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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아 씨가 게스트하우스와 함께 있는 카페의 계산대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7일 오후다.
 김영아 씨가 게스트하우스와 함께 있는 카페의 계산대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7일 오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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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부모님 곁을 떠나 도회지로 나간 뒤 줄곧 따로 살았어요. 부모님이 지금 80대이신데,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돌아왔어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어서요."

지난해 초 서울에서 고향 전라도 완도로 내려온 김영아(44)씨의 말이다. 김씨는 부모가 갖고 있던 완도읍내 5층짜리 건물을 고쳐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3층과 4층, 5층에 2인실부터 다인실까지 여행자들을 위한 방 15개를 만들었다.

창밖으로 완도항과 '하트섬' 주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다. 2층은 북카페, 1층은 카페와 공방을 배치했다. 공방에서는 전복, 다시마, 비파 등 완도특산품을 이용한 천연비누와 향초, 방향제 등을 만든다.

김영아 씨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앞으로 펼쳐지는 완도항 풍경. 완도는 김 씨의 고향이다.
 김영아 씨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앞으로 펼쳐지는 완도항 풍경. 완도는 김 씨의 고향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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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아 씨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의 2인실 방. 실내외 분위기가 산뜻하고 깔끔하다. 창밖으로는 완도항이 펼쳐진다.
 김영아 씨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의 2인실 방. 실내외 분위기가 산뜻하고 깔끔하다. 창밖으로는 완도항이 펼쳐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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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돈을 벌고 싶었어요. 모텔이 지천인 읍내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든 것도 그런 연유입니다. 북카페도 책을 볼 여건이 열악한 지역 여건을 감안했고요. 공방은 장애어린이와 결혼이민자 등을 위한 체험공간으로 쓸 생각입니다."

이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공방의 이름은 '완도네시아'다. 김씨가 자신이 살고 있는 '완도'에다 섬을 일컫는 인도네시아의 말 '네시아'를 가져다 붙였다. 여행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도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서였다. 지명을 고스란히 살린 것도 포털사이트 검색을 염두에 뒀다.

김영아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완도항을 내려다보고 있다. 완도항 앞에 떠 있는 섬이 하트 모양을 하고 있어 '사랑의 섬'으로 통하는 주도다.
 김영아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완도항을 내려다보고 있다. 완도항 앞에 떠 있는 섬이 하트 모양을 하고 있어 '사랑의 섬'으로 통하는 주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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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초등학교 때 완도에서 광주로 전학을 갔다. 광주에 가면 고등학교에 다니던 언니랑 함께 지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들떴다. 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깨졌다.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는 점심 무렵부터 언니의 귀가만을 기다리는 생활이었다. 도회지에서 오갈 데도 없었다.

광주에서 여중·여고를 졸업한 김씨는 서울에 있는 대학의 건축학과에 들어갔다. 건축학과는 당시 남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미술 계열의 디자인학과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미술을 하지 않은 제 조건에서 들어갈 수 있는 학과가 건축이더라고요."

대학생이 된 김씨는 옛 건축이 얼마나 아름답고 과학적인지 알게 됐다. 담양 소쇄원에 매료되기도 했다. 다른 지역과 나라의 문화재에 대한 호기심도 일었다.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김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관련 업계에 취업을 했다. 밤샘 작업이 예사였다. 대우는 낮았다. 갈수록 체력이 달리고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졌다. 쉬고 싶었다.

김영아 씨가 게스트하우스 복도에서 자신이 찍은 세계여행 사진을 보며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지난 6월 7일 오후다.
 김영아 씨가 게스트하우스 복도에서 자신이 찍은 세계여행 사진을 보며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지난 6월 7일 오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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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아 씨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2층에 마련된 북카페. 누구라도 편하게 쉬면서 책을 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김영아 씨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2층에 마련된 북카페. 누구라도 편하게 쉬면서 책을 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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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 3개월 일정의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유럽의 옛 건축물은 그녀를 건축과 미술, 사진의 세계로 이끌었다. 배낭여행에서 돌아온 그녀에게 회사는 프리랜서로 일할 것을 제안했다. 얽매이지 않고 일을 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김씨는 긴 여행을 하고 싶었다. 회사를 다시 그만두고 필리핀과 호주에서 2년 동안 살았다. 일을 하면서 생활비를 벌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여행도 많이 했다. 시쳇말로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도 치열하게 살았다.

세계 50여 개 나라를 여행한 김영아 씨의 여행 사진. 멕시코 과나후아토에서의 모습이다.
 세계 50여 개 나라를 여행한 김영아 씨의 여행 사진. 멕시코 과나후아토에서의 모습이다.
ⓒ 김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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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는 서울의 한 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을 했다. 김씨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체험한 여행이야기를 들려주며 회화도, 문법도 흥미진진하게 가르쳤다. 학원에서도 갈수록 수업시간을 늘려줬다. 그녀도 잘 가르치려고 더 노력했다. 수업은 성인들의 일과를 감안해 아침과 점심, 저녁시간에 이뤄졌다. 개인과외, 그룹과외도 밀려들었다.

"토익시험 한 번 본 적 없고 영어 전공자도 아니지만, 부끄럽지 않게 가르쳤습니다. 빈 시간을 활용해 수영, 패러글라이딩 등 운동을 즐겼고요. 드럼과 해금 연주, 도자기 빚기, 캘리그래피, 요리도 배웠습니다. 여행도 틈틈이 했죠."

김씨는 당초 계획했던 세계 일주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영어강사 자리를 과감히 내려놨다. 2012년부터 3년 동안 세계 여행에 나섰다. 그 동안 여행한 나라가 50개국 남짓 된다고.

스리랑카에서의 김영아 씨. 김 씨는 다른 나라에 가서도 흡사 현지인처럼 생활했다. 김 씨도 늘 현지인과 만나 어울리려고 노력했다고.
 스리랑카에서의 김영아 씨. 김 씨는 다른 나라에 가서도 흡사 현지인처럼 생활했다. 김 씨도 늘 현지인과 만나 어울리려고 노력했다고.
ⓒ 김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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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아 씨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입구에 걸려있는 세계지도와 시계. 김 씨는 완도에 살면서도 늘 세계여행을  꿈꾸고 있다.
 김영아 씨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입구에 걸려있는 세계지도와 시계. 김 씨는 완도에 살면서도 늘 세계여행을 꿈꾸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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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해마다 서너 차례 완도를 찾았다. 부쩍부쩍 깊어가는 부모의 주름살이 마음에 걸렸다. 어려서 다 받지 못한 부모의 사랑이 그리웠다. 살아계실 때 한 번이라도 더 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가 완도로 내려온 이유다.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공방을 갖춘 완도네시아는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올봄엔 소라, 전복, 조개 등을 활용한 천연비누 세트와 캔들을 만들어 완도관광기념품공모전에 출품했다. 완도네시아의 예비사회적기업 지정도 신청했다.

"당분간은 완도네시아의 정상 경영에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완도네시아가 완도의 경제와 관광에 보탬이 되도록 만들어야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고요. 때가 되면 여행도 자주 다녀야죠."

어린 나이에 도회지로 나가 '여행 마니아' 영어 강사로 살다가 '완도댁'으로 돌아온 김씨의 포부다.

김영아 씨는 게스트하우스 1층에 마련된 공방에서 천연비누 강습 등을 한다. 결혼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천연비누 만들기 수업 모습이다.
 김영아 씨는 게스트하우스 1층에 마련된 공방에서 천연비누 강습 등을 한다. 결혼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천연비누 만들기 수업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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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영아, #완도네시아, #완도, #여행마니아, #영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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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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