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런 걸 두고 앓던 이가 쑥 빠졌다거나 얹혀 있었던 게 쑥 내려간 느낌이라 하는 것 같다."

박석용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장이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대통령선거 낙선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10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장이 10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장이 10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박 지부장은 누구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낙선을 바래왔다. 제19대 대통령선거 텔레비전 토론이나 유세 때 홍 후보가 옛 진주의료원 폐업을 거론하며 '귀족강성노조'라 할때마다 그는 "속이 부글부글 끌었다"고 했다.

홍 전 지사는 2012년 12월 19일 치러진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했고, 취임 3개월만인 이듬해 2월 26일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했으며, 그 해 5월에 폐업했다.

당시 홍 전 지사는 '적자'라거나 '귀족강성노조'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후 몇 년 동안 경남도청 안팎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시끄러웠다. 연일 집회가 벌어졌고, 고소고발에다 여러 소송도 진행되었다. 국회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두고 국정조사를 하기도 했다.

박석용 지부장은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기 위해 온갖 투쟁을 하다 고소고발을 당해 집행유예 등 처벌을 받기도 했다. 박 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4년 넘게 '진주의료원 재개원'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

폐업 발표 당시 180명이 넘었던 조합원은 이제 23명만 남아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생계투쟁'을 위해 계약직으로 일하거나 아르바이트, 가사업무 등을 하고 있다.

박 지부장을 비롯한 몇 명은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오직 '재개원'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시민노동단체와 야당 등으로 '서부경남 공공병원설립 운동본부'가 결성되었다.

운동본부는 이번 대통령선거 때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다른 정당 후보들한테 '진주의료원 재개원'을 담은 정책 제안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응답'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남지역 공약을 발표하면서 옛 진주의료원과 같은 성격의 '공공의료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그동안 투쟁과 활동에 대해, 일부 정치권이 '반응'한 것이라 보았다.

"공공의료병원 설립해 우리 명예 회복해 달라"

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장이 10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둘러봤다.
 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장이 10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둘러봤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박석용 지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나눈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서부경남에 공공의료병원을 설립해, 우리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홍준표 전 지사가 대통령선거에 나간다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대통령 선거 후보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출마한다고 하니까, 그때는 나가서 떨어지기만을 바랬다."

- 홍 후보는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는데.
"처음에 홍 전 지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업한 이유가 '적자'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강성귀족노조'라 말했다. 심상정 후보 등이 서울대병원 등의 사례를 들며 반박하기는 했지만, 홍 전 지사의 말을 들었을 때는 속이 부글부글 끌었고 답답했다. 강성귀족노조가 아니라는 사실은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다 밝혀졌다."

- '강성귀족노조'이란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우리 조합원들은 귀족도 아니다. 공무원은 7급만 되어도 연봉이 6000만원 넘는다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는 30년 근무해도 연봉이 4000~5000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가 무슨 귀족이냐. 그리고 진주의료원에는 노조가 생기고 나서 파업이 한번 밖에 없었다. 그런데 무슨 '강성'이냐. '보수 프레임'으로 가져가기 위해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을 한 것이라 본다."

- 그래도 경남에서 홍준표 후보가 1위를 했는데.
"개표 결과를 나타낸 전국 지도를 보니까 경남이 자유한국당 색깔인 빨간색이더라. 경남에서 홍준표 후보가 이긴 것처럼 되어 있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경남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차이는 0.5%다. 역대 대선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좁혀졌고, 큰 변화다. 그러나 아직도 홍 후보를 지지하는 도민이 있다고 하니 마음이 씁쓸하다."

- 선거기간에 홍 후보 낙선운동을 벌였는지?
"법적으로 낙선운동을 할 수 없어 드러내 놓고 못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경남도정에 대해 분석해서 지적했다. 가령 홍 후보는 '경남도 채무 제로'를 했다고 자랑했지만, 사업비를 없애고 시군에 주어야 할 예산을 주지 않아서 했던 것이라고 만나는 사람들한테 설명했다. 다른 지자체도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기초자치단체에 예산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채무를 갚을 수 있다. 그런 취지로 설명하니까 사람들이 알아듣기도 하더라."

- 봉하마을에는 왜 갔는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소식을 듣고 갑자기 가고 싶었다. 그래서 조합원과 함께 진주에서 차를 몰고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친구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때 서부경남권에 500병상 규모의 공공의료병원 개원을 공약했다. 그 약속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면서 노 대통령 묘소 앞에서 빌었다."

- 요즘은 어떤 활동하고 있는지?
"우리는 진주의료원 재개원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 서부경남 공공병원설립 운동본부가 결성되어 같이 활동하고 있다. 홍준표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진주의료원을 폐업시켰다. 재개원 투쟁하는 우리는 자존심 때문에 남아 있다.

우리는 결코 강성귀족노조가 아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부가 우리의 명예를 회복시켜 줄 것이라 믿는다. 그것은 홍준표 전 지사가 없앤 진주의료원을 문재인 대통령이 '서부경남 공공의료병원'으로 설립하는 길이 될 것이다."


태그:#노무현, #박석용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