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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전국교수연구자 비상시국회(시국회의)와 공동으로 '2017 새 민주공화국 제안' 연재를 시작합니다. 시국회의는 지난 2월28일 국회에서 '2017 민주, 평등, 공공성의 새 민주공화국 정치사회적 제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박근혜 이후 촛불 시민혁명의 뜻을 받들어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안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주권자 시민의 의지로 부패한 권력을 퇴진시키고 새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역사적 대선국면에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이번 대선이 반드시 반영해야 할 촛불시민혁명의 사회대개혁 의제를 시리즈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번 제안은 총 9차례에 걸쳐 칼럼형식으로 연재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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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20년 동안 노동시장 유연화 과정 속에서 비정규직 문제는 날로 악화되어 왔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적 과제는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비정규직 고용의 남발로 인해 꾸준히 증가하여 전체 피고용자의 절반을 넘어서는 비정규직 규모를 감축해야 한다. 둘째,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과 임금 등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며 양극화되고 있는 정규직・비정규직의 노동조건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셋째,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들을 보호하고 고용조건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비정규직 주체형성의 조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 권리입법을 추진하되, 지켜야 할 원칙들은 첫째, 2006년 식 노사 간 맞바꾸기가 아니라 비정규직 권리입법이 되어야 하고, 둘째, 비정규직의 내적 이질성을 인정하고 전체 비정규직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며, 셋째, 입법화의 실현 가능성과 실질적인 효과를 동시에 고려하며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시적 업무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비정규직 정책 대안의 기본 전제는 상시적 업무의 경우 국민 생명・안전 담당 업무와 함께 사용업체가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비상시적 업무에 한해 비정규직 사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고용안정성과 소득안정성의 책임을 상시적 업무의 정규직에 대해서는 사용업체가, 비상시적 업무의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사회가 분담한다.

그것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비상시적 업무의 수요 시점, 기간,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산업・업종별 광역 지역단위에서는 예측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해 비정규직의 총공급량과 사유제한 비상시적 업무의 총수요량을 관리하며 개별 수요와 공급의 매칭을 통해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개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용안정성과 소득안정성을 보장하도록 한다. 이러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위한 재정지출은 비정규직을 고용하지 않고 사용함으로써 비정규직 사용을 통한 노동력 사용의 유연성이라는 혜택을 전유하는 사용업체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공정하다.

상시적 업무 정규직 고용 원칙 위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비정규직 권리입법의 과제들로 노동자 개념 확대, 간접고용 노동자 사용규제, (초)단시간 노동자 보호를 꼽을 수 있다.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고 특수고용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

첫째 과제는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고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생산방식 변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해 기존의 고용관계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고용관계들이 등장하며 전통적인 노동자와는 다른 형태의 종속성을 지니는 노동자 유형들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로서 외양상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속성을 함께 지니기 때문에 전통적 유형의 노동자와 다르다는 이유로 노동법적 보호로부터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가 노동법・사회보장법상의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고용계약이 아닌 위임・위촉・도급계약 등 민・상법상의 계약을 체결하여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인 것처럼 위장하도록 하는 악의적인 사례들도 많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의 근로자 개념 정의를 확대하여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포괄적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현행 근로자 개념 규정들을 사용종속성 중심으로 협애하게 해석하고 있어(1994년 대법원판례) 관련 법조항의 개정이 필요하다.

노조법 개정이 상대적으로 더 절박하다고 할 수 있는데, 제2조 제1호를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다만,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자라 하더라도 타인을 고용하지 않은 자로서 다음 각 목의 1에 해당하는 자는 근로자로 본다. (가) 다른 사업주의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자"로 개정하여 경제종속성과 조직종속성도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규제 강화

둘째 과제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사용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서, 도급・파견 구분의 법제화와 불법파견 응징, 사용업체의 사용자 책임·의무 부과, 파견·용역업체의 책임・의무 부과로 구성된다.

