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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들의 신분해방운동 정신을 기리는 '형평문학상·지역상' 올해 수상자가 가려졌다. 형평문학상(상금 2000만원)은 황인숙 시인(시집 <사랑할 것이 너무 많아서>), 형평문학상 지역상(상금 500만원)은 최영효 시인(시집 <죽고 못사는>)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17일 형평문학선양사업회(회장 김언희)는 형평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포함해 올해 형평문학제 계획을 확정지었다. 형평문학제는 오는 22일 백일장을 시작으로 1주일 동안 다양한 행사가 진주 일원에서 열린다.

형평(衡平)운동은 1923년 4월 25일 진주에서 조직된 '형평사'의 활동을 가리키는 것으로, 백정들이 '저울(衡)처럼 평등한(平) 사회를 지향하며 만든 단체(社)'다.

진주시와 형평문학선양사업회는 "'백정'이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 철폐와 인권존중, 평등대우를 주창하는 것이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 평등'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일깨우는 활동이었다"며 해마다 4월에 형평문학제를 열어오고 있다.

형평문학상은 황인숙 시인의 <사랑할 것이 너무 많아서>가 뽑혔다. 심사는 고형렬 시인과 나희덕 조선대 교수, 이영광 시인이 있다.

심사위원들은 "황인숙 시인은 인간을 연민하고, 우리가 짐승이라 부르는 '생명'을 정성으로 돌본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뭇 생명 사이에 거리와 차별을 둘 줄 모른다는 점에서 이 시집의 숨겨진 목소리는 형평운동의 인간해방 정신에 저절로 닿아 있기도 하다. 동병상련은 모호한 마음의 움직임이지만, 생명의 존엄과 무게를 재는 데 있어 '저울처럼 정확한 평등'의 척도이다"고 했다.

또 심사위원들은 "10여 년만에 나온 황인숙 시인의 <사랑할 것이 너무 많아서>는 후보작들 중에서 어찌 보면, 가장 빛나지 않는 시집이다"며 "'진짜 빛은 번쩍거리지 않는다'는 오랜 지혜를 이 시집에서 확인했다고 믿는다. 생의 곤궁이 꺾지 못할 무욕의 정진, 세상의 남루한 거리에 살며 제 빛을 제가 모르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화광동진(和光同塵)의 길에 경의와 축하를 드린다"고 했다.

황인숙 시인은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로 등단했고, 1999년 동서문학상, 2004년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그동안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슬픔이 나를 깨운다>,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등이 있다.

형평문학상지역상은 최영효 시인의 시집 <죽고 못사는>이 선정되었다. 지역상 심사는 장철문 순천대 교수와 장만호 경상대 교수가 했고, 10명의 시인을 대상으로 했다.

심사위원들은 "최영효 시인의 세 번째 작품집인 <죽고 못사는>에는 정형시의 한계와 가능성을 고민하고, 그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사유와 실험으로부터 미학적 영역을 확보하고자 하는 시인의 절치부심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며 "최영효는 이 작품집에서 인생에 대한 관조보다는 삶의 치열함을, 균형과 절제의 시선보다는 생활 현실의 실감을 핍진하게 드러내고자 한다"고 했다.

형평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28일 오후 6시 진주시청소년수련관 다목적강당에서 열리고, 형평문학 전국학생 백일장, 시민생활글쓰기대회, 디카-시 백일장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도 같이 열린다.

올해 형평문학제 행사 일정은 다음과 같다.

△형평문학 전국학생백일장-22일 오전 10시 남강야외무대, △시민생활글쓰기대회-22일 오전 10시 남강야외무대, △디카시 백일장-22일 오전 10시 남강야외무대. △문학인초청강연(박종현 시인)-25일 오후 7시 형평문학회 사무실, △이성복 시인 초청 강연-26일 오후 2시 경상대, △방만호 서울대 교수 등 참여 형평문학포럼-28일 오후 2시 경상대, △형평문학상 시상식-28일 오후 6시 진주청소년수련관.

진주성 정문 앞에 있는 형평운동기념탑.
 진주성 정문 앞에 있는 형평운동기념탑.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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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형평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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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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