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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치에 관심도 없던 사람인데, 국정농단 사건 이후 스트레스로 하루 5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어요. 박근혜씨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이 이것 말고는 없어서 왔어요."

26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2번 출구 앞에서 만난 40대 여성 김아무개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잘 알려진 곽상언 변호사(46, 법무법인 인강)가 모집한 '대통령 박근혜의 불법행위로 상처 받은 국민들을 위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 참여했다. 그리고 약 6개월 만에 열린 첫 재판을 직접 보려고 이곳까지 왔다.

"정신적 피해 보상해야" - "인과관계 불분명"

오후 4시 정각.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 심리로 1차 변론기일이 열린 366호 소법정은 방청 온 시민으로 가득 찼다. 취재진과 먼저 온 방청객들로 마련된 좌석 20석이 동나자 일부는 서서 방청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국정농단 사태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원고 측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다며 맞서는 피고 측의 논리가 평행선을 달렸다.

자신을 포함한 시민 5001명의 법률 대리인으로 나선 곽 변호사는 "18대 대통령인 피고의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는 올해 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증명됐다"라며 "대통령 권한을 타인과 나누고 국민에게 거짓 해명까지 한 사실까지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건 원고 측은 이같은 박 전 대통령의 행위를 불법행위로 규정하면서 단순 정치적 책임을 넘어 국민 개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있다고 본다. 위자료는 1인 당 50만 원씩, 총 25억여원이다.

반면 피고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도태우 변호사(48, 법무법인 태우)는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각하를 주장했다. 도 변호사는 "피해자 특정 없이 국민 전체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면 구체적인 법률 소송이 진행되지 않는다"라며 "이렇게 되면 가장 기본적인 인과관계도 따질 수 없다"고 반론했다. 이어 "정당한 민사소송이 아닌 정치투쟁의 연장선에 가깝다"고 날을 세웠다.

'위임 증명'을 두고도 양쪽 의견이 부딪혔다. 도 변호사는 "곽 변호사가 시민 5000명으로부터 위임 받았다는 사실을 엄격히 증빙해야 한다"며 "현재는 주민번호도 기재되어 있지 않고 조악한 막 도장이 찍힌 그런 사실로 위임을 증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곽 변호사는 "위임 문제를 따지는 것은 소송을 지연 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맞섰다. 그는 "개인 명의의 인장이 찍힌 서류를 위조하면 전 처벌 받는다"라며 "사무실에서 관리하고 있는 프로그램 캡처 화면을 제출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은 공식 재판 날짜를 잡기 전 양측이 나와 증거 자료를 신청하고 변론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는 변론기일이었기에 23분 만에 끝났다.

재판부는 "이 재판은 원고가 피고에게 금전 지급을 원하는 민사소송이니만큼 정치적 선전이나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뒤 "앞으로 진행된 재판에서는 국민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전직 대통령의 행위로 발생한 것인지, 또 그 정신적 고통이 손해배상을 해줘야 할 정도인지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2차 변론기일은 오는 9월 25일 오후 4시에 열린다.


태그:#곽상언, #박근혜, #손해배상, #도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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