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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숫자'를 새긴 도로가 있다. 숫자의 이유가 독하다. 알을 낳으러 산에서 내려온 두꺼비들이 로드킬(Road Kill) 당한 숫자다. 도로 건너편에 두꺼비가 대대손손 산란장으로 이용한 저수지가 있다. 차가 다니는 도로를 건너 산란장으로 이동하다가 차에 치어 죽었다. '348'은 348번째 두꺼비의 로드킬을 의미한다. 올해 확인된 봄 산란철 두꺼비 로드킬의 마지막 기록이다.

이게 어디 두꺼비만의 잘못일까

230이란 이 위치에서 230번째 로드킬이 있었다는 말임
▲ 로드킬된 위치에 표시된 숫자 230이란 이 위치에서 230번째 로드킬이 있었다는 말임
ⓒ 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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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정확하게 말하면 전남 광양시 진성면 백학로 비촌마을 앞 도로의 일이다. 2015년부터 광양만녹색연합이 비촌마을 두꺼비 로드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서면서 두꺼비 로드킬이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광양만녹색연합은 지금까지도 두꺼비 로드킬 예방활동·구출활동을 펼쳐왔다.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요청하는 현수막도 붙이고, 산란을 위해 내려온 두꺼비들을 구출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올해 구출한 두꺼비만 450여 마리나 된다.

관심과 노력에도 올해 많은 두꺼비들이 로드킬 당했다. 올해 광양만녹색연합은 로드킬 당한 위치에 숫자를 세겼다. 집중적으로 로드킬 당한 위치는 도로 약 50m 구간. 두꺼비가 산에서 내려오는 길목이고, 건너편 산란장 저수지와 가장 가까운 도로다. 이 도로가 생기고 난 후 얼마나 많은 두꺼비가 세상을 떠났을까.

로드킬이 어디 두꺼비만의 잘못일까. 매년 봄비가 오면 겨울잠에서 깨어난 두꺼비들이 비촌마을 앞 저수지로 가기 위해 산을 내려온다. 두꺼비는 느릿느릿 길을 건넌다. 달려오는 자동차가 있어도 가던 길을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도로가의 두꺼비는 로드킬에 취약하다. 두꺼비는 부모에게 물려 받은 본성으로 산으로 오르고, 산란철에 내려왔을 뿐이다. 알을 낳기 위해서 죽음을 감내하고서 도로 건너편에 있는 저수지로 가야 한다.

도로를 건너야만 이  저수지에 올 수 있다.
▲ 도로 건너편에 있는 두꺼비가 산란장으로 이용하는 저수지 풍경 도로를 건너야만 이 저수지에 올 수 있다.
ⓒ 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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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물들의 죽음이 안타깝고 슬프지만 봄철 양서류 로드킬은 다른 동물의 로드킬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을 품은 두꺼비 한 마리가 로드킬 당할 경우 2000개에서 1만 개의 알도 동시에 죽는다. 한 마리의 산개구리 암컷이 로드킬 당하면 400개에서 1200개의 알이 동시에 죽게 된다. 봄철 양서류의 로드킬은 단순히 한 마리의 가엾은 죽음이 아니다.

경남양서류네트워크에서 제작한 양서류 로드킬의 잔인함을 알리는 자료
▲ 양서류의 로드킬의 잔인함을 알리는 홍보자료 경남양서류네트워크에서 제작한 양서류 로드킬의 잔인함을 알리는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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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로드킬은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것이다. 인간은 두꺼비가 대대손손 살고 있는 산 기슭 아래 아파트를 짓고 집을 지었다. 그곳은 두꺼비의 서식지고 보금자리다. 두꺼비와 개구들의 땅이다. 산에 더 가까이 더 편안하게 가기 위해 도로를 내고 아스팔트 도로를 만들었다. 그 길은 양서류의 로드킬로 귀결됐다.

죽어가는 생명을 위한 움직임

올해 파주환경운동이 양서류 로드킬 공공현수막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 2017 양서류 로드킬 공공현수막 퍼포먼스에 참여한 파주환경운동연합 현수막 올해 파주환경운동이 양서류 로드킬 공공현수막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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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양서류로드킬 공공현수막 퍼포먼스는 제주 서울 파주 철원등 전국 36개 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를 했다.
▲ 2017 양서류 로드킬 공공현수막 퍼포먼스에 참여한 제주생태관광협회 현수막 올해 양서류로드킬 공공현수막 퍼포먼스는 제주 서울 파주 철원등 전국 36개 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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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강동아리 산 정상에서 양서류로드킬 공공현수막 퍼포먼스를 실시하고 있는 모습
▲ 하늘강동아리 양서류로드킬 공공현수막 퍼포먼스 모습 하늘강동아리 산 정상에서 양서류로드킬 공공현수막 퍼포먼스를 실시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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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양서류네트워크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세상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양서류로드킬 공공현수막 퍼포먼스' 활동을 2016년부터 시작했다. 봄철 양서류 로드킬의 심각성을 알리고 양서류와 서식지 보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다.

