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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9대 총선이 끝나고 3개월 후,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것을 뒤로하고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다. 그리고 네팔과 부탄 곳곳을 둘러보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노무현 참여정부 때도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난 적이 있다. 최근 취임 후 기자들과 등산을 함께 한 것처럼,  문 대통령에게 산행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듬어 주는 특별한 휴식처이자 사색의 공간이었다.

최근 언론들은 문 대통령의 부탄 방문 기록을 재조명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도 되지 않는 나라', '국내총생산보다 국민총행복이 중요한 나라', '가난한 사람에게 더 유리한 성장', '교육-의료-주거 등의 탄탄한 무상복지 정책' 등이 회자됐다.

문 대통령이 특별하게 관심을 보인, 소박한 은둔의 나라 부탄의 행복 열쇠는 무엇일까. 인구 75만 명의 소국가에서 보듬어가는 행복정책의 비전은 무엇일까. 세상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부탄 행복의 비밀이 궁금했다. 곧바로 마을도서관을 찾아 책 <부탄 행복의 비밀>을 30분 만에 찾아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지수 vs 부탄의 국민총행복지수

<부탄 행복의 비밀>
 <부탄 행복의 비밀>
ⓒ 한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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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행복한 도정'을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을 구상할 때 부탄을 몇 차례 찾고 연구한 성과물이다. 박 교수는 당시 충남발전연구원장이었다. 박 교수는 부탄의 행복지수에 정점을 찍고 충남도민의 행복 비전을 찾는 연구 작업에 몰두했다.

책의 첫 장은 '카르마 치팀' 부탄 국민총행복위원회 차관의 인사말이었다. 치팀 차관은 부탄 근대화의 역사와 국민행복에 관한 철학과 비전을 열거했다.

"부탄은 샹그릴라가 아닙니다. 그러나 국민총행복(GNH)의 비전과 철학에 기초한 부탄의 발전은 근대성과 전통, 물질주의와 정신주의, 현재의 필요와 미래의 필요 사이에 좋은 조화를 성취했습니다."

치팀 차관의 설명은 간단했다. 상식적이었다. 즉 부탄의 총행복지수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는 아니라는 것. 지구의 모든 나라들도 부탄과 같은 방식으로 정부를 운영하면 세계1위의 국민행복지수를 갖출 수 있다는 충언이었다. 단, 이런 조건을 갖추려면 지혜로운 군주의 리더십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잠시 책을 따라 올라가자. 박정희 유신정권이 국민을 억압하던 1972년 한국과 부탄의 1인당 GDP는 각각 255달러, 212달러로 비슷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13년 부탄은 2360달러, 한국은 2만8000달러로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에 대해 저자인 박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성장의 본질을 설명했다.

"경제성장에 올인한 한국의 완승이다. 그런데 행복 혹은 삶의 질에 대한 각종 조사에서 한국은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부탄은 최상위권에 속하고 있다. GDP보다 GNH를 중시한 부탄의 완승이다."

박 교수의 말을 요약하면 한국은 오로지 성장주의만을 앞세웠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가장 낮은 청소년 행복지수, OECD 중 가장 낮은 사회복지 지출비율,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 등이 그것이다.

반면 부탄은 '사람이 사는 나라'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했다. 일반적인 주류 경제학 논리인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다'는 부탄국민에게 남의 나라 선동 논리였다. 즉 물질보다 인간과 자연, 정신적·사회적·종교적 가치가 이들에게 더욱 소중했던 것이다.

그 결과 부탄은 기대수명 38세에서 69세로 증가, 유아 사망률 1000명 당 102.8명에서 47명 감소, 유엔 새천년개발목표 8개 분야 중 성 평등·환경적 지속 가능성·산모 사망률, 환경보호 부문 최우수 등 유엔환경계획으로부터 '지구 챔피언'이라는 칭호를 얻기까지 했다.

문재인 정부, 국민총행복 지수 도입할까

"GNH는 개인과 사회의 물질적 웰빙과 정신적·정서적·문화적 필요 사이에 조화로운 균형을 달성하는 다차원적 발전 전략이다. 행복이란 개인이 느끼는 감정이지만 그것이 실현될 때에는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해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부탄에 GNH가 도입된 시점은 1972년 4대 국왕 즉위 이후이다. 한국은 당시 유신독재의 마구잡이식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진행 중이었다. 부탄 정부는 한국과 달리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정책을 도입했다. GNH의 근원은 1729년에 제정된 '부탄 법전' 조문에 기인한다.

"정부가 백성을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면 그런 정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부탄은 2008년 절대군주국가에서 입헌군주국으로 변모한다. 그러나 이전에도 국왕은 독재군주가 아닌 백성을 위한 시봉자리에 불과했다. 부탄은 이 시기에 헌법을 완성하면서 "국가는 GNH를 추구할 수 있는 조건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했다. 이후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의 복지서비스가 확충되고 국왕 직속 국민총행복위원회가 강화됐다.

부탄의 총행복지수는 그렇게 탄생했다. 국왕과 정부는 오로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이를 지방분권에 적용하면, 구정은 오직 구민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도정은 당면한 도민의 행복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시정은 단지 시민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만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부탄의 국민총행복정책의 본질은 "아직 행복하지 않은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단,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사회적·경제적 발전, 문화의 보전과 증진, 생태계 보존, 굿 거버넌스 구축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더불어 지도자의 겸양지덕의 지혜도 빼놓을 수 없다. 국민 행복에 방해가 된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국왕, 곤궁한 백성을 만나기 위해 14시간 동안 비를 맞고 걸어가는 국왕, 가난한 백성이 먼저 성장하는 나라의 근간을 만드는 국왕의 모습이 그렇다.

사람이 먼저인, 사람 사는 세상의 대한민국을 꿈꾸다

작금 대한민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5만불 시대를 떠들고 4차 산업혁명의 거대 자본의 청사진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국민들 개개인의 행복은 안중에도 없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부탄에서 배우는, 국민들의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인 대한민국,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 온 국민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행복 지수 도입을 기대해 보는 이유다.

"1인당 국민소득이 2800달러인 부탄 정부가 하는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2만8천달러의 한국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중략) 부탄 정부는 '아직 행복하지 않는 사람'의 행복 증진을 통해 국민총행복의 총량을 증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탄은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무엇이 부족한지,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그것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일종의 맞춤형 행복정책을 추진한다." - 책 에필로그 중에서.


부탄 행복의 비밀 (반양장) -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면 충분하다

박진도 지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18)


태그:#문재인 대통령, #부탄 행복의 비밀, #총행복지수, #국민총행복위원회, #사람이 사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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