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한민국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모임 만들기를 좋아한다. 건목회도 2003년 30대 초반의 시커먼 남자 20여 명에 의해 '목포를 바로 세우자'라는 대의 아래 만들어졌다. 이렇게 시작된 모임이 14년 간 매월 지속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회원도 55명으로 늘었다.

한때 목포 지역 유력 정치인들은 죄다 건목회를 거쳐야 할 정도였다. 시장, 국회의원들이 모두 건목회 고문으로 참여할 정도였으니까! 이런 정치적 모임이었던 건목회가 완전한 봉사단체로 탈바꿈 하게 된 것은 2017년 유영석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기존 고문단 제도를 폐지하고 온전히 순수 봉사활동과 회원 친목을 최우선 목표로 세웠기 때문이다.

정치적 성격을 갖지 않더라도 봉사활동을 통해 목포를 바로 세우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최근 건목회 청년들은 보여주고 있다. 지역에서 함께 거주하는 기자의 눈에 비친 건목회 청년들의 봉사활동은 봉사단체의 모범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건목회 봉사활동의 특징은 한마디로 지속성이다. 금품 기부 같은 일회성 봉사가 아니라 시기와 대상이 지속적이라는 점이다. 2017년 더운 6월에 행해진 건목회 봉사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빛희망학교엔 매월 파티가 있다

.
▲ 한빛희망학교 생일 파티에 함께한 건목회 회원들 .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
▲ 선물까지 꼼꼼히 챙기는 나경상 회원 .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목포시 원산동 주택가 골목에 30여 명의 원생들이 함께 웃고 떠드는 무료공부방이 있다. 건목회 회원들이 주축이 된 (사)미래를 여는 문화회(회장 유재갑, 건목회 회원)에서 2006년에 개원해 지역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무료로 학습 및 돌봄 역할을 하는 아동센터다.

시에서 나오는 약간의 보조금과 후원금으로 매월 어렵게 꾸려가다 보니 원생들의 생일파티는 꿈도 꾸지 못했었다. 그러나 매월 건목회 봉사분과에서 한빛희망학교의 생일파티를 책임지고 있다. 이 번 달에도 2명의 남자 친구들의 생일파티가 있었다.

매월 넷째 주 목요일에 거행된 생일파티엔 맛있는 음식과 선물이 함께한다. 물론 모든 경비는 건목회에서 부담한다. 단순히 돈만의 문제는 아니다. 생일파티를 준비하기 위해 나경상 봉사분과장은 매월 발품을 팔아 시장을 봐야 한다. 자신의 생업을 미루고 매월 파티준비를 남자가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
▲ 한빛희망학교 주차장이 삼겹살 파티 장소로 변했어요! .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지난달엔 식료품 도매업을 하고 있는 김제 회원이 삼겹살을 기증해 공부방 주차장에 모여 즉석 삼겹살 파티를 하였다. 이번 달엔 김기엽 회원이 경영하는 분식집에서 돈까스를 공수해 아이들을 함박 웃게 했다.

평일이다 보니 많은 회원들이 직접 참여는 못하지만 그래도 늘 대여섯 명의 남자들이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어쩌면 한빛희망학교 아이들에게 한 달 중 가장 즐거운 날은 건목회 청년들이 방문하는 파티 날이 아닌가 싶다.

목포 아동원 아이들의 아빠가 되는 청년들

.
▲ 매 년 아동원과 함께한 체육대회 .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목포에 아동원이라는 시설이 있다. 80여 명의 원생들이 함께 거주하며 학교를 다니는 곳이다. 이곳 아이들에게 건목회 청년들은 반가운 삼촌이자 아빠들이다. 일 년 중 건목회의 가장 큰 행사는 체육대회다. 처음 몇 년 간은 회원 가족들이 모인 자리였지만 언젠가부터 체육대회는 아동원과 함께한다.

