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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도그를 먹으며 영화를 보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영화 <옥자> 관련 기사에 달린 어느 관객의 댓글입니다. 알려진 대로, <옥자>는 고깃거리가 될 운명으로 팔려나간 '친구' 옥자를 되찾기 위한 소녀 미자의 분투를 다룬 작품입니다. 식육용 가축의 비인간적 사육과 공장식 도축 등에 대해 무게감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죠.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결말을 상세히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봉 감독의 팬이라면 그가 '디즈니식 해피엔딩'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란 정도 쯤은 다 예상하셨을 겁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이 키우고 직장 다니는 도시 속 우리가, 영화 속 극렬 동물보호단체의 일원 '실버'처럼 방울토마토 하나에도 죄책감을 느끼며 비실거리고 다닐 수는 없지 않습니까.

채식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영화 <옥자>의 한 장면.
 영화 <옥자>의 한 장면.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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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저는, 영화 <옥자>가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으로 '폴로 채식'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폴로 채식이란 무어냐. 채식을 기본으로 하되 우유와 달걀, 그리고 조류와 어류는 먹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신 붉은 살코기에 해당하는 소, 돼지 등은 먹지 않아요. 그리고 조류 중에서도 'A4용지 사육'으로 불리는, 종이 한 바닥만한 공간에 닭을 한 마리씩 가두어 살찌우는 방식으로 키워진 닭(지난해 말 최악의 AI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죠), 또는 비인간적인 사육 방식이 반드시 요구되는 푸아그라 등은 먹지 않습니다. 어류 중에서도 지느러미만 잘라내 상어를 가라앉아 죽게 만드는 방식으로 가공된다는 샥스핀 등은 당연히 식탁에 올라올 수 없죠.

복잡하다고요? 실은 매우 간단합니다. 영화 속 미자네 밥상이 바로 완벽한 '폴로 채식'한 상이거든요. 영화에서 미자네는 세 번의 밥상을 차립니다. 첫 번째 것은 '옥자'가 냇가에서 놀다가 물 밖으로 튕겨져 나온 물고기들 중 다 자란 놈들만 골라 매운탕을 해 먹는 밥상이고, 옥자를 팔아넘긴 데 격분한 미자를 달래기 위해 할아버지가 방생해 키우던 닭으로 백숙을 해 주는 장면이 두 번째 상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가 야채가 한가득인 밥상에 삶은 계란이 올려진 영화 마지막 장면의 밥상이에요. 어렵지 않죠?

이렇게 채식을 권하면, 가장 흔히 돌아오는 말이 '호랑이도 육식하지 않느냐'는 말입니다.맞습니다. 하지만 호랑이는 사슴을 잡아먹을 뿐 그 사슴의 '삶'을 통째로 무너뜨리지는 않습니다. 미자네 밥상도 마찬가지에요. 이들 가족도 육식을 합니다. 하지만 냇가에 자생하던 물고기 중 다 자란 것, 마당에 풀어 놓았던 닭과 그것의 알, 그리고 싱싱한 채소로 밥상을 채우고 있죠. 봉준호 감독은 명동 지하상가부터 뉴욕까지 그 무대를 쉼없이 옮겨다니는 동안에도, 단순한 문제제기를 넘어 영화의 주장을 실천하고자 하는 관객들을 위한 모범 답안까지도 준비해놓은 것입니다. 역시 '봉테일'입니다.

직업 특성상 삼겹살이나 쇠고기를 포기하기 어렵다는 분들도 계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평상시엔 채식을 하다 필요할 때, 혹은 고기가 너무 먹고 싶을 때만 육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안'도 좋은 대안입니다. 참고로 우리보다 채식 문화가 앞선 서구에서는 폴로 혹은 플렉시테리언을 '세미 베지테리언'이라 부릅니다. 며칠 도전해보시고 조류와 어류도 포기할 자신이 생기시면 동물성 음식은 달걀과 우유까지만 허용하는 '락토 오보 채식'에 도전해보세요. 참고로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부터는 정말로 '채식주의자'로 인정이 된답니다.

다소 성급한 반론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립니다.영화 <옥자>도 저도 육식 자체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말씀드렸듯 옥자 친구 미자도 생선을 먹고, 운동이 취미인 저도 유제품을 먹습니다. 우리가 지켜내고자 하는 것은 고기가 되기 위해 만들어지는 동물들의 최소한의 권리이고, 실천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최소한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한 채 삶을 다 한 동물을 먹지 않음으로써 이 세상과 스스로의 인생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주려는 것입니다.로 이렇게 환경단체나 동물보호단체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무언가가 바뀐 사례들이 적지 않죠. 한 개인에게도 의미가 큽니다.폴로 채식의 실천은 당신을 '밥 먹기'라는 가장 기초적인 활동에서부터 인류와 지구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건강은 덤이고요.


태그:#채식, #폴로, #플렉시테리언, #옥자,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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