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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구 ㄱ학교법인, ㄴ학교법인 이사장과 관계자 등 7명이 교사 채용을 대가로 1억 원에서 많게는 2억 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전과 세종에서 5개 중·고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성학원에서도 대규모 교사 채용비리가 드러나 이사장과 관련 교사 등 25명이 재판에 넘겨진 바 있고, 광주 낭암학원과 서울 상록학원에서도 교사채용 비리가 드러나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사학의 교사 채용비리는 이제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상황이 됐다. '국영수 교사는 1억원, 예체능 교사는 1억5천만 원에 매관매직된다'는 풍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어디 교사 채용비리뿐이랴? 시설비리, 급식비리 등 온갖 파렴치한 비리는 물론이고, 이재용 삼성 부회장 아들의 영훈국제중 부정입학과 최순실 딸의 이대 부정입학에서 보듯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사학비리에 국민들의 공분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사학비리는 아이들의 꿈을 훔치는 도둑질이다. 또 교직원들에게는 영혼 없는 삶을 강요하는 몹쓸 짓이다. 대체 왜 비리의 온상이자 부패종합세트라 불리는 사학비리는 시간이 가도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예방과 처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행 사학법은 사실상 법인의 특권과 반칙과 전횡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4월 25일에는 광주에서 열린 토론회
▲ 사립학교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4월 25일에는 광주에서 열린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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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있으면 학교 설립 가능하고 법인 이사장 될 수 있어

교육은 국가의 기본책무이고 공공재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한때 정부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무나 돈만 있으면 학교를 설립,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다 보니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 눈독 들인 사람들까지 앞 다투어 사학을 설립했고, 그런 이유로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로, 아니 기형적인 수준까지 사학의 비중이 높아졌다.

교육청과 국회 등 이곳저곳에서 크고 작은 사학 관련 토론회가 이어지고 있다. 사학도 이제는 성역의식, 특권의식을 버리고, 건전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5일에는 광주광역시에서 촛불정국 이후, 새로 들어설 정부에서는 '사립학교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우선 설립자 및 학교법인 이사장의 자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사와 교장에게는 전문성 있는 자격을 요구한다. 그런데 교사와 교장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하는 설립자와 이사장에게 아무 자격도, 어떤 전문성도 요구하지 않고 역량 강화 차원의 어떤 연수도 없다는 게 말이 되냐는 것이다.

일부 이사장들은 급여가 없다 보니 자꾸 교사 채용비리 공사비리, 매점 및 수학여행 비리 등 크고 작은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며 차라리 법인이사장들에게도 업무추진비 성격의 일정 정도 급여를 주되, 비리를 저지르면 영구 퇴출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고질적인 비리를 저지르는 부패사학은 과감하게 국공립화하자고 한다.

또 희망하는 사학에 대해서는 국가가 적극 인수하는 출구 전략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서울 강남의 한 이사장은 "나는 교육을 잘 모르는데 장남이라는 이유로 학교를 물려받았다"면서 "현행법상 팔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국가에 기증하자니 솔직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가에 기증하면 일정 정도 포상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학도 이제는 성역의식, 특권의식을 버리고, 건전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달라져야 한다"
▲ 사학의 투명성 강화 및 공공성 확보 위해서는 ’공영형 사학‘으로 나아가야 "사학도 이제는 성역의식, 특권의식을 버리고, 건전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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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의 투명성 강화 및 공공성 확보 위해서는 '공영형 사학'으로 나아가야

현재는 학교법인에 과도한 권한이 주어져 있다. 사학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다. 따라서 이를 분산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현재 대부분의 사립학교는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학교운영 및 인사(임용과 징계)에 교육청이 일정 정도 관여하는 '공영형 사학'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교육청이 함께 운영하고 함께 책임진다는 태도로 사학의 투명성 강화 및 공공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교사 채용비리 등 사학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교육청들은 해당 사학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고 행·재정적 제재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교육청 차원에서 사학 비리 근절에는 한계가 있다. 인사권이 사학법인에 있기 때문에 교육청이 교사 채용 등 인사에 개입할 권리나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몇몇 교육청들은 사학의 교사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교원임용 교육청 위탁 채용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전북의 경우, 모든 사학법인들이 교사 임용시험 일부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인사권 침해'라며 거부반응을 보이던 법인협의회는 '사립학교 교사들의 인건비도 국고로 지원되는 만큼 최소한의 공정성은 확보돼야 한다'는 전북교육청의 설득과 요구를 수용했다. 대신 임용시험 관련 비용은 전북교육청은 전액 부담한다. 전북교육청은 관계자는 "지난 1월 첫 공동 전형의 최종 합격자 47명을 분석한 결과 법인 이사장 등의 친인척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험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필기시험 합격자가 최대 7배수인 것은 공립과 비교할 때 너무 넓고, 2차 수업 시연과 3차 면접 등 나머지 시험 과정은 여전히 사학법인에 맡겨져 있다는 점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우리들은 민주적인 사학법 개정이 정말 절실한데, 대선후보들의 공약에도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정치권은 참여정부 때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아니면 이미 치외법권적 성역이 된 사학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인지 사학법 개정에 선뜻 나서려 하지 않고 있다”
▲ 국회에서 열렸던 사학관련 토론회 “우리들은 민주적인 사학법 개정이 정말 절실한데, 대선후보들의 공약에도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정치권은 참여정부 때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아니면 이미 치외법권적 성역이 된 사학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인지 사학법 개정에 선뜻 나서려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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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위원회에 교육청 공무원 등이 당연직으로 참여해야

