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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6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관련 24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6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관련 24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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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0분 동안 질문 41개를 받았지만 그의 대답은 딱 하나 "거부합니다"였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13차 공판에 나온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이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독대 때 승마지원요청을 받은 이 부회장의 지시로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맡아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 지원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박 전 사장이 이 사건 핵심인물인 만큼 충분한 신문을 위해 이날 다른 증인은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오전 10시에 시작한 재판은 오전 11시 30분경 끝났다. 박 전 사장이 현재 이 부회장과 재판을 받는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증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는 출석에 앞서 재판부에 미리 증언 거부 사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주성 검사는 "박 전 사장의 증언 거부는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처사인데다 삼성 차원의 통일적 의사표시"라며 "삼성 변호인들은 이재용 부회장 등 다른 피고인도 모두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그는 다른 임직원들이 출장 등을 이유로 증인 출석을 미루거나 나타나지 않는 사례도 거론하며 "이렇게 그룹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재판 절차에 협조하지 않은 전례는 없다"고 비판했다.

"박 전 사장의 증언 거부는 본 건뿐 아니라 사법제도 자체를 무시하는 삼성 관계자들의 오만한 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제 삼성 측 피고인들은 증인 출석을 거부할 명분이 없게 되자 출석하되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한다.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관계자들은 '우리는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검이 재판부에 의견을 개진하는 동안 박 전 사장은 '증인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재판부 판단 아래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절차 진행 논의까지 이뤄지느라 약 30분 만에 법정으로 돌아온 그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박 전 사장은 검찰과 특검에서 조사받은 내용이 진술대로 정리됐는지를 확인하는 진정 성립 때조차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특검과 검찰이 준비한 질문 41개 가운데 그가 유일하게 답한 것은 삼성전자 내 본인의 경력사항이었다. 이마저도 박 전 사장은 재판부에 "이것도 증언 거부 대상이냐"고 물으며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을 쳐다봤다.

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그쪽 변호인을 보지 말고, 특별히 관련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제야 박 전 사장은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는 변호인 반대신문조차 증언을 거부했고, 재판부는 "주신문이 이뤄진 게 없으니 반대신문도 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증인 신문을 마쳤다.


태그:#박상진, #이재용, #최순실, #박근혜,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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