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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초입에 있다.
 시장 초입에 있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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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생긴 날, 훌쩍 나가고 싶은데 꾸미고 다니기는 싫고…. 그렇다고 어디에 쭉 있기보다는 잠깐의 기분 전환이 필요한, 딱 그런 날엔 빵을 사러 돌아다녀 보는 건 어떨까?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듯 베이커리도 개성 넘치는 곳이 많아져, 골라 다니는 재미가 있다. 심지어 식당처럼 혼자 들어가는 걱정도 필요 없고, 그 자리에서 뭘 꼭 먹을 필요도 없다. 그저 부담 없이 출발해 보자.

빵이라고 하면 널리 알려진 이미지가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나름 포만감 있는 간식인데, 특히 단팥빵, 소보로빵, 꽈배기 같은 건 이미 질리도록 추억 팔이 되고 있는 아이템이다. 흔하다면 흔하지만 이런 단과자 빵이 은근 끌릴 때가 있게 마련. 그런 간식을 구하러 동네 재래시장으로 나서본다.

 재래시장 빵집이다.
 재래시장 빵집이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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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재래시장이냐고? 사실 요즘 빵 값이 만만하지가 않다. 하다못해 모 파란간판의 대형 체인점만 가 봐도 돈 만원으로 살 수 있는 빵이 많지 않으니... 그렇다고 마트의 공장제 느낌 물씬 나는 빵이 끌리지는 않는다. 점점 사라지는 추세였던 재래시장은 대형마트의 좋지 않은 이미지 + 나름의 정부 정책에 힘입어 어느 정도 활기를 띠고 있다. 허름하다는 인식과 다르게 규모가 큰 곳은 제법 깔끔한 편이고.

이번에 갈 곳은 양천구의 신곡시장. 주변으로 목동의 남부시장, 화곡동의 까치산 시장 등등 거대한 시장들이 많고 또 빵집도 많다. 보기엔 다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 오래된 세월의 노하우가 묻어난다. 한 땐 그 빵집들의 맘모스빵, 국진이 빵 비교하는 재미에 빠져 재래시장을 이 잡듯이 돌아다닌 것도 나만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아무튼 그 중에서도 신곡시장의 빵집 이안베이커리는 일반적인 재래시장 빵집과는 약간의 차이를 지니고 있어 눈에 띄는 곳.

 빵이라는 빨간 글씨는 사람을 설레게 한다.
 빵이라는 빨간 글씨는 사람을 설레게 한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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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빵'이라고 쓰여진 익숙한 빨간 간판이 보이는데, 일반적인 시장빵집이 단순히 매대에 빵을 진열해 놓고 드러난 공간에서 판매를 하지만 여기는 거기서 조금 더 커져 나름 윈도우 베이커리(매장형)의 형태를 한 빵집이다. 물론 이곳도 08년 처음 오픈할 무렵에는 작은 자리에서 비닐천막을 치고 팔던 곳이었다고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인아주머니께서 웃는 얼굴로 반갑게 인사해주시고, 귀여운 이름이 붙어 있는 빵들이 눈에 들어온다.

빵을 만드시는 아저씨와 판매하시는 아주머니 그리고 이런저런 일을 돕는 따님 세분이 운영하는 가게. 신제품이 은근히 자주 나와 갈 때마다 혹 뭐가 나왔는지를 먼저 살피게 된다. 그런 빵들에 붙어있는 깜찍한 이름들은 아마 따님의 아이디어일 텐데, 따님께선 어르신 분들이 하기 힘든 블로그라던가 SNS를 이용해 가게 일을 도우시기도 한다. 이런 요소들이 겹쳐져서일까, 가게엔 들어서자마자 기분 밝아지는 생기가 흘렀고, 재래시장의 기운이 무겁지 않게 통통 튀는 느낌으로 바뀌어 다가왔다.

 친숙한 스타일의 빵이다.
 친숙한 스타일의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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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간 이날은 휴일 다음날인 월요일이라 빵이 다 나와 있지는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사진 찍는다고 했을 때, 주인아주머니께서 아쉬워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알차고 친숙한 그 빵들이 풍성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쓱 둘러보면 입구의 과자류부터 피자빵류, 식빵류, 크림빵, 도넛, 단팥빵 등등이 보이고 이 집만의 메뉴들도 눈에 들어온다.

빵이 전체적으로 보기에도 깔끔한데, 실제로 맛도 다른 시장의 빵들보단 기름기가 적고, 단맛도 강하지 않다. 특히 조리빵(피자빵이나 고로케류)는 집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듯 한 느낌도 들었고. 보통의 시장 빵집 빵이 가격이 저렴한 것에 비해 먹고 나면 다음날 속이 더부룩하다거나, 위생 등에서 아쉬운 경우가 많은 걸 생각해보면 '여기는 믿고 먹어도 되겠구나'하고 안심이 든다. 물론 이집의 빵이 속재료가 어마어마하게 들어 가성비로 밀어붙인다거나 시장 빵을 넘어서는 값비싼 외국의 재료, 독특한 기술을 사용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익숙한 빵맛, 그 우리가 아는 맛을 맛있게 그리고 정직하게 만들어낸다는 데에서 다른 곳과는 다른 차이점이 만들어진다.

