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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이겨낸 매향이 서려/ 함부로 흩날리지 않는 예향의 땅/ 통한의 세월 지나, 봄빛 가득하건만/ 나비의 상흔 가슴에 남아있네// 평화의 나비여, 힘껏 날아라!/ 가난한 두 손에 쌀밥이 꽃 피려니/ 소녀여, 굴곡의 땅 딛고 일어나/ 광장의 불꽃으로 피어라
-예산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추모시 전문

정대협 창립멤버이자 ‘위안부’운동의 선구자인 김혜원 선생이 예산여고 학생들과 예산평화의소녀상 건립을 기뻐하고 있다.
 정대협 창립멤버이자 ‘위안부’운동의 선구자인 김혜원 선생이 예산여고 학생들과 예산평화의소녀상 건립을 기뻐하고 있다.
ⓒ <무한정보>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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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3일, 윤봉길 의사의 얼이 서린 고장 충남 예산에 평화의소녀상(아래 소녀상)이 세워졌다. 국내를 포함해 미국과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 건립된 소녀상 가운데 67번째이며, 충남도내 7번째다.

이날 오후 2시, 예산읍내 한복판 분수광장에 자리를 잡은 소녀상 제막식에는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남녀노소 200여 명의 주민들이 함께 했다. 황선봉 예산군수와 김지철 충남교육감을 비롯한 기관장과 예산군의회 의원 등 정치인, 단체장들도 일제의 만행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본정부의 파렴치를 한목소리로 성토하고, 소녀상과 함께 평화와 인권을 지켜가겠다고 약속했다.

예산군내 민관, 남녀노소 200여명이 소녀상 제막식을 지켜보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정대협 등에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할머님들과 함께 해온 주역들.
 예산군내 민관, 남녀노소 200여명이 소녀상 제막식을 지켜보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정대협 등에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할머님들과 함께 해온 주역들.
ⓒ <무한정보>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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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협 창립멤버이자 '위안부'운동의 선구자인 김혜원 선생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아래 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 소녀상 조각가 김서경 작가,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대학생동아리 평화나비네트워크 임수정 대표도 참석해 예산소녀상의 건립을 축하하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축사에 나선 윤 대표는 "얼마나 기다렸을까? 언제쯤이면 예산에 인사하러 갈 수 있을까, 예산아이들과 평화를 노래할 수 있을까, 우리가 겪었던 역사를, 언제쯤이면 정의를,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할머님들은 긴 세월을 기다렸을 것이다. '나라가 있으되, 나라 없는 세상에 사는 것' 같은 외로움을 예산군민들께서 다 해소해 주셨다라고 이곳 소녀상이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다. 하지만 소녀상을 세운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소녀의 손을 잡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평화로운 땅으로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예산군학생회연합네트워크 정태연(예산고) 학생이 추모시를 낭송하고 있다.
 예산군학생회연합네트워크 정태연(예산고) 학생이 추모시를 낭송하고 있다.
ⓒ <무한정보>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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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군학생회연합동아리 참길 민경무(예산고) 회장은 소녀상 제막과 함께 '예산평화나비'의 출범을 알리며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이곳 분수광장을 피해할머님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연대의 공간, 다시는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기억의 공간,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행동의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제막의 순간, 소녀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평화를 상징하는 노란풍선 수십개가 하늘로 날아 올랐다. 참석자들은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의 아픔에 함께하며,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일본정부의 공식사과와 법적배상, 전쟁과 인권유린 없는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예산소녀상과의 약속을 가슴에 새겼다. 

김서경 작가가 평화의소녀상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김서경 작가가 평화의소녀상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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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을 만든 김서경 작가는 "고통의 역사와 착취의 역사를 끊겨진 머리카락과 맨발로 표현했다. 또 이땅에 돌아와서도 편견과 외면으로 고통스럽게 사신 할머니들의 삶을 그림자와 뒤꿈치가 들려진 맨발로 표현했다"고 설명한 뒤 "소녀상에는 빈의자가 있다. 이 빈의자가 제일 중요하다. 이 땅에 돌아오지 못한 많은 소녀들, 명예회복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많은 할머님들이 함께 하시는 자리다. 누구든 빈  의자에 앉아서 왜 할머님들이 26년째 앉아서 수요집회를 하고 계신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빈 의자는 약속이다. 여러분이 함께 평화를 만들어주셨으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기자와 따로 가진 인터뷰에서 예산소녀상의 위치에 대해 "아이들이 많이 볼 수 있는 자리여서 참 좋다. 이 소녀는 어린 시절에 꿈을 잃어버렸는데, 아이들이 노는 공간에 세워지니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 소녀가 아이들과 함께 잃어버렸던 꿈을 찾고, 아이들은 소녀상을 통해 미래를 함께 보고 함께 평화와 희망을 만들어가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예산군내 기관장과 단체장, 정치인들이 예산평화의소녀상 건립을 기념해 사진을 찍고 있다. 소녀상 옆자리에 앉아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은 황선봉 예산군수다.
 예산군내 기관장과 단체장, 정치인들이 예산평화의소녀상 건립을 기념해 사진을 찍고 있다. 소녀상 옆자리에 앉아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은 황선봉 예산군수다.
ⓒ <무한정보>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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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참석한 이한주, 이지연(이상 예산여고 2학년) 학생은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예산여고 역사동아리 '반크'에서 홍보와 모금을 했지만, 정말 예산에 소녀상이 세워질 줄 몰랐다. 너무 뿌듯하고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힌 뒤 "할머님들은 우리랑 같은 나이에 끔찍한 일을 당하셨다. 학생이라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지만, 우리도 소녀상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예산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 8월 16일 출범한지 7개월 여만에 개인 1188명, 학생 532명, 단체 58개의 참여를 이끌어내 5140만 원의 기금을 만들어냈다.

추진위 정기정 대표는 "당초 목표액이 4000만 원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큰 호응이 있었다. 특히 학생들이 스스로 나서 홍보하고 모금활동을 벌이며,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 자랑스럽다"면서 "소녀상 설립에 투입된 비용을 모두 정산하고 나면 약 600만원 정도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해 주신 분들의 뜻을 살려 소녀상을 보존하고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만들어가는 기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평화의소녀상, #예산평화나비, #위안부, #역사교육,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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