에서 전주 시내버스 운전자들이 주관적으로 답변한 근무 시간은 하루 17시간 50분, 회사 측 기록인 운행일지를 분석해도 하루 근무시간은 16시간 50분이었다. 응답자의 60%가 업무 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항상 지친다고 답했다. 7점 척도 피로도 설문조사(Fatigue Severity scale) 결과, 응답자의 55%가 고도 피로군에 속하였다. 전주에서도 경기에서도 연구진은 연구 결과 및 제언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격일제 교대제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운전 9시간, 급격히 나빠지는 반응 속도

그 사이 2014년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송파구 버스 사고가 있었다. 운전자가 그날 18시간째 일하고 있었다는 점이 밝혀졌지만, 그 뒤에도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하루 장시간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격일제 교대제는 조사를 했던 경기와 전주에서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2015년 한국노총과 가톨릭대학교가 서울과 경기 시내버스 운전노동자들을 조사해 보니, 1일 2교대 하는 서울 시내버스에 비해 격일제 근무하는 경기 시내, 경기 광역버스가 운행 중 졸린다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오후 운행이나 저녁 운행 시에 그 차이가 매우 컸다. 서울 시내버스 운전자 중 오후에 매우 졸리다고 답한 비율은 2.2%. 경기 시내버스 운전자 중에는 30%, 경기 광역버스 운전자 중에는 38%가 오후에 매우 졸린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는 노동자들의 집중도 검사도 실시했다. 1일 2교대제 하는 노동자들은 집중도 검사에서 반응시간의 변화가 뚜렷하지 않았으나, 격일제 노동자들은 운전을 시작한 지 9~10시간이 경과하면, 그 이후로 반응 시간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반응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반응속도가 급격히 감소하고 집중도가 급격히 저하된다는 의미이다. 하루 운전 시간을 제한해야 하는 이유다.

근로시간 제한 특례 축소에도 빠져 있던 운수업

그 사이, 이번에는 봉평터널에서 졸음운전으로 발생한 사고로 네 명이 숨졌지만, 역시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올 3월 버스와 트럭 등 대형 차량 운전자는 4시간 연속 운전하면 최소 30분 쉬어야 한다는 의무 휴식 규정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만든 게 유일하다. 하지만 운전자의 피로에 가장 중요한 하루 운전 시간제한이 없고, 한 번 운행이 3시간 이내인 시내버스나 광역버스 기사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야 할 책임은 사업주에게 있는데, 쉬지 못한 버스 기사도 처벌 대상이다.

운수업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묶여, 주 52시간 근로시간 제한도 적용받지 않는다. 격일제로 일하면 하루 노동시간은 길지만, 근무 날짜가 줄어들어 주당 노동시간이나 월간 노동시간은 비슷할 것 같지만, 이것도 착시다. 인력이 부족하니 사정이 생긴 동료를 대신해 연달아 3일 일하고, 임금이 적어 연장 근무 수당을 받기 위해 연달아 3일 일한다. 이번 사건의 운전노동자 역시 연달아 4일, 매일 16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시간 운전 노동자들은 운수업을 근로시간 특례 업종에서 빼달라는 요청을 하고, 근거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하고, 제도를 바꾸기 위한 투쟁을 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도, 대통령 공약은 '노동시간 특례업종과 제외업종' 폐지가 아니라 축소였다. 정부가 남겨놓는다는 10개 업종에 운수업이 포함돼 있었다.

인간다운 노동을 위해, 근로시간 특례와 적용 제외 폐지

사고 이후에도 운수업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빼야 한다는 얘기보다 '전방충돌 경보장치'나 '자동 긴급제동장치'를 의무화한다는 얘기가 먼저 나오는 점은 우려스럽다. 자율주행 기술을 이야기하기 전에 졸음운전을 초래하는 과로를 줄이는 게 먼저다.

이건 운수업 이외의 업종도 마찬가지다. 운수업과 같은 근로시간 특례 업종(근로기준법 59조)에는 의료업도 포함된다. 운전과 마찬가지로 의료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피로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미국에서 전공의 근무 시간을 줄인 뒤, 병원 내 급성 심근경색사망률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많다.

고령 노동자가 많은 경비 노동은 신체적 부담이 적은 감시 업무라며,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관련 규정에서 모두 제한된다(근로기준법 63조 해당). 24시간 맞교대로 일하는 경비 노동자는 일주일에 65시간 정도 넘게 일한다. 좁은 경비실에서 불편하게 자는 시간은 노동시간에 넣지 않는데도 그렇다. 과로사 인정 기준이 주당 평균 60시간 근무다.

이번 사고의 교훈은 운전 노동자의 노동시간 규제에 머물지 않는다. 장시간 노동으로 유지되는 한국 사회 전반의 노동시간 체제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죽을 만큼 일해야 하는 사회는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가 아니다. 8시간 일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살면서도, 당장의 급여를 걱정하지 않는 사회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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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최민 기자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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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