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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오토텍이 2016년 7월 노조 간부 및 조합원들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한 내용 중 일부. 박형철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은 사측 변호사 중 한 명으로 이 고소장을 작성했다.
 갑을오토텍이 2016년 7월 노조 간부 및 조합원들을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한 내용 중 일부. 박형철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은 사측 변호사 중 한 명으로 이 고소장을 작성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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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소인 회사는 장기간 노사분규가 지속되면서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불법행위가 비일비재로 이뤄지고 있고, 노조 간부들은 이에 대하여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노조파괴 등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갑을오토텍이 지난 2016년 7월 이재헌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장 등 노조 간부와 조합원을 대상으로 제출한 고소장의 일부 내용이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 고소장에 따르면, 사측은 이러한 주장과 함께 "하루 속히 산업현장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조 간부들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엄정한 처벌을 내려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2014년 12월 특전사·경찰 출신 용병들을 동원해 지회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노조 파괴를 기도하고,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대표이사가 법정구속까지 당했던 사측이 오히려 노조를 향해 '죄책감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사측을 '대리'해 고소장을 쓴 이가 바로 최근 임명된 박형철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이다. 박 비서관은 지난 13일 갑을오토텍 사측 변론 사실이 드러나자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갑을오토텍 사건을 맡은 것은 문제가 되었던 이전 경영진이 기소된 이후인 지난해 봄부터였고 변호사로서 사측에 불법행위를 하지 말도록 조언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고소장 내용을 살펴보면 "사측에 불법행위를 하지 말도록 조언했었다"는 박 비서관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파업 무력화 의도 의심되는 '관리직' 투입 막자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고소장은 총 3건으로, 2016년 6월 28일 노조 조합원 가족 간담회와 7월 8~9일, 7월 22~23일 사측 대체근로인력 투입에 대한 노조의 저지 행위에 관한 건이다. 모두 박 비서관이 사측 대표 변호사로 작성한 것으로 위 사유에 대해 ▲ 건조물침입 및 감금·협박 ▲ 업무방해 ▲ 특수주거침입 등의 혐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될 부분은 7월 8~9일, 7월 22~23일 사측 대체근로인력 투입에 대한 노조의 저지 행위를 고소한 건이다. 노조는 지난 2015년 6월 말부터 사측과 수십차례 교섭을 이어가다가 7월 8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사측은 당일 오후부터 '관리직' 노동자들을 생산 현장에 투입했다. 이는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3조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박 비서관이 사측 대표 변호사로 작성한 고소장에는 이를 '적법한 대체인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노조 파업시 관리직 직원들이 생산현장에 투입되어 생산지원활동을 한 것은 과거 만도기계 아산사업본부 시절부터 15여년 이상 관행적으로 계속되어 온 것"이라며 ▲ 2015년 6월 경 퇴사한 50여 명의 관리직 사원에 대한 결원 출연 ▲ 고객사(원청사) 요청에 따른 조직 개편 ▲ 구매원가 절감 등을 통한 관련 팀 인원보강 등에 필요한 정규직 인원 채용 외에는 대체근로를 위한 신규 채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이를 '불법 대체인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사측이 2015년 10월 관리직 신입사원을 모집해 이들을 야간 생산현장에 투입해왔다. 특히 사측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한두 차례밖에 진행하지 않던 관리직 공채를 2015년 한해 동안 7차례나 진행하기도 했다. 즉, 사측이 노조의 쟁의행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대체근로인력을 모집했고 투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대체근로인력 투입만이 아니라 협력업체를 통해 회사 밖에서 대체생산을 진행했다. 노조는 이와 관련한 증거 등을 수집해 7월 초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사측을 고소했다.

사측의 태도는 그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7월 22~23일 당시엔 2009년 이전 입사한 관리직 노동자들을 대체근로 인력으로 투입하려는 시도를 펼치면서 '불법 대체근로'라는 노조의 주장을 피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이때의 노조 행위에 대한 고소장을 보면, "2009년 이전부터 고소인 회사에 근속하던 근로자들을 생산라인에 투입한 것이므로, 노동조합법에서 금지하는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에 의한 대체근로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사측은 "고소인 회사가 기존에 시행하였던 대체근로 역시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대체한 것이 아니므로 적법한 대체근로에 해당된다"라면서 "(2015년 이후 채용된 직원들이 대체근로에 투입되는 것은 무조건 위법한 대체근로라는) 피고소인들의 억지주장을 차단하고 시급한 공급물량을 생산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2009년 이전 입사한 직원들을 대체근로에 투입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노동부의 조사나 법적 다툼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노조를 일방적으로 '불법집단'으로 내몬 것이다.

"변호사로서 일한 것 문제삼지 않을 수 있지만 이제 공인이 된다면..."

금속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 이재헌 지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주민센터 앞에서 직장폐쇄 진행 중인 갑을오테텍 사측 변호인을 맡았던 박형철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 이재헌 지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주민센터 앞에서 직장폐쇄 진행 중인 갑을오테텍 사측 변호인을 맡았던 박형철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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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갑을오토텍이 2016년 7월 26일 "노조의 장기간 쟁의행위로 더 이상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면서 직장폐쇄를 단행한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같은 해 7월 22~23일 대체근로인력 투입 무산 이후 나흘 뒤만에 내려진 결정인데, 이러한 흐름이 애초 갑을오토텍 사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노조 파괴, 이른바 'Q-P 시나리오'와 일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압수수색 결과, 그 실체가 드러난 'Q-P 시나리오'를 보면, 사측은 경비업무 외주화·사택 차등 분양 등으로 파업을 유도한 뒤 직장폐쇄를 단행해 노조 조합원 선별복귀, 대규모 징계 시행 등을 통해 현 노조를 와해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사측이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다가 법원으로부터 '단체교섭응낙가처분'을 결정받기도 한 점, 대체근로인력 투입과 협력업체의 대체생산 등을 통해 노조의 쟁의행위를 무력화한 점 등을 고려하면 지난해 7월 단행된 직장폐쇄 역시 이러한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 노조 파괴 행위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당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직장폐쇄는 노동자의 쟁의행위로 노사간 세력균형이 파괴되어 사용자가 과중한 손해를 입은 경우 등에 인정된다, 그러나 갑을오토텍은 이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현재 사측은 관리직 직원들을 신규 채용하여 생산 업무에 투입하고, 협력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줘 대체생산을 하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노조는 대체근로인력 등에 대한 고소를 대리했던 박 비서관이 이러한 상황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 보고 있다. 적어도 "사측에 불법행위를 하지 말도록 조언했었다"는 해명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박 비서관이 변호사로서 사측 변론을 한 것을 문제삼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변호사윤리장전' 16조 1항에 따르면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노조 측 법률대리인인 김상은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사측을 대리한 것은 문제삼지 않을 수 있는데 이제 그가 공인(공직자)이 된다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얼마나 절망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박 비서관의 이름이 명시된 고소장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제 '청와대 비서관'에 발탁되면서 확장될 그 영향력이 차후 나올 법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태그:#박형철, #반부패비서관, #갑을오토텍, #직장폐쇄, #대체인력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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