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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Night 도시를 색다른 빛으로 다시 칠해버린 화이트 나이트 축제. ⓒ 박설화
축제를 즐기기 위해 나온 사람들 화이트 나이트(White Night)의 밤 ⓒ 박설화
도시의 많은 인파를 구경할 수 있는 밤이었다.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의 표정은 스스로 그 혼란 속으로 비집고 들어왔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도시 곳곳이 음악에, 빛에, 그림의 에너지에 물들었다. '화이트 나이트(White Night)' 축제의 밤이었다.

위도가 높은 지방의 여름, 해가 지지 않는 데서 기인한 이름인 '화이트 나이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축제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파리를 필두로 영국의 여러 도시, 로마, 몬트리올, 토론토, 시카고, 아이슬란드, 멜버른 등으로 퍼져나갔으며, 각 도시에서는 화이트 나이트라는 이름의 축제로 짧은 여름밤을 예술로 물들인다.

축제는 흡사 대중에게 자극을 주기 위한 기회의 장과도 같았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의 기묘하지만 흥미로운 설치미술 전시부터 재즈와 힙합을 아우르는 대중적인 무대까지 끊임없이 사람들을 자극했다. 평소에는 선뜻 찾게 되지 않는 포럼 극장에서의 오케스트라의 재즈 공연도 적절한 의상이면 즐길 수 있었다('조리샌들'은 입장 금지였다). 론스데일 거리에서는 많은 군중이 스크린을 보며 라틴댄스를 따라 췄고, 음색이 깊은 애버리진 래퍼의 공연에서는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양손을 올린 채 리듬을 즐겼다.
스크린을 보면 열심히 즐기는 사람들 남의 시선보다는 본인의 흥에 집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은 축제의 밤. ⓒ 박설화
축제를 알리는 포스터들 한국인 가수의 이름을 올린 ASIA POP FEST.의 포스터도 보인다. ⓒ 박설화
다문화의 절정을 보여주는 멜버른에 오면 중국과 인도가 왜 세계 인구수 1, 2위를 다투는지 쉽게 느낄 수 있다. 호주가 축구에서만 아시아로 분류되는 게 아니라, 정말 아시아의 '비주얼'을 가진 듯하다. 물론 축제에서도 그들의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무대가 곳곳에서 보인다. 인도의 발리우드를 연상시키는 춤과 노래의 무대는 물론이며 아시아인들과 친숙한 불교문화의 상징인 거대한 연꽃이 야라 강을 따라 흐르기도 한다.

어디 화이트 나이트뿐인가. 축제의 성격은 다르나, 뭄바(Moomba FESTIVAL) 축제 또한 촌스럽고 투박한 듯한 카니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버드맨 랠리(Birdman Rally)는 말 그대로 사람이 나는 퍼포먼스다. 참가자들은 각각 자신만의 날개를 장착하고 날기 위해 도약하는데, 대부분은 성공하지 못하고 강으로 다이빙해 관중들을 폭소케 한다. 우스꽝스러운 퍼포먼스지만 올해의 버드맨 랠리는 암환자를 위한 참가자들의 재능 기부였다.
뭄바 축제 (Moomba Festival) 버드맨 랠리를 응원하고 관람하는 사람들. ⓒ 박설화
스키점프 스키점프의 세계챔피언을 가리는 자리인만큼 많은 사람들의 열렬한 응원과 환영을 받는 프로그램. ⓒ 박설화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스케이트보드의 내셔널 리그도 뭄바 축제에서 열리지만 개인적으로 뭄바 축제의 백미는 여름밤을 반짝이는 물방울로 수놓는 스키점프가 아닐까 싶다. 빅토리아 주 수상스키연맹 협력으로 전 세계 수상스키의 최강자를 가리는 이 대회는 도시의 야경을 배경으로 잠깐이나마 야라 강을 나는 선수들의 스키점프를 보며 희열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화이트 나이트 축제 멜버른 시티의 야라 강을 따라 흐르는 연꽃 조형물 ⓒ 박설화
멜버른에는 축제가 끊이지 않는다. 프로그램도 매해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진화하는 것이 느껴진다. 한 달에 몇 개씩의 축제가 펼쳐지며, 대부분 무료로 감상하고 참여할 수 있다. 문화적 자극을 자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이방인의 눈에는 부럽게 보인다.  

론스데일 거리(Lonsdale Street)의 한 블록을 빌려 3일 동안 열리는 그리스 축제는 그들의 문화와 음식을 즐길 수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푸드 축제 및 터키시(Turkish) 시장 축제 등도 각국의 고유한 매력을 전파한다.

물론 한국 축제(Korea Week Festival)도 빼놓을 수 없다. 사물놀이패의 공연에 흥겨워하고 손뼉을 치던 현지인들의 모습에서 굳이 그들이 한국을 방문하지 않고도 이미 한국의 인상을 접했음을 느꼈다. 이 도시의 축제는 각 국가의 문화와 맛을 전할 뿐만 아니라, 패션이나 영화, 코미디, 아트 등 주제 또한 다양하다.
Korea Week Festival 2017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축제인 코리아 위크 페스티벌에서 즐기는 현지 사람들. ⓒ 박설화
그리스 축제(Greek Festival) 론스데일 거리(LONSDALE ST)에서 펼쳐지는 그리스 축제를 방문한 사람들. ⓒ 박설화
멜버른 시티는 얘기한다. '멜버른에서는 축제가 끊이지 않습니다. 영화, 코미디, 각종 예술을 포함한 음악과 디자인, 다문화 관련 축제까지. 국제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예술가들에게는 언제나 열려있습니다'라고.
스크린을 통해 테니스를 관람중인 사람들 굳이 큰 소비를 하지 않아도 놀거리가 많아지는 사회가 우리 모두가 살고싶은 사회 아닐까. ⓒ 박설화
놀 줄 아는 도시 멜버른이 보여주는 축제는 바로 다양성(diversity)이다. 폐지된 지 40년이 넘는 백호주의의 오명이 여전히 가끔 수면으로 떠 오르긴 하지만, 적어도 이들은 받아들인 것에 대한 책임을 잘 인지하고 있다. 여러 이민자를 받아들인 만큼 다른 문화의 유입에 대해서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그들의 축제에 잘 버무려져 있다. 그것이 그들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다문화 도시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문화다원주의에 익숙한 사회를 만든다고 본다.

놀면서 다양함을 흡수하는 이 도시에서는 오늘도 축제가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촌문화예술포럼의 <여행작가> 매거진에도 중복게재 됐습니다.

태그:#축제, #다양성, #멜버른, #호주,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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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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