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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정국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사드는 곧 있을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사드를 둘러싸고 현재 드러나 있는 쟁점은 대략 다섯 가지 정도가 아닐까 싶다. 첫째, 사드는 주변 환경에 유해한가? 둘째, 현재까지 사드 배치 과정은 적법한가? 셋째, 사드는 과연 북한 미사일 방어용인가? 넷째, 사드 비용은 누가 지불하는가? 다섯째,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는 주민들의 주장이 과연 지역이기주의인 님비(NYMBY)인가?

이번에는 한 번도 제대로 쟁점으로 떠오르지 못한 채 수면 아래 숨어있는 이른바 '숨겨진 일 인치'를 살펴보자. 그러려면 '유사시'(有事時)라는 단어에 대한 선지식이 필요한데 '뜻밖의 아주 급한 일이 생겼을 때'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단어는 주로 국가 간 전쟁이 임박한 순간을 연상시키는 경우에 주로 사용된다.

참고로 지난 2003년 6월 일본 참의원에서 '유사법제'가 통과됨으로써 일본은 한반도에서 실제 전쟁이 발발하지 않더라도 '유사시'로 간주되는 경우 한반도에 선제적 군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했다. 이렇듯 우리 의지나 분노와 무관하게 우리를 둘러싼 열강들은 한반도 '유사시'를 미리미리 대비하고 있다. 어차피 사드라는 무기도 '유사시'를 대비한 것이니 우리도 '유사시'를 사드 배치에 대한 핵심 쟁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럼 사드를 둘러싼 기존 쟁점으로 돌아와 보자. 첫 번째 쟁점인 환경 유해성 문제와 두 번째 쟁점인 사드 배치 과정의 적법성 여부는 이후 청문회 등 철저한 조사과정을 통해 드려다 보면 잘 드러날 것이니 오히려 현재 시점에서 큰 쟁점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세 가지 쟁점은 서로 연결돼 있기도 해서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쟁점인 사드의 고유 기능과 연관해서는 사드가 대 북한용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지고 확인된 사실인 바, 이는 네 번째 쟁점인 비용 관련해 살펴보면 더 확실해 진다. 만일 사드가 북한 미사일 탐지와 타격만을 고유 기능으로 한다면 당연히 그 비용은 우리 몫이어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 비용을 누가 내야하는가를 놓고 티격태격하기 전까지는 미국 부담이 전제였다는 사실 자체가 사드가 대 북한 전용 무기가 아니라는 점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다섯 번째 쟁점인 님비(NYMBY)론을 살펴보자. 사드 배치는 쓰레기 매립장 등 혐오시설 유치와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왜냐하면 쓰레기매립장과 같은 혐오시설이 '유사시' 주변국으로부터 최우선 선제타격 대상이 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 지역 주민들은 전쟁이 발발하지도 않은 '유사시'에 대재앙을 맞을 수 있다. 누가 감히 사드 반대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외침을 님비라고 얘기할 수 있는가?

어째서 정권이 바뀐 현재 시점에서조차 이 쟁점이 부각되지 않는지 의아하지만 이제 이 '숨겨진 일 인치'가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 돼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유사시'가 됐던 미중러일 사이의 '유사시'가 됐던 성주와 김천 주민들은 선제 피격이라는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놓고 사드 배치 여부는 결정돼야 할 것이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미국은 전세계 우방국에 미국 본토 방어용인 미사일 방어체계(MD)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상 레이더기지 설치를 간절하게 요청했으나 영국과 그린란드 등 거의 두 나라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레이더기지가 설치될 곳의 운명이 '유사시' 어떻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숨겨진 일 인치'를 외면한 채 사드 배치가 결정된다면 우리 모두 성주와 김천 주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 아닐까 두려운 지금이다.

덧붙이는 글 | 박병우(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



태그:#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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