 시장엔 다양한 빵들이 기다리고 있다.
 시장엔 다양한 빵들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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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시장 빵들 중 특히 좋아하던 게 하나쯤은 있을 텐데, 내 경우에는 이 빵집의 에그 타르트와 큼직한 칠리고로케를 특히 좋아하는 편이다. 방문한 날은 아쉽게 에그타르트가 품절 인 듯 했지만, 적당히 달면서도 촉촉한 필링, 바삭한 타르트지의 맛이 여느 번화가의 고급 베이커리에서 먹는 타르트보다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밖에도 소소하게 간식거리가 될 빵들을 골라서 계산을 하다보면 '이렇게 사도 요정도 밖에 안 나오네'라는 생각이 살짝 드는 게 재래시장에 온 보람이 있구나 싶다.

제법 묵직해진 빵 봉투를 들고 시장을 가로지르면 역시 젊은 분들보다는 노인분이 많은 시장의 모습이 보인다. 물론 남자는 더더욱 없고. 나 역시도 시장에서 무언가를 산다는 게 빵 말고는 아직은 어색하지만, 구경도 하면서 또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장도 볼 겸 시장 나들이는 애매한 휴일의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구입한 빵을 시장 구경하는 중에 하나 둘 까먹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아직은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진하게 뿜어져 나오는 곳은 역시 시장이 아니겠는가.

 먹음직한 호두타르트
 먹음직한 호두타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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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부터는 사온 빵들 중 일부를 소개하려고 한다.

호두타르트는 간식으로 먹기에 딱 좋으면서도 은근 도톰한 편인데, 겉은 호두로 속은 계란이 들어간 필링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아삭한 호두의 고소하고 살짝 쌉싸름한 맛과 촉촉하면서 달콤한 필링의 맛이 주를 이루는데 쿠키스런 맛이 있는 타르트지도 소소하게 그 매력을 뿜어낸다. 미니미한 사이즈, 부담 없는 가격 그리고 호두파이나 타르트하면 딱 떠오르는 정겨운 맛 덕분인지 사면 길가면서 까먹는 일도 많은 빵이다.

 속이 사진보다 알차다.
 속이 사진보다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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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쥐팥쥐식빵은 아주머니께서 요즘 밤식빵이랑 더불어 가장 잘나간다고 말해주신 빵. 역시 동네 분들에겐 식빵 류가 어필하는구나 싶었다. 식빵 위엔 소보로 속에는 팥앙금과 콩배기가 들어간 구성을 하고 있어 단팥빵이랑 비슷한 맛이 난다. 폭신하고 부드러운 빵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있고, 팥앙금과 소보로는 각기 다른 달콤한 맛을 더해준다. 물론 콩배기의 고소함도 있고. 속재료가 들은 식빵은 잼 발라먹는 수고를 덜어줘 좋다. 야식으로 뜯어먹다 보면 금세 훅 사라지는 빵.

 이런 조리빵은 맛있다고 밖엔..
 이런 조리빵은 맛있다고 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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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테이토베이컨롤은 계란 발라 촉촉하게 구운 토스트 속에 감자샐러드를 넣고 겉엔 베이컨을 붙여 말아놓은 빵. 옥수수 톡톡 씹히는 감자 샐러드의 부드럽고 간간한 맛과 베이컨의 기름지고 짭짤한 맛 그리고 빵의 버터리한 고소함이 익숙한 느낌을 자아내는데, 맛이 깔끔해서 일까. 그 친숙함을 유지한 채 현대로 옮겨 세련됨을 더해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홈메이드'스럽기도 하고, 길이가 있는 만큼 하나먹으면 꽤 든든한 편이다.

칠리고로케는 옛날 빵집에서 흔히 파는 이탈리안 고로케라는 빵과 비슷한 고로케. 기본적으로 고로케 속에 감자, 삶은 계란, 야채, 햄 등으로 맛을 낸 샐러드를 채우고 슬라이스 햄과 치즈 등도 깔아 넣었다. 요 집에선 거기에 칠리소스와 땅콩을 위에 발랐고 속 샐러드엔 카레를 넣어 특이함을 주었는데, 덕분에 매콤달콤한 맛과 카레 맛이 나서 고로케의 느끼함을 잡아주는게 은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거기에 감자의 부드러운 맛, 햄과 치즈의 짭짤한 맛까지 아주 풍성하게 입안을 채워줘 심심할 틈이 없게 만들어주고. 아는 그 맛이 더 맛있는 법인데 그게 다 모여 있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덧붙이는 글 | 2017년 7월 3일 의 사진입니다.

일요일은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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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찾아 떠나는 여행 인스타그램 : @breads_eater https://www.instagram.com/breads_eater/ https://www.youtube.com/channel/UCNjrvdcOsg3vyJr_BqJ7Lzw?view_as=subscriber 빵과 빵집을 소개하는 걸...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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