.
▲ 중학생의 개인기 앞에서 속수무책인 청년들 .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모 공공기관의 노조위원장이지만 늘 회원들과 아이들을 위해 희생을 마지 않는 모범회원이다.
▲ 건목회 최고령인 박해진 회원의 익살스런 포즈 모 공공기관의 노조위원장이지만 늘 회원들과 아이들을 위해 희생을 마지 않는 모범회원이다.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
▲ 줄다리기로 건목회와 아동원이 하나가 되었다. .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
▲ 자신의 아들도 이렇게 업어준 적이 없다는 나경상 봉사분과장의 해맑은 모습 .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
▲ 팝콘 담당은 건목회 맏형인 김성민 회원의 일! 까마득한 동생벌인 김창제 회원은 뒷짐 .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어려운 환경에도 늘 즐거운 모습을 보여준 여중생들을 보면 건목회 회원들의 마음도 안심이 된다
▲ 아동원에 걸그룹이 있다 어려운 환경에도 늘 즐거운 모습을 보여준 여중생들을 보면 건목회 회원들의 마음도 안심이 된다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지난 5월에도 목포축구센터를 빌려 거대하게 진행되었다. 아이들이 체육대회를 기다리는 이유는 맛있는 음식도, 선물도 아닌 바로 삼촌들과 축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중학생으로 구성된 아동원 아이들과의 축구 게임에서 청년들은 늘 완패다. 져주는 것이 아니라 진짜 진다.

축구 한 판 뛰고 나면 죽을 것 같지만 아이들이 신나하는 모습을 보면 가쁜 호흡의 고통은 잠시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솜사탕과 팝콘을 나눠주는 손길도 바쁘다. 이런 아동원 아이들과의 만남은 체육대회뿐은 아니다.

.
▲ 영화관을 통째로 빌렸다 .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
▲ 둘이 닮았다고 오해받을 정도로 친근한 두 부자? .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지난 토요일엔 아동원과 건목회 청년들이 함께 영화를 보았다. 매월 정기적 행사는 아니었지만 나경상 봉사분과장이 제안한 번개 봉사에 많은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금하여 2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단박에 만들었다.

영화관 전체를 빌리는 호사를 누렸다. 팝콘과 음료수도 각 자 하나씩 차지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영화 상영 후 80명 전체를 식당으로 초대해 저녁식사도 함께 했다. 40명밖에 들어 갈 수 없는 식당이라 나머지 40명은 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대기해야 했지만 다들 신나는 모습이었다.

.
▲ 스테이크를 잘라 직접먹여주는 이성근 회원 부부 .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
▲ 식당안은 혼잡 그 자체였지만 모두가 함박 웃음 .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이성근 회원은 아내까지 데리고 와 일을 돕도록 했다. 아이들에게 스테이크를 잘라주고 설거지를 도맡아 한 부인회원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이런 순수한 청년단체가 또 어디 있겠는가 싶을 정도로 정 많고 착한 청년들이다.

집수리 봉사는 기적을 낳는다

건목회에서 매년 실시하는 집수리 봉사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동을 자아낸다. 건설업에 종사한 회원들이 주축이 된 집수리 봉사는 사회복지센터에서 대상자를 추천받는다. 지난해엔 사회복지사들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해 주민들로부터 찬사를 받을 정도였다.

.
▲ 쓰레기로 가득찬 실내 .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
▲ 작년에 고생했던 기억 .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
▲ 2017년 집수리 봉사대상자 집 앞에서 .
ⓒ 이혁제

관련사진보기


쓰레기 더미와 오물로 가득 찬 집을 신혼 방처럼 깨끗하게 만드는 일도 건목회 청년들이 아니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2017년 집수리 봉사도 관계기관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6월에 실시되었다. 집수리 봉사는 하루에 끝나지 않는다. 올해는 지난주에 페인트를 먼저 칠하고 7월 첫 주 일요일에 마무리를 하기로 되어 있다.

지난주에 행해진 페인트 공사 현장을 찾았다. 동갑내기인 한희 회원과 이성근 회원이 앞장서서 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페인트와 붓 등은 또 다른 친구 회사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아 왔다고 한다.

집수리 봉사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회원들이 몸으로 떼운다. 꼭 필요한 물품만 사더라도 기백만 원은 쉽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도 이성근 회원의 부인 모습이 보였다. 부창부수란 말이 딱 맡는다. 7월 초에 완성될 집의 모습이 기대된다. 회원들에게 작업복을 입고 집결하라는 정채웅 사무국장의 명령이 내려졌으니 상상만 해도 훈훈한 장면이 훤하다.

2017년 6월 목포는 건목회 청년들의 봉사정신으로 뜨거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7월에도 8월에도 그 이후에도 건목회 청년들의 봉사정신은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요즘 청년들은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라는 인식은 목포에서는 통용되지 않을 듯싶다. 건목회 청년들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이 가사를 쓴 이혁제 기자는 건목회 9대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태그:#건목회, #한빛희망학교, #아동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