용역노동에 대한 별도의 규제 장치가 없는 탓으로 도급을 위장한 파견노동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지만, 현재 법무부․노동부 공동의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과 함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설에 기초한 판례들에 의존하여 도급과 파견이 구분되고 불법파견 여부가 판단되고 있다. 이러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지침과 학설・판례들에 기초한 도급・파견 구분은 일관성을 지니기 어렵기 때문에 도급과 파견의 구분 기준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사용업체들은 현재 사용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상당정도 면제받고 있는데, 그 자체가 사용업체의 간접고용 노동자 사용의 핵심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용업체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고용하지 않고 사용함으로써 사용의 편익은 취하되 그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사용업체에 대해 사용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적정 수준에서 사회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상의 근로자 개념 확대에 상응하여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여 실질적 사용업체가 간접고용 노동자 사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분담하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노동3권을 보장 받음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정과 함께 소득불안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파견・용역 업체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고용한 고용업체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과 소득안정성을 책임지도록 하여 사용업체의 책임 분담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한편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고용안정성과 소득안정성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파견・용역업체는 노무제공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해야 하고, 사용업체에서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비파견 대기기간에도 고용업체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과제는 초단시간 차별처우 법규정을 철폐하고 시간비례보호원칙의 부정적 효과를 교정하는 것이다. 주당 15시간 미만을 노동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들에 대해 사회보험, 노동복지, 고용안정성 등에서 차별처우할 수 있도록 법제화되어 있는데, 산재보험을 제외한 고용보험,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의 의무 가입을 면제하고, 유급주휴일・주휴수당과 연차유급휴가・연차수당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1년 이상을 근무하더라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규정된 퇴직금의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사용업체들이 상시적 업무의 정규직 일자리를 쪼개서 다수의 초단시간 노동자들을 사용하는 것은 초단시간 노동 차별처우라는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단시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채택한 시간비례보호원칙이 차별처우를 보강하는 부정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비례보호원칙의 부정적 효과를 교정할 필요성이 있는데, 임금을 노동시간에 비례하여 지급하는 교환적 임금과 노무제공 여부에 따라 지급하는 보장적 임금으로 구분하여, 생활보장성 임금은 동등하게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

비정규직 권리입법은 상보적 노동시장 정책과 함께

비정규직 권리입법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우선적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비정규직 사용의 사회적 규제만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적절한 노동시장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 핵심에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강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시, 고용보험제도의 확충이 있다.

첫째,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강화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취업보장 방식의 고용안정성을 제공해야 한다. 영리목적의 노동력 중개사업은 구직자 재정부담과 불법파견 등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지만 구직자들이 유료 직업소개업체를 주로 이용하는 것은 공적·비영리 무료 직업소개업체들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를 빨리 알아봐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강화하여 중간착취를 해소하고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스웨덴을 중심으로 한 스칸디나비아모델은 바람직스런 대안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시하여 취업시 소득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등 노동조건의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처우를 금지하고 고용형태를 넘어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초기업 수준에서 실현하여 비정규직의 임금 등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비정규직 사용의 인건비절감 인센티브를 제거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정규직과 비교하여 차별처우를 받지 않고 동일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하더라도 고용불안정성의 차이는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고용불안정성 수당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고용안정성 결여를 물질적으로 보상하고 사용업체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고용의 사회적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여, 비정규직 고용 인센티브를 일정 정도 상쇄할 수 있다.

셋째, 고용보험 제도를 확충하여 비취업시 소득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비정규직은 고용보험제도의 비적용율이 60%를 넘는데, 고용보험제도의 적용율이 높은 정규직도 고용보험 수급기간이 짧고 소득대체율도 낮아서 고용보험 혜택을 받더라도 소득불안정을 겪게 되기 때문에 정리해고에 결사반대하는 한편 비정규직을 고용안정의 완충재로 간주하게 된다.

따라서 고용보험 구직급여 수급 요건을 완화하여 비정규직도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용보험 구직급여 수급기간을 12~24개월로 연장하고 구직급여를 소득보전율 70% 수준으로 증액하여 고용보험이 명실상부한 소득안정성 보장 효과를 지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국회의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4단체를 포함해 박근혜퇴진 촛불정국에서 전국의 4천여명 교수연구자들의 서명을 바탕으로 박근혜정권을 조기에 퇴진시키고 민주, 평등, 공공성의 방향으로 대한민국의 재구성을 위해 결성된 조직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가톨릭대 교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입니다. 이 글은 미디어오늘, 민중의 소리, 레디앙, 참세상에 중복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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