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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지역 어린이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지역 어린이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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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자 고리1호기 영구정지 기념행사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1호기에서 앞에서 열린 영구정지 기념행사는 탈핵을 포함하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출발선을 의미했다. 

대통령의 의지는 함께 입장한 참석자들의 면면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문 대통령은 고리원전 운영에 참여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관계자뿐 아니라 그동안 탈핵시민운동을 해왔던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발을 맞춰 입장했다.

마이크는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과 더불어 탈핵운동단체에게도 돌아갔다. 지역에서 탈핵 운동에 앞장섰던 하선규 부산YWCA 전 회장은 무대에 올라 남다른 감회를 토로했다. 하 전 회장은 "고리1호기 폐쇄는 탈핵 에너지 시대를 열고 안전한 폐로 산업 허브로 만드는 출발점"이라면서 "우리와 약속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도 지켜주시기를 바란다"는 염원을 전했다.

이에 화답하듯 문 대통령은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도 강력한 탈핵 에너지 정책을 약속했다. 대통령이 직접 에너지 정책을 지키겠다고 했고,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집중 육성을 다짐했다.

달라진 정부의 정책은 그동안 원전 운영을 고집해온 한수원의 태도 변화에서도 드러났다. 노기경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장은 "옛날처럼 사업자와 원전을 반대하는 단체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은 이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영구정지를 기회로 원전 운영자와 시민사회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경기 침체 걱정하는 목소리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렸다.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렸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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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서 이날의 모습을 지켜본 이진섭(48)씨의 감정이 벅차있었다. 고리원전 근처에서 살아온 이씨는 지난 2011년 직장암 진단을 받았고, 부인 역시 그 다음해 갑상샘암에 걸렸다. 아들은 선천성 자폐증을 앓고 있다. 이씨는 아들과 함께 전국을 도보 순례하며 탈핵을 호소하기도 했다.

앞서 이씨는 한수원을 상대로 암 발병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에 나섰고 1심에서 일부  승소하기도 했다. 한국 탈핵 운동에 있어 의미있는 판결로 평가받는 이 재판 이후 관련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2심 선고는 오는 9월께로 예정되어 있다.

이씨는 "고리1호기 폐로는 이제 시작"이라면서 "전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인 고리에서 단순히 한 개의 원전을 폐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기점으로 완전한 탈핵정책으로 가야 한다"면서 "비밀로 해온 원전의 운영을 투명화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주민이 이씨와 같은 뜻을 가진 건 아니었다. 이날 고리원전 담장 밖에서는 신고리 5·6호기 계속 건설을 요구하는 일부 지역 주민들의 집회가 열렸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중심이 된 집회 참가자들은 원전 건설 중단이 불러온 지역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었다.

고리1호기와 가장 인접한 마을인 길천마을 이창호 이장도 행사장을 찾아 "아직 더 운영을 할 수 있다고도 보는데 고리1호기를 폐로한다니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을 약속한 문 대통령도 일단은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는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탈핵단체에서는 이점을 아쉽게 바라보았다.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결정이 늦어질수록 매몰비용만 늘어나게 되고 결국 그것이 발목을 잡게 된다"면서 "탈핵을 향한 정책 결정을 늦춰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고리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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