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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을 뜨겁게 달구었던 박근혜, 최순실 사태는 모태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인 분당 아줌마들마저 움직이게 만들었다. 자녀교육, 맛집, 미용과 다이어트, 드라마, 연예인, 여행을 논했던 우아한(?) 그녀들이 손에 손에 촛불을 나눠들고 조용히 광화문으로 향하던 그날은 나에게도 충격이었다.

그날 우리는 서로의 체온으로 몸을 녹이며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 어미의 마음으로 탄핵을 외치고 구속을 노래했다. '이게 나라냐'를 외치는 저들의 외침에 부끄럽고 미안해 울고 또 울었다.

가지 않을 것 같았던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목이 터져라 외쳤던 그날의 바람대로 국민과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갈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가슴 속에 아직은 끄지 않은 촛불들이 토론회 내내 타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에게 이 소중한 촛불을 보태야 할까. 국민과 함께 그날 애타게 외쳤던 '그 나라'를 만들어 갈 후보는 누구일까. 국민은 진지하고 절박한데 토론회에 나온 후보들의 수준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런 와중에 터져나온 심상정의 말들은 아줌마들의 가슴을 울렸다.

"내 속이 다 시원" - "고통 알아주니 감동" - "남편도 인정"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4월 2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JTBC 토론 참석한 심상정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4월 2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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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종으로 보시지 않으면 그런 말씀 하실 수 없어요. 대한민국 모든 딸에게 이 자리에서 사과하십시오. 여성을 종으로 만드는 것이 스트롱 맨이가요? 수많은 여성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기회를 드릴 테니 사과하세요. 다시는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 홍준표 후보를 향한 심상정 후보의 말

"여자가 설거지하는 것이 하늘이 정한 일이라더니 금방 말 바꿔서 센 척 하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게 말이 돼? 참 나. 말이 안 통하는 사람에게 사과를 받아내는 걸 보니까 속이 다 시원하더라. 설거지가 여성의 몫이라니... 자기 딸은 집에서 설거지만 하고 사나? 아들이나 딸이나 똑같이 공부하고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버는 세상에서... 아니 맞벌이가 아니라도 그래. 외벌이면 남편이 설거지 도와주면 안 되는 거야?"

"토론회 보다보면 남자들이 더 답답하더라. 상대방이 뭐라고 하면 금방 발끈해가지고 얼굴이 굳어지고 자기가 원하는 대답을 해 달라고 애들처럼 떼를 쓰질 않나. 토론을 하러 나온 건지 말싸움을 하러 나온 건지... 애들 반장선거도 그보다는 신사적일 거야. 그래도 그 와중에 또박또박 할 말 하는 사람이 심상정인 것 같아. 똑똑하고 말도 잘하고 감정조절도 잘 하고. 그런데 지난번 스탠딩 토론할 때 보니 아줌마는 아줌마더라. 힘드니까 테이블에 배를 살짝 기대는데 아랫배가 통통하니... 우리들 보는 것 같아서 너무 친숙한 거 있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대문구 이화여대역 앞 대현문화공원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이정미 의원과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 사전투표 독려하는 심상정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대문구 이화여대역 앞 대현문화공원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이정미 의원과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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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그 심정 아줌마는 알지. 우리 애 가산 디지털단지로 출근하잖니. 오징어잡이 배. 그거 말할 때 눈물이 울컥 나더라. 공대 나와서 IT업체 취업했다고 좋아했더니만 실상 가보니 뭐 그런 회사가 다 있나 싶더라. 애가 집에 오질 않아. 분당에서 가산디지털단지까지 출퇴근 힘들어서 근처에 작은 원룸을 얻었는데 그나마 집에서 자는 날이 며칠 되지도 않는 거야. 거의 매일 야근이고 출퇴근이 없이 일을 한다는데 과로사할 것 같아 너무 걱정돼. 대기업만큼 월급도 주지 않고 일만 죽어라 시키고... 그런 고통을 누가 알까 싶었는데 그래도 알아주는 후보가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후원금 보내고 싶더라."