2016년에는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26개 단체가 참가했다. 2017년에는 제주도를 비롯해 파주·철원 등 전국에서 36개의 단체가 참여했다. 모두가 자발적인 참여다. 이들은 공공 현수막대에 양서류 로드킬의 심각성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거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 로드킬이 일어나는 현장에 양서류 로드킬의 심각성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었다.

참여단체들은 환경 관련 시민단체만 있는 게 아니다. 학교, 마을자치회, 시민단체, 개인까지 다양했다. 양서류 로드킬의 위험성과 심각성이 널리 알려진다면 이 문제의 해결을 앞당길 수 있다. 이들 모두 이런 취지에 공감하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양서류들아, 다음 생에는 별이 되고 꽃이 되렴

광양만녹색연합에서 주최한 전남양서류네트워크 워크숍에서 비촌마을 로드킬 현장에서 포퍼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7월1일)
▲ 로드킬의 잔인함을 알리는 별과 꽃이 되어라 퍼포먼스 장명 광양만녹색연합에서 주최한 전남양서류네트워크 워크숍에서 비촌마을 로드킬 현장에서 포퍼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7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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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번호를 별모양으로 붙여서 별이 되기를 바라는 맘을 담은 퍼포먼스 결과물
▲ 로드킬 번호에 별 모양을 붙인 모습 로드킬 번호를 별모양으로 붙여서 별이 되기를 바라는 맘을 담은 퍼포먼스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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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위에 표시한 번호를 꽃모양으로 붙이는 모습
▲ 양서류 로드킬 퍼포먼스 로드킬 위에 표시한 번호를 꽃모양으로 붙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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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번째 두꺼비가 로드킬 된 위치에 하늘강에서 꽃과 양서류를 구하는 따뜻한 실천 1004운동 명암을 받쳤다.
▲ 올해 마지막으로 로드킬이 발견된 위치와 숫자 348번째 두꺼비가 로드킬 된 위치에 하늘강에서 꽃과 양서류를 구하는 따뜻한 실천 1004운동 명암을 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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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전남 양서류 워크숍에 참여한 시민들과 학생들이 특별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숫자가 기록된 현장에 꽃과 별을 붙여주는 퍼포먼스다. 안타깝게 로드킬 당했지만 다음 생에서는 별과 꽃이 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 활동이다. 잔인한 죽음에 대한 미안함과 죽음에 대한 슬픔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퍼포먼스 활동이 마무리되고 나서 하늘강 아이들과 올해 마지막으로 로드킬이 벌어진 현장을 찾았다. 348번, 올해 마지막으로 로드킬 당한 두꺼비의 흔적이다. 그 자리에 꽃송이를 붙였다. 이 꽃송이가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잔인한 일은 멈춰야 한다는 것.

모든 생명은 중하다. 개구리·두꺼비의 생명 또한 중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해오고 있다. 이 운동을 '양서류를 구하는 따뜻한 실천 1004 운동'이라고 부른다. 양서류를 구하는 1004 운동이란 '100마리의 올챙이와 4개의 양서류 알덩이를 보다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자'는 운동이다.

사람들이 말라 죽어가는 올챙이와 위험에 처한 양서류 알덩이를 보다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줄 수 있다면, 그런 사람들이 있는 사회는 사람과 둘레 모든 생명들이 행복한 세상이다. 양서류를 구하는 1004 운동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이다. 

로드킬이 일어나고 있는 진상면에는 두꺼비에 대한 설화가 전해진다. 설화에 의하면 전라남도 광양시 진상면 '섬거(蟾居)마을'에 살던 수십만 마리 두꺼비들은 고려말에 왜구가 쳐들어왔을 때 섬진나루 몰려와 울부짖어 왜구를 물리쳤다고 한다. 울부짖음으로 왜구를 멈추게 했던 두꺼비들이지만 달려오는 차들은 멈추게 할 수 없다. 로드킬은 차를 모는 사람들만이 멈출 수 있다.

경남양서류네트워크에서 제작한 양서류를 구하는 1004운동 홍보자료
▲ 양서류를 구하는 따뜻한 실천 1004운동 경남양서류네트워크에서 제작한 양서류를 구하는 1004운동 홍보자료
ⓒ 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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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글은 http://aibogi.tistory.com/admin/entry 블로그와 거제통영오늘신문, 거제 뉴스광장에도 제공되었습니다.



태그:#경남양서류네트워크, #하늘강이야기, #광양만녹색연합, #양서류로드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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