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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의 등대'라는 말이 있다. IT업체가 몰려 있는 서울 구로디지털단지는 늘 야근 조명이 밝아 마치 '등대'같다 하여 생긴 말이다. 밤새도록 사무실 붉을 밝히는 IT업계 노동자들은 집어등을 켜고 작업을 하는 오징어잡이 어부에 자신들을 비유하기도 한다.

이처럼 IT업계에 '집어등'을 켜는 원동력은 노동자의 의지나 큰 인센티브가 아닌 포괄임금제 탓이라는 지적이 공감을 얻고 있다. 지난 1일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보통 사람은 아침 9시에 출근해서 17시에 퇴근한다. 17시 이후에 근무를 시키면 연장근로이기 때문에 수당을, 휴일에 일하면 휴일수당을 줘야 하고 22시 이후엔 야간수당을 주도록 돼 있다. 그런데 보통 IT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은 한 달 동안 총연장 근로를 20시간 하는 것으로 '퉁쳐서' 얼마를 임금으로 받는 것으로 한다. 그런데 실제 일하는 것은 20시간에 3, 4배가 넘는 그런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 19대 대선톡 그것이 묻고싶다


'공짜 초과근무' 부르는 포괄임금제

포괄임금제는 연장·휴일·야간근로에 대한 수당을 일정액으로 미리 정한 후 이 수당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시간을 초과근무할 것으로 예상해 20만 원이란 고정액을 월급에 포함해 받는 것이다. 기본임금을 정한 뒤 여기에 연장·휴일·야간근로에 대한 가산수당을 산정해 지급하는 보통 근로계약과는 다르다.

문제는 예상보다 초과근무가 많아질 때다. 보통 근로계약에선 추가 근무 한 만큼 돈을 더 받지만, 포괄임금제 하에선 더 일해도 정한 금액밖에 받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살인적인 추가노동을 부르게 된다. 추가 노동이 많아지면 사업주가 지급해야 하는 추가 수당도 많아져, 추가 노동을 덜 시키게 되는데 포괄임금제에선 추가 수당에 대한 부담이 덜 하기 때문이다.

기존 수당체계와는 다르다 보니 근로기준법에는 포괄임금제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대신 대법원 판례에 따라 아파트 경비원·택시기사·해외건설현장관리직원 등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직종 등에 한정해 인정된다. 그런데 실상은 IT업계는 물론 사무직, 전문직 등 많은 분야에서 포괄임금제를 사용하면서 살인적인 추가근무를 낳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너도나도 노동시간을 줄이겠다고 공약하고 있는 대선후보들은 살인적인 추가노동을 부르는 포괄적 임금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심상정, 안철수만 '포괄임금제' 개선 약속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포괄임금제 개선에 한 목소리를 냈다. 심 후보는 지난 2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민월급 300만 원 시대를 열겠다"며 포괄임금제 폐기를 약속했다. 심 후보는 "우리의 임금체계는 수당백화점이다. 비정규직 임금 차별 수단으로 악용되는 포괄임금제를 폐기하고, 기본급 비중을 올리고 복잡한 수당을 줄이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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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는 공약집을 통해 "연평균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해 근로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겠다"며 포괄임금제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안 후보가 경영했던 안랩에서 수십 년째 포괄임금제를 시행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포괄임금제 금지엔 부정적이다. 대신 연간 초과근로시간의 한도를 정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월 25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유승민 대선 캠프에서 정책을 맡은 이종훈 전 의원은 "연간 초과근로시간의 한도를 정하고 사용자에게 근로시간 기록 및 보존의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이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는 방식보다 더 효과적"이라며 "우리가 구상한 대로 규제를 하면 기업이 포괄임금 계약을 맺기 어렵고 야근도 확실히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포괄임금제에 대한 별다른 발언이 없는 상태다.


태그:#포괄임금제, #안랩, #심상정, #안철수,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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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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