투명성과 공정성을 좀더 높이기 위해서는 사학도 국민 혈세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니 마땅히 개방형 이사처럼 인사위원회에 교육청 공무원 등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많은 사학들은 여전히 사학의 자율성을 주장하며 공동전형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은 "사학의 자율성은 허울 좋은 핑계일 뿐 실상은 교사 채용하면서 뒷돈을 받겠다는 심사 아니냐"며 꼬집고 있다. 학생들과 교직원을 볼모로 국고 지원받으면서 어떤 곳보다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교사채용 등 인사에서는 교육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청 감사관실은 수사권과 계좌추적권이 없기에, 솔직히 교사채용 비리를 적발하려 해도 비리를 저지른 사학법인이 서류를 조작, 은폐하거나 핵심자료를 내놓지 않으면 적발이 쉽지 않고 검찰에 고발해도 증거 부족 등으로 처벌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사학법을 개정하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 교문위 안민석 의원은 "사립학교 교원채용은 국민적 불신과 의혹의 대상"이라며 "우선 시험 위탁, 공동 시험 등을 시행하고,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인사위원회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실은 사학개혁국본 등 시민단체 의견을 받아들여 '임원 구성 관련, 개방이사 관련 조항 강화와 임원, 학교의 장, 교원의 임명 제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김동국 전교조 사립위원장은 "사학법인의 전횡과 비리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부실한 사립학교법 때문"이라며 "교육 적폐의 하나인 사학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학법 개정에는 법정의무분담금 미납 부실 사학 제재 방안, 신규 채용 비리 근절 방안, 비리법인 영구아웃제–학교 회계 부정 사용시 우선 국공립화 전환 추진, 교육청 지도 감독 권한 강화 방안,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폐지 또는 축소 또는 초중고의 경우 시도교육청으로 권한 위임), 대학평의원회(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기구화 등도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학비리는 아이들의 꿈을 훔치는 도둑질이다. 또한 교직원들에게는 영혼없는 삶을 강요하는 몹쓸 짓이다"
▲ 하나고 관련 기자회견 "사학비리는 아이들의 꿈을 훔치는 도둑질이다. 또한 교직원들에게는 영혼없는 삶을 강요하는 몹쓸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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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개정을 위한 다양한 전략 모색 및 조직화 작업 뒤따라야

새 정부 들어서면 사학법 개정이 되지 않겠느냐며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면 개정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서 김명연 상지대 교수는 "종래 사학법 개정과 관련하여 사회적 갈등과 반목으로 사학법 개정에 트라우마가 없지 않다"며 입법 전략으로 '사학부패방지법'을 별도로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고, 교수노조와 사교련 등에서는 '사립대학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학교 교사는 "우리들은 민주적인 사학법 개정이 정말 절실한데, 대선후보들의 공약에도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정치권은 참여정부 때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아니면 이미 치외법권적 성역이 된 사학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인지 사학법 개정에 선뜻 나서려 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재 '사립학교의 민주화'에 대해서 심상정 후보, 김선동 후보는 부실 사학과 비리 사학의 공립화에 찬성하는 입장이고, 문재인 후보는 사립학교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강화하는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승문 서울시교육자문관은 "노무현 정부 때 사학법 개정을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악법과 함께 처리하려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한 뒤 "새 정부에서는 사학법 전면 개정보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들부터 부분 개정하고, 독소조항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방식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질적 비리사학에 대해서는 특검하듯이 사학비리를 뿌리뽑자"고 덧붙였다.

나인환 광주교육희망넷 집행위원장은 "현행 사학법 16조의 인사권을 어느 정도 교육청으로 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문을 연 뒤 "부패사학 및 재정건전성이 열악한 사학이 국가에 기부채납하면 그 법인의 명예와 소정의 재산을 일정 정도 환원해주어 전체적으로 사학의 숫자를 줄여나가"고 제안했다. 또한 "새 정부에서 사학법 개정을 사회적 의제화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와 함께 추동할 수 있는 조직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학비리척결을위한광주시민대책위
▲ 광주 S여고 사태는 알고 보면 사학비리 사학비리척결을위한광주시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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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사학의 투명성 강화, #사학의 공공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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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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