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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경북 김천 김천역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유세에서 사드기습배치를 규탄하는 성주, 김천 주민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 홍준표 머리 위에 휘날리는 '사드반대' 깃발 27일 오전 경북 김천 김천역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유세에서 사드기습배치를 규탄하는 성주, 김천 주민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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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이 뽑혔고, 내가 선택한 후보가 당선되었음에 이후의 정치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더해진다. 그러나 내 고향 성주에 쏟아지는 비판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가 없다. 이런 주절거림이 변(辨)이 될 수 있지 못함을 알고 있으나,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글을 써본다. 아직도 비판과 비판을 넘은 비난과 조롱에 감정적으로 평온한 상태가 아닐 수도 있음에 이해를 부탁한다.

지금 성주를 향해 쏟아지는 말들에 관하여 이야기하기 위해선 사실과 당위에 대한 구분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성주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 혹은 이전 정권의 실책에 대한 비판의 의미에서, 그 외에 추가되는 여러 가지 문제에 관하여 적어도 나는 당위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에 표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계급적 이해에 따라 표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성주의 중심층이 기득권으로 묘사될 수 없기에 이러한 표심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성주의 군민들 중 5할이 넘는 사람이 홍 후보에게 표를 준 상황은 당위에 대한 위반 또는 이해관계에 반하는 투표 행태로, 비판받을 수 있고 비판받아야 한다.

성주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하여

성주군에선 홍준표 후보가 56.2%의 득표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지난 대선 박근혜 후보가 받은 득표율 86%에 비하면 무려 30%가 줄어든 것이다.
 성주군에선 홍준표 후보가 56.2%의 득표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지난 대선 박근혜 후보가 받은 득표율 86%에 비하면 무려 30%가 줄어든 것이다.
ⓒ 다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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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성주의 현재 정치지형과 정치의식이 어떠했는가 라는 사실에 대한 이야기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영남은 지역주의 구도의 수혜자였다. 과연 성주가 무엇을 수혜 받았느냐 반문할 수도 있지만, 탄압의 대상과 비난의 대상으로 지목되지 않았다는 점, 대구, 구미 등의 근교로 획득할 수 있는 무형의 자산 등으로 충분히 지역주의의 수혜자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보수당은 지역 조직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 부녀회, 농촌청년회, 조기축구회 등등 농민, 여성 청년 단체뿐 아니라 일반 사교, 교양모임에까지 당원들은 녹아들어 있으며, 조직화 되었다고 말함을 넘어서 당조직이 생활밀착형으로 결합을 넘어 통합되어 있다.

이러한 조직력은 농촌공동체의 형태에서 더 강한 결합력을 지니게 된다. 인구의 유입이 거의 없고, 청년세대는 유출 되어가는 상황에서, 농촌 노동력의 근원은 주민들의 결속에서 발생한다. 과거와 같은 전통적인 의미의 품앗이가 남아있으며, 설령 가격을 지불하고 노동력을 부리더라도 인적 네트워크가 필수적인 환경이다. 이 인적 네트워크의 힘을 빌리고 살아가기 위해선 당조직과 당원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인구유입은 전무하고, 농촌으로 회귀하는 지역청년들의 경험도 군대와 근교의 대구경북지역 정도로 한정되는 상황에서 타당의 지역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동력도, 동기도 없으며, 군민들이 이러한 비판적 정치사회화에 노출되는 경로도 한정적이다. 경험의 유입이 전무 한 상황에서 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보수당이 농촌의 현실을 해결해 줄 수 없고, 줄투표가 여전히 지역을 낙후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진술이 안타깝게도 그곳까지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통신과 교통의 발달이 이러한 변화의 동력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10년 전까지 동네에 케이블이 들어가지 않던 동네, 다른 통신사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는다고 한 통신사를 고집해야 했던 경험이 여전히 남아 있는 동네, 외지인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는 동네, 여전히 5일장이 들어서는 곳, 대부분의 학교가 분교, 폐교가 되어가고 아이가 울지 않는 동네인 곳에서 즉각적인 변화를 이뤄내기에는 아직까지 속도는 느리다.

이러한 교착과 관성이 강하게 남아 있는 곳이기에 지역 중심층인 중·노년층에 쌓인 반공주의 및 지역주의 구도가 있다. 나라가 정한 일을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무력감은 점층적으로 쌓인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다는 정치혐오도 같이 쌓인다. 성주읍에서 초전면으로 옮겨줬으니 좋다는 신민과 같은 태도는 덤이다. "나라에서 하는 일, 이만큼이나 편의를 봐줬으면 그만해야지"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게다가 주요정당은 지역 현안인 사드에 관하여 모호했다. 이 때문에 관성을 이기고 다른 선택지를 선택할 만큼의 용기를 얻지 못한 것일 테다. 자기 손으로 민주당계를 단 한 번도 찍어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더욱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신민이라 이야기해도 좋다, 그 비판은 감내해야만 한다.   

경북 농촌지역을 '고립'시키지 말아달라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 김학림(80)씨가 9일 오후 초전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 김학림(80)씨가 9일 오후 초전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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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답이 없다고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한다. 사드 하나의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 내 농촌이 겪고 있는 문제가 성주와 더 나아가서는 경북의 '선택'을 만드는 구조라 생각한다. 비판은 하되 포기하지 말아 달라, 사드는 성주에 안착하고, 경북은 5년간 입 닫으라고 이야기하지 않기를 부탁드린다. 지금도 고립되어있고, 고립되어가는 경북 농촌지역에 더 큰 고립을 주지는 말아 달라고 부탁드리는 거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그 답답함 속에서 변화한 3할, 지금까지도 촛불을 켜고 있는 사람들을 조금만 더, 관심 가지고 지켜봐 달라는 거다. 민주주의적 당위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과 설득, 그리고 농촌구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권리 위에 잠자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나는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겠다. 투표하지 않고는 바꿀 수 없다고, 무력감을 이기고, 지역에 고착화된 태도를 벗고 우리같이 이야기 좀 하고 공부도 해보자고 이야기 하겠다. 한 학생의 목소리가 뭐 그리 크겠냐마는 결과보다는 그 당위에 집중해보겠다. 그러니, 분노와 조롱을 조금만 낮춰주시기를 다시금 부탁드린다.

덧붙이는 글 | 정순형 시민기자는 성주 출신 대학생입니다.



태그:#성주,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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