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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새정부 산업안전보건정책 메시지’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새정부 산업안전보건정책 메시지’를 발표했다.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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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 무대 옆 대형 화면에 문재인 대통령이 등장했다. 문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 발표는 사전에 알려졌지만, 장내는 술렁였다. 지난 50년 동안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에 대통령이 참석하거나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던 탓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과 같은 달 22일 경기 남양주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 건설 현장 타워크레인 사고로 노동자 9명이 숨진 것을 언급하면서 "산업안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산업현장의 위험을 유발하는 원청과 발주자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파견·용역 노동자에 위험업무를 전가하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 현장 노동자 의견에 따르는 작업 재개, 국민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 구성 등의 정책도 내놓았다.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메시지 내용은 지금까지 민주노총과 시민단체가 요구했던 것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정책기조를 명확하게 발표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도 엇갈린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의 산업재해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원청에 산재 책임을 엄하게 묻는 정책과 법안을 만드는 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삼성중공업 사고를 언급했지만, 삼성중공업 사장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또한 삼성전자 역시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메탄올 실명 사고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 "삼성 책임", 그러나...

5월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5명이 죽고 26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자, 같은 달 3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사망자의 유가족을 찾아가 위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본적으로 이 일은 삼성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본다"며 "삼성으로 하여금 사고 원인부터 책임에 대한 규명은 물론이고 사후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문책이나 보상, 이런 것을 나서서 (해결)하게끔 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은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이후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과 경찰의 수사가 이어졌지만,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유일하게 구속된 사람은 크레인 신호수 노동자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5월 3일 오후 거제시 거붕백병원을 방문해 조선소 크레인 전도 사고로 숨진 삼성중공업 근로자의 유가족들과 부상자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 거제 크레인 사고 희생자 가족 위로한 문재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5월 3일 오후 거제시 거붕백병원을 방문해 조선소 크레인 전도 사고로 숨진 삼성중공업 근로자의 유가족들과 부상자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 문재인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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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박대영 사장 구속은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의 첫 걸음이다. 경찰은 현장 노동자를 잡아 가둘 것이 아니라 박대영 사장을 구속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김춘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문 대통령이 삼성중공업 사례를 언급했지만, 현재 삼성중공업 원청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공동대책위의 진상조사단 참여를 고용노동부에 요청했는데 거절당했다"면서 "작업 중지에 따른 휴업 수당 또한 삼성중공업은 전혀 책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여당도 고용노동부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삼성중공업의 책임 여부 등을 살펴보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특별감독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관은 "두 달 전 고용노동부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아직도 받지 못했다.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UN에서 다뤄진 메탄올 실명 사고, 삼성은 책임 회피

삼성전자 또한 하청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눈을 감고 있다. 지난해 잇따라 삼성·LG전자의 스마트폰 부품을 만들던 파견노동자 6명이 독성물질인 고농도 메틸알코올(메탄올)에 시력을 잃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이 일한 곳은 삼성·LG전자의 3차 하청업체로, 6명 가운데 5명이 삼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다가 쓰러졌다.

실명 피해자 김영신씨는 지난달 9일 유엔 제네바본부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삼성의 책임을 물었다.

"저는 여러분의 휴대폰을 만들다가 시력을 잃고 뇌손상을 입었다. 삼성전자 3차 하청업체에서 저는 하루 12시간 밤낮없이, 2주 동안 하루도 못 쉬고 일했다. 지금 여러분 손에 있는 것에 제 삶이 담겨있다. (중략) 삼성과 엘지는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 저는 삼성과 엘지 휴대폰을 만들다가 실명했다. 저는 평생 보지 못하고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이후 회의를 진행한 '유엔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마이클 아도 의장은 김영신씨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삼성전자 메탄올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시다시피 실무그룹은 한국을 방문했었다. 당시 우리는 정부와 기업을 모두 만났는데 정부와 삼성 모두 공급망 관리에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지켜지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다. 메탄올 피해자 문제가 해결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유엔에서 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일어난 메탄올 실명 사고가 다뤄졌지만, 삼성전자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만 강조하고 있다. 메탄올 실명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노동건강연대 쪽은 2016~2017년 3차례에 걸쳐 삼성전자에 질의서를 보냈다.

이들은 지난 4월 3차 질의서에서 메탄올 실명 사고·대책 등을 묻고, 원청인 삼성전자가 피해자의 치료, 재활, 일상생활·직장 복귀를 돕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를 전했다. 삼성전자는 책임지라는 요구에는 눈을 감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고자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등의 답변만 내놓았다.


태그:#문재인 대통령, #산업안전보건 정책,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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