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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후보들에게 SNS를 영리하게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모든 유권자가 SNS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놀라운 영향력은 입증된 지 오래다. 언론사는 대선 후보자 토론회를 SNS 플랫폼을 통해 중계하면서, 유권자들이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누는 공론의 장을 꾸린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다. 후보자들은 직접 SNS 계정에 본인의 생각을 드러내며 유권자들과 쌍방향 소통을 이룬다.

그래서 후보들은 홍보팀을 크게 꾸려 SNS를 통한 홍보에 몰두하고 있다. SNS계의 고전인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넘어,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유튜브, 네이버 TV까지로 발을 넓혀, 온라인상 유권자들을 만나고 마음을 얻고자 고군분투한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패러디한 <심상정의 심부름 센터>.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패러디한 <심상정의 심부름 센터>.
ⓒ 심상정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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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주요 대선 후보 중, SNS를 가장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후보가 있다. 바로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다. 심 후보의 'SNS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이은 2위다. (문 후보 50만 6654명, 심 후보 23만 9327명, 페이스북 기준)

문재인 후보는 유세 현장을 생중계 하거나 유세 일정을 전달하는 등의, '공적 홍보'를 위해 페이스북을 활용하고, 후보의 일상 사진을 공개하는 '사적 홍보'에는 인스타그램을 활용한다. 문 후보가 이러한 이원화 홍보 전략을 사용한다면, 심상정 후보는 SNS 플랫폼의 성격을 불문하고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영상 콘텐츠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쏟아낸다. 특히, '해시태그'를 기반으로 한 인스타그램 환경에서 각종 별명과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젊은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심상정 홍보실은 뭘 먹고 자라서 이렇게 재치가 넘칠까?' 궁금했다. 지난 4월 30일 오후, 심상정 캠프 SNS본부 이석현 부본부장을 만나 그 속내를 들여다봤다. '정치인의 트렌디한 SNS 활용'을 주제로 한 만큼, 기자 역시 트렌드에 맞춰 SNS를 활용해 인터뷰하고, 다수의 '유행어', '온라인 용어'를 사용했음을 알린다.

심상정 캠프 SNS 부본부장 "늘 심블리 주시"

자기소개부터 예사롭지 않다. 심상정 후보의 인스타그램 아이디 '@simparazzi'를 본 뜬 '심파라치'의 정체는 심상정 캠프 SNS본부 이석현 부본부장이었다. 이 부본부장은 "직책이 겁나 길다는 건 별로 영양가 없는 사람이란 뜻이다"라는 소개를 덧붙였다.

이 부본부장은 본인의 업무에 대해 "늘 '심블리'를 주시하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심블리를 사랑해줄까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닉네임은 '심파라치'(Simparazzi), 본명과 직위는 심상정 SNS본부 이석현 부본부장이다
 그의 닉네임은 '심파라치'(Simparazzi), 본명과 직위는 심상정 SNS본부 이석현 부본부장이다
ⓒ 남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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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하기 참 어려운 시대다
 선거하기 참 어려운 시대다
ⓒ 남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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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시대에 선거하기 힘듭니다". 비단 심상정 캠프만의 절규는 아닐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캠프는 다양한 SNS 플랫폼에 퍼져있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바쁘다. 이 부본부장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 카카오플러스친구, 네이버TV, 유튜브까지 모두 담당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홍보팀의 업무량이 매우 막중할 것이라 생각되어, 심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를 활용한 위로를 건넸다.

이 부본부장은 "콘텐츠의 물량보다도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지지자 분들을 조금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아서 저희가 욕심을 많이 내는 편"이라고 기자의 걱정을 잠재웠다.

홍보팀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콘텐츠는 '심상정 화났다. 국정감사 폭풍 사자후 작렬' 영상과 '"저는 지금 청계광장에 나갈 준비를 합니다" (히트텍 CF 패러디)' 영상이었다. '사자후' 영상은 2015년 9월 공개되어 24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이는 일 잘하는 국회의원 심상정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촛불시위와 대선국면에서는 '히트텍 패러디 영상', '심상정 네루미('포켓몬스터' 캐릭터) 영상' 등 재기발랄한 콘텐츠를 제작해 유권자에 친근하게 다가갔다.

이 부본부장은 "최근에는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에게 "그렇게 살지 마시라"고 했던 영상이 최고치를 매일 경신중이다"라며 심 후보의 토론회 활약에 뿌듯함을 자아냈다. 이 부본부장은 "홍보팀에서 토론를 지켜보며 대략의 스크립트를 작성해놓고, 매력적인 부분을 선택해 3분 내외로 줄여 제작한다"고 덧붙여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심상정의 스물 세번째 아이덴티티가 깨어나는 순간, 그는 대통령이 된다.
 심상정의 스물 세번째 아이덴티티가 깨어나는 순간, 그는 대통령이 된다.
ⓒ 남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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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블리', '심장군', '심크러시'. 별명이 참 많은 후보다. 사실 이 별명의 탄생엔, 지지자들을 향한 홍보팀의 끝없는 '최면술'이 한몫했다. 이 부본부장은 이 별명들에 대해, "'심블리'는 후보의 깜찍한 외모에서, '심장군'은 후보의 카리스마 넘치는 사자후에서, '심크러시'는 위급할 때 전화하면 '거기 어디니, 내가 갈게'라고 말해줄 것만 같은 든든함에서 따온 별명이다"라고 설명했다.