"나는 세탁기 발언에서 100% 공감했잖아. 먼저 군에 보낸 사람들은 몰랐지? 요즘엔 500원짜리 보내야 해. 예전엔 군대 가면 나라에서 입히고 먹이고 재워준다고 했는데 요즘은 달라. 매달 애 통장으로 용돈 송금해준다니까. 뭔 군대가 사비를 그렇게 써야하니? 보낼 수 있는 부모가 있는 애들은 또 그렇다 치지만 형편이 안 되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 군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이면 너무 안쓰럽잖아."

"잘 보면 알겠더라. 번지르르하게 말만 잘하는지 말속에 진심이 담겨있는지... 국민들도 바보가 아닌데 이젠 말 몇 마디로 속을 국민은 없다는 걸 알아야지. 초등학교 다니는 애들도 저 사람은 나쁜 사람같다고 금방 알아보더라. 아무리 SNS로 가짜 뉴스를 퍼 날라도 이제는 안 속아."

"근데 우리 언니는 다르더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나한테 이상한 가짜뉴스 보내서 자꾸 그러면 언니 전화번호 스팸처리 한다고 그랬잖아. 그래서 선거 끝날 때까지는 당분간 전화통화도 만나지도 않기로 했어."

"난 토론회를 보면 볼수록 찍을 후보가 없더라. 가족들하고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우리 아들이 사표 만들지 말고 심상정 찍으라는 거야. 자기는 지지하는 후보가 있어서 못 찍지만 엄마는 심상정 찍어서 선거자금이라도 회수할 수 있게 해 주라고. 내가 찍어주면 회수될라나? 회수만 될 수 있다면 찍어줘야지. 길에서 심상정 만나면 달려가 안아줄 것 같아. 우리 남편도 표는 주지 않겠지만 심상정 잘하는 건 인정하더라."

"우리 딸도 그러더라. 노동정책이나 복지관련 정책을 들어보면 심상정이 제일 분명하다고. 심상정이 대통령 되면 정말 달라질까? 박근혜 때문에 앞으로 100년간은 대한민국에 여자 대통령 안 나올 거라던데. 그래도 박근혜 때문에 망가졌던 여성이미지를 심상정이 많이 회복한 것 같아서 다행이야. 이정희처럼 얄밉게 똑똑한 것도 아니고 노동계답지 않게 푸근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아들도 훈훈하게 잘 키웠더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대문구 이화여대역 앞 대현문화공원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학생들을 격려하며 안아주고 있다.
▲ 학생들 안아주며 격려하는 심상정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대문구 이화여대역 앞 대현문화공원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학생들을 격려하며 안아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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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은 '정알못' 아줌마들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그동안 세상은 나 몰라라 내 자식 내 남편 내 집만을 챙기던 그녀들의 입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소리가 나온다. 정치가 이러면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도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저들 중에 누가 우리의 눈물을 담은 촛불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고통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후보는 누구일까? 숨죽여 살고 있는 소외된 자, 가난한 자, 외로운 자, 핍박받고 천대 받는 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정치인은 누구인가. 나와 내 아들딸 그리고 태어날 손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줄 사람은 누구인가. 고민이 적지 않다.

그 고민의 끝에서 부끄럽게 '나는 심상정이 좋아'라고 고백하는 분당 아줌마들이 늘어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민주노동당이 아닌 인간 심상정, 정치인 심상정, 아줌마 심상정, 여성 심상정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성 대통령 때문에 상한 마음을 치유해 주는 여성 정치인 심상정. 그녀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대문구 이화여대역 앞 대현문화공원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심상정 "삶을 바꾸는 대통령 되겠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대문구 이화여대역 앞 대현문화공원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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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19대 대통령선거, #대선토론회, #심상정, #심블리, #줌마크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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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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