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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코앞입니다. 대통령 후보들은 저마다 국가 안보와 민생 안정을 위해 여러 가지 공약들을 내어놓고 있는데요. 모두가 자기 공약이 최고라고 주장을 하며 상대편 후보 공약들의 잘못된 점을 찾아내기 급급합니다. 들어보고 생각해보고 비교해보기보다는 어떻게 비판을 하여 깎아 내릴까를 고민합니다. 공약이 실현되어 일어날 파장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승리만 붙잡으려고 안달을 하는 꼴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대통령이 바뀌고 정책이 바뀔 때마다 점점 더 힘이 들어지는 건 우리 아이들입니다. 이 땅의 학교 제도에 얽매여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은 공교육이 바뀔 때마다 혼란에 빠집니다.

내 아이를 최고로 만들려는 엄마들의 치마 바람에, 우리 학교의 명성을 높이려는 선생님들의 극성에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폭풍을 맞습니다. 제도의 적합성이나 실효성을 따지기 보다는 1등을 만들어야 하는 목표만이 눈앞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코키 폴 그림, 밸러리 토머스 글/ 비룡소
▲ 마녀 위니 표지 코키 폴 그림, 밸러리 토머스 글/ 비룡소
ⓒ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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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위니>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여지없이 흔들리는 대한민국 교육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바뀐 제도에 적응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숨가쁨은  보지도 않은 채 그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즉흥적으로 바꿔나가기 바쁜 어른들의 이기심이지요.

이야기가 시작될 때 '마녀 위니'의 집은 온통 까만색입니다. 지붕도 벽도 천장도, 집 안의 모든 물건도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위니가 기르는 고양이까지 까만색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지요. 위니는 초록눈의 고양이가 눈을 뜨고 있지 않으면 까만 물건들 사이에서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까만 소파 위에 고양이 윌버가 자고 있으면 깔고 앉기 일쑤이고, 까만 카펫 위에 윌버가 자고 있으면 발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위니는 결단을 내립니다. 윌버의 색을 바꿔버리지요. 고양이 윌버가 자신의 색을 좋아하는지, 바뀌게 될 색은 좋아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고려도 없이 말입니다.

우리 교육의 현실도 이렇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의사 따위는 중요하지 않지요. 교육부가 원하면 원하는 대로, 사회가 원하면 원하는 대로, 스펙을 만들고, 학원을 다니게 합니다. '위니'도 그랬습니다. '눈에 잘 띄는' 윌버를 만들기 위해 초록색으로 만들어버리지요. 하지만 윌버가 풀밭에 있을 때 안 보여 다시 발에 걸려 넘어지게 되자 윌버를 '알록달록한 고양이'가 되게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삶도 이렇게 '알록달록'합니다. 뭐 그렇게 배울 게 많은지 학교가 끝나면 이곳 저곳 학원을 찾아다니기 바쁩니다. 원하는 것이든 원치 않는 것이든 사회가 원하는 그 무엇이 되기 위해 우리 아이들은 '알록달록' 해지기 시작합니다. 나만의 색을 갖지 못하구요.

위니는 윌버를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서 만족했지만 윌버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나무 꼭대기로 숨습니다. 하지만 새들이 윌버를 보고 깔깔 웃어대지요. 윌버는 슬퍼집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만들어진 자신의 모습은 진정한 자아가 아닙니다. 행복할 수 없지요.

자신의 모습이 까만 색이든 초록색이든, 흰색이든 알록달록하든 원래부터 자기였던, 자신만의 모습을 가질 때 가장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게 하는 획일화된 교육 아래 우리 아이들은 누구나 그저 기능화 된 알록달록으로 변하게 될 뿐입니다.

<마녀 위니> 피날레
▲ 알록달록해진 마녀 위니의 집 <마녀 위니> 피날레
ⓒ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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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녀 위니는 고양이 윌버를 사랑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우리 사회의 모든 이들이 사랑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드디어 깨닫습니다. 윌버를 바꿔놓기보다 윌버와 함께 살아가야할 '집'을 바꿔놓기로요. 마침내 마녀 위니의 집은 알록달록한 아름다운 집이 됩니다. 위니와 윌버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기에 알록달록한 집은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리고 위니는 다시 윌버를 까만 고양이로 돌려놓습니다.

다양성을 가진 아이들을 다양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성이 가득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위니의 알록달록한 집처럼요. 까만 아이든, 초록 아이든, 때로는 알록달록한 아이든 아이들을 바꿔놓기 보다는 그 모든 아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도 경제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빨간색이든 파란색이든 노랑색이든 모두 인정해주며 저마다의 것을 찾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갈 그런 대통령이 뽑혔으면 좋겠습니다.


마녀 위니

밸러리 토머스 글, 김중철 옮김, 코키 폴 브릭스 그림, 비룡소(1996)


태그:#마녀 위니, #교육, #획일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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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 보물들을 찾아 헤매는 의미 탐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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