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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사진은 지난  2012년 1월 27일 오후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당시 금융위원회는 론스타 펀드에 대해 산업자본이 아닌 것으로 최종 판정하고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사진은 지난 2012년 1월 27일 오후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당시 금융위원회는 론스타 펀드에 대해 산업자본이 아닌 것으로 최종 판정하고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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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나,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나, 백 번 잘못된 결정이다.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다시 판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문재인 정부 첫 금융위원장으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거론되는 상황을 두고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이 한 말이다.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매각으로 5조 원 이익을 낸 과정에 개입했던 김 전 위원장을 다시 금융수장 자리에 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금융소비자연맹과 금융노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등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주된 이유는 3가지다. 첫째는 김 전 위원장이 론스타 '먹튀'를 승인해 준 인물이라는 것이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지난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 재직 시절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론스타는 은행법상, 금융이 아닌 산업의 비중이 높은 '비금융주력자'이기 때문에 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지만 이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승인해 준 것이다.

산업자본 론스타가 은행 인수-매각 5조 원 이익 낸 과정 도와

참여연대에 따르면 금융위는 2007년에 론스타가 일본에서 골프장과 예식장 등을 보유한 산업자본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때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한 직후인 2011년 3월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면서 이 회사가 비금융주력자가 아니라고 봤다.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음에도 이를 방치한 것이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1월 론스타가 보유했던 외환은행의 매각을 승인했다. 이후 그는 2012년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론스타 건은 우리 사회가 비용을 치른 것으로 봐야 한다."

이 말처럼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벌어들인 5조 원이 '사회적 비용'이라 치더라도, 이 비용 지출은 이 정도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는 2012년 대한민국을 상대로 투자자국가분쟁(ISD) 절차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한국 정부의 부당한 과세 등으로 피해를 봤다며 약 5조 원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했다. 분쟁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던진 '외환은행 매각 승인'이라는 작은 공이 '국민 혈세 5조 원 누수'라는 거대한 산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두 번째로, 김석동 전 위원장을 반대하는 이들이 내세운 근거는 그가 농협 신경분리를 기획했다는 점이다. 금융노조는 김 전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 때 농협의 신경분리 정책을 기획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에 농협경제연구소 대표를 지낸 김 전 위원장이 당시 농협의 신용-경제사업을 나누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이후 2012년 3월 신용을 담당하는 NH농협금융지주가 출범했다.

노무현 정부 때의 계획 엎고 '졸속' 농협 분리

이를 두고 '졸속' 처리였다는 비판이 많았다. 농협의 신경분리 계획은 노무현 정부 당시 2017년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 때 이뤄졌다. 이에 대해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아무 이득도 없는 일이었다"며 "전 정권의 행동을 뒤집고 싶은 이유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허 위원장은 "실질적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데 11조 원의 비용이 드는데 이명박 정부는 5조 원을 지원해주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NH농협금융은 올해 1분기 기준 2216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는 같은 기간 신한·KB금융지주가 각각 9971억 원, 8701억 원의 순익을 낸 것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김 전 위원장의 '관치' 행보를 되짚어보면 금융위원장에 부적합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사무금융노조는 성명을 통해 "각종 위기 국면에서 보여준 그의 정책집행 철학은, '관'은 '치'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관치의 확신범에 가까운 행보였다"며 "일방적 지시에는 강해도 쌍방향 소통엔 부족했다"고 밝혔다. 또 노조는 "새 금융위원장 후보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시정해야 한다는 철학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 설득과 타협을 이끌어갈 리더십을 겸비한 인물이 인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금융노조도 "그가 밟아온 길은 현장과의 소통 없이 오로지 보수정권의 코드와 자신의 신념에 맞춰 금융산업 전체를 독선적으로 지배하려고 했음을 방증한다"고 비판했다. 또 노조는 "다시 금융위원장이 된다 해도 신념을 바꿀 리 없기 때문에, 새 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금융산업의 재앙이 또 한 번 반복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내정설이 사실이라면 즉각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노조는 덧붙였다.


태그:#김석동,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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