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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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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달린 애상추 비빔밥, 입안에서 녹습니다.

늘 바쁜 아내. 저녁 늦게 퇴근하고, 아침에 서둘러 직장에 나가느라 텃밭 둘러보는 시간도 없습니다.

모처럼만에 아내가 밭에 나왔습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다 씨 뿌려놓은 상추밭에 눈길이 꽂혔습니다.

"아니, 상추씨가 바글바글 올라왔네! 세상에, 모를 부었구먼!"
"술술 뿌렸는데, 죄다 싹이 텄네!"
"본 잎이 삐죽비쭉. 솎아 먹어도 되겠어요!"
"이 어린 걸 솎아 먹는다고?"
"애상추가 얼마나 맛있는데 그래요!"


바람에 날아갈 것은 작은 상추씨에서 싹이 잘도 텄습니다. 씨 뿌리고 때맞춰 비가 내려 발아가 잘 되었습니다.

아내는 빽빽하게 올라온 상추를 뿌리 째 솎습니다. 어릴 때 솎아줘야 싸우지 않고 잘 자랍니다.

뽑아낸 상추가 너무 여립니다. 아내는 뽑아낸 상추를 흙을 털어 손질합니다. 뿌리를 잘라낼 것도 없습니다.

너무 연한 탓에 조심스럽게 살살 씻습니다. 대여섯 차례 헹궈내니 뿌리에 흙이 씻겨나가 깨끗해졌습니다.

아내가 계란을 찾습니다.

"애상추론 뭐 할 거야?"
"계란 프라이 넣고 고추장 비빔밥!"

뿌리째 달린 애상추를 넣어 밥에 비빌 모양입니다. 고추장에 비며먹으면 맛날 것 같습니다.

따끈한 밥에 상추, 계란 프라이를 넣고 고추장, 참기름 술술 뿌려 쓱싹 비빕니다. 근사한 비빔밥이 되었습니다.

비빔밥 속의 애상추가 씹힐 것도 없이 입에서 사르르 녹습니다. 부드럽고 풋풋한 맛 그대로입니다.

아내는 좀 남은 애상추로 쌈을 싸서 먹어봅니다. 손바닥 가득 애상추를 올려놓고 밥과 고추장을 얹어 먹습니다. 입이 미어져라 먹는 모습이 우습습니다.

"여보, 이런 애상추쌈을 뭐라 하는지 알아요? 주먹쌈이라는 거예요."

주먹쌈이라는 말이 그럴 듯합니다.

상추는 더 자라면 솎아 뿌리를 잘라 손질해서 먹고, 상추밭이 제대로 갖춰지면 겉잎부터 차례차례 따 먹습니다.

상추가 우리 집 식탁에 두어 달은 자리를 차지할 것 같습니다.



태그:#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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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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