30대 4명-20대 9명으로 구성, '젊은 감성' 파고든다

홍보팀은 안철수 후보의 '아재개그'와는 품격이 다른 유머를 약속했다.
 홍보팀은 안철수 후보의 '아재개그'와는 품격이 다른 유머를 약속했다.
ⓒ 남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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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후보의 홍보 전략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 부본부장은 "홍준표 후보의 '홍카콜라 1탄'은 제작자의 센스가 돋보인 영상이었다"고 칭찬하면서도 "그래도 홍보는 우리가 제일 잘한다"고 자부했다. '홍카콜라' 영상은 '할 말은 하는 홍준표 후보'라는 콘셉트 아래 제작되어, 홍 후보의 TV토론 활약상을 담았다.

안철수 후보의 유머에 대해서도 의견을 건넸다. 이 부본부장은 "누구에게나 표현의 자유와 아무말이나 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아재들의 귀여움을 포용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아재개그'는 기본적으로 권력적 우위에 있을 때나 가능한 개그다"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지난 11일 "제가 가끔씩 아재 개그를 하는데요, 주위 사람들이 자꾸 말린다"면서도 굳이 "대머리가 되면 생기는 매력이 있답니다. 아십니까. 그게 헤어날 수 없는 매력이랍니다"라는 개그를 던져 '외모 차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부본부장은 기존 권력구도를 무너뜨리는 심상정 캠프의 고품격 드립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렇다. 심 후보는 트렌디한 빠른59년생이었다.
 그렇다. 심 후보는 트렌디한 빠른59년생이었다.
ⓒ 남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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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4명, 20대 9명으로 구성된 홍보팀과 올해 58세인 심 후보 사이에 세대차이는 없을까. 후보와 홍보팀의 호흡은 뛰어났다. 심 후보는 '빠른 59'라서(?) 노잼과 유잼을 구별하는 감각이 뛰어났다. 결정적으로 심 후보는 홍보팀이 시키는 모든 일을 다 하기 때문에, 갈등은 없다고 한다. 심 후보는 홍보팀의 젊은 감각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저 나이만 젊다고 무조건 '드립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비교적 젊지만 'HUMOR'에 'H'자도 모른다. 이들 홍보팀 어벤져스 드립력의 원천은 바로 '해학의 민족성을 기반으로 한 집단지성'에 있었다. 이 부본부장은 SNS 해시태그 드립의 형성 과정을 설명했다. 1) 후보의 귀여운 사진을 단체 카톡방에 올린 뒤 2) 백일장을 시작한다(feat. 국가대사). 팀원들이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던 드립 주머니를 터트리는 판을 형성하는 것이, 이 부본부장의 역할이다. 한 줄의 해시태그 뒤에 숨은 치열한 노력이었다.

'드립 신' 이 부본부장도 '띵문'이 무슨 말인지 몰라 검색을 하고왔다고 했다. '띵문'이란 '머리가 띵해질 정도의 명문'을 말한다.
 '드립 신' 이 부본부장도 '띵문'이 무슨 말인지 몰라 검색을 하고왔다고 했다. '띵문'이란 '머리가 띵해질 정도의 명문'을 말한다.
ⓒ 남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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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후보의 SNS에는 드립만 넘쳐나는 것이 아니다. 후보는 거의 매일 진중한 장문의 글을 올려 생각을 전한다. 이는 심 후보가 직접 작성하는 것이며, 일정이 바쁠 때는 메시지 팀에서 받아 쓴다. 독수리 타법을 구사하는 심 후보가 그 정도로 긴 글을 쓰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 부본부장은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의 진리를 잘 알고 있었다. 선플을 받든 악플을 받든, 정치인은 SNS 공간에서 주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홍보팀은 악플과 선플이 교차되며 공론의 장이 만들어지는 상황을 긍정했다. 홍보팀이 이 상황을 긍정할 수 있는 데엔, 심 후보의 강철 멘탈이 작용했다. 이 부본부장은 "(후보가) 악플을 다 보지만, 쿠크가 1도 깨지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지나온 길을 떠올려보면, 쉽게 흔들릴 멘탈이 아니다"라고 자평했다. 심 후보는 노동현장에서 25년을, 진보정치에서 14년을 보냈다.

"상정찡은 저희가 시키면 다 합니다"

심상정 후보의 SNS 홍보에 큰 공을 세운 홍보팀은, 대선이 끝나면 각자의 길을 갈 예정이다. 심상정의 SNS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쉬워는 마시라. 이 부본부장은 혹여 심 후보가 삼청동이 아닌 여의도로 돌아가더라도, 드립은 계속될 것이라 약속했다.

심상정 캠프 SNS본부 이석현 부본부장과의 유쾌 발랄한 인터뷰가 끝난 지난 1일, 홍보팀은 자신만만한 인터뷰를 증명해내기라도 하듯 또 하나의 히트작을 탄생시켰다. 바로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패러디한 <심상정의 심부름 센터>. 심 후보는 노란색 쫄쫄이를 입고 등장해 자신의 노동 공약을 유쾌하게 전달했다. 이 영상은 공개된 지 반나절만에 41만 조회수(페이스북 기준)을 기록했다.

바로 전날 홍보팀의 수장과 대화를 나눈 기자는, 이 영상이 어떻게 제작이 되었을지 머리 속에 그려져 웃음이 지어졌다. 추측건대, 심상정 후보는 홍보팀의 요구에 별다른 저항 없이 노란색 쫄쫄이를 입었을 것이다.




태그:#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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