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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 나와서 이렇게 노가다로 일하는 것도 원통한데, 내 아들 냉동실에 넣은 것 보니까 원통해서... 생떼같은 내 자식을..."

이야기를 듣던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유 후보에게 이 얘기를 한 김상자씨는 거제 조선소 타워크레인 전도 사고로 사망한 하청업체 노동자 박성우씨의 어머니다.

박씨는 노동절이었던 1일, 해양플랫폼 마무리 작업을 위해 휴일에도 출근했다가 참변을 당했다. 800t급 골리앗크레인과 32t급 타워크레인이 충돌하면서 부러진 타워크레인 철골수평대가 휴게실을 덮쳤다. 이 사고로 박씨는 숨졌고 같이 현장에서 근무했던 박씨의 친형 철희씨를 포함해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1일 발생한 거제 조선소 크레인 전도사고로 사망한 박성우씨의 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가 눈물을 닦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1일 발생한 거제 조선소 크레인 전도사고로 사망한 박성우씨의 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가 눈물을 닦고 있다.
ⓒ 바른정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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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유 후보는 경남 거제 백병원을 찾았다. 거제조선소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들에게 조의를 표하고 유가족의 얘기를 듣기 위한 자리였다. 거제백병원은 이 사고로 숨진 노동자들이 안치된 곳이다.

"삼성중공업 구조대는 허수아비, 우린 노가다꾼"

유 후보를 만난 가족들은 사고 당시 미흡했던 삼성중공업의 응급조치, 열악했던 근무환경 등을 설명하며 슬픔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유 후보는 두 손으로 유가족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들었다.

참사를 직접 겪은 철희씨는 유 후보에게 삼성중공업 소속 응급구조대가 얼마나 무능했는지 설명하다 흐느꼈다. 그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자체 구조대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사고 현장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사고 당시) 삼성 자체 구조단은 없었냐"는 유 후보의 질문에 철희씨는 "사고 난 지 5분 만에 왔는데 구조활동을 못 했다. 사체를 보더니 참혹해서 움직이질 못하더라"라며 "정말 숨이 멎을 것 같은 분이 있어서, 정말 제 동생 먼저 구하고 싶었지만 그 분 먼저 구해 달라 했는데 어떻게 할지를 모르더라"고 흐느끼며 말했다. 그는 삼성중공업 구조대를 "허수아비"라고도 표현했다. 유 후보를 만난 또 다른 중상자도 "삼성 구조대는 시체를 보고 아무것도 못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열악했던 노동현장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철희씨는 마음껏 물도 마실 수 없었던 작업환경, 부족한 화장실 문제 등을 언급했다. 그는 "(현장에) 정수기가 없다. (삼성중공업) 박대영 사장은 데크마다 물이 있다는데 어디 물이 있냐. 3000명이 일하는데 정수기가 하나도 없다"며 "화장실은 두 개 있는데, 간이화장실 두 개라 생리 현상 해결하는데 15~20분씩 걸렸다. 잘못하면 바지에 오줌을 쌀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저희가 정말 농담처럼 그런다. 노동자기 때문에 노동절에 쉬고, 우리는 '노가다꾼'이니까 (노동절에) 나가서 일한다고"라고도 했다.

1일 거제 조선소 크레인 전도사고의 피해자 박철희씨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와 이야기를 나누며 눈물을 닦고 있다. 그는 이 사고로 함께 근무하던 친동생 성우씨를 잃었다.
 1일 거제 조선소 크레인 전도사고의 피해자 박철희씨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와 이야기를 나누며 눈물을 닦고 있다. 그는 이 사고로 함께 근무하던 친동생 성우씨를 잃었다.
ⓒ 바른정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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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후보 "원청업체 책임 강화하고 안전감독 확실히 해야"

희생자 조문을 마친 유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사고는 제가 봤을 때 원청업체가 삼성중공업인데, 골리앗크레인이고 타워크레인이고 원청에서 움직이는 장비니까 사고책임은 전적으로 원청에 있는 것"이라며 삼성중공업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죽음의 외주화'라 해서 온갖 위험한 일은 협력업체, 특히 비정규직들이 많이 담당하고 있다가 사망에 이르게 된다"며 "(협력업체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수준도 문제지만 안전이 심각한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유 후보는 "그 부분에 대해서 원청업체 책임을 강화하고 안전감독도 확실히 하는 게 필요하다"며 "경찰 수사에서 한 점 의혹 없이 제대로 밝혀졌으면 좋겠고, 책임 문제도 분명히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태그:#유승민, #19대 대선, #거제 조선소 크레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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