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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 워킹맘 워킹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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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일할 때 아이를 돌보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더라도 워킹맘이 아프면 일상은 흐트러진다.

워킹맘, 아이가 아플 때를 대비한 시스템을 구축

워킹맘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해 아이 돌봄 시스템을 만들어놓는 것은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요즘은 출산하면 휴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라 복직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복직하는 시점에서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 돌봄 시스템이다. 

먼저 양가 부모님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혹은 부모님이 아닌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찾아본다. 이 과정에서 도와줄 사람을 찾지 못하면 기관과 외부 업체를 통한 도우미를 찾게 된다. 워킹맘의 일하는 패턴에 따라 입주 도우미, 출퇴근 도우미, 하원 도우미, 시간제 도우미 등 다양한 형태로 아이의 돌봄 시스템을 만든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가 혹은 워킹맘을 대신하는 주 양육자가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거꾸로 아이의 주 양육자(가족, 도우미 등)가 아플 때는 우선 워킹맘이 휴가를 내고, 다음은 남편, 그리고 추가 조력자를 찾는다. 아이를 위한 시스템은 멈추지 않고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내일 혹은 다음 주 월요일쯤에 아이나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아플 거라고 예상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황의 변화는 급작스럽게 찾아온다. 자고 일어나니 얼굴이 발그레하게 열이 오른 아이, 몸살이 나서 출근을 못하겠다는 돌봄 이모님, 친정 부모님 등 갑작스러운 전화에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미안한 전화를 해야 한다. 그나마 휴가를 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을 때 약으로 열을 억지로 내려놓고 여전히 축 처진 아이를 기관에 보내놓는다. 출근하는 워킹맘의 마음은 온종일 불편하다.

아이, 도우미, 회사 사이에서 워킹맘은 죄책감을 가지며 눈치를 본다.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워킹맘들이 회사를 그만두어야겠다고 퇴사 고민을 하는 이유 중 1위가 '내 자녀가 아플 때'였다. 자녀의 교육/학습 등의 관리가 어려울 때, 자녀가 보육 시설/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할 때 등 자녀의 문제로 고민하는 비중이 높았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아픈 것도 나아진다. 매주 병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아이가 나이가 찰수록 병원에 가는 일이 적어진다. 일정 기간의 고비만 넘기면 조금은 수월해지는 것이 아이의 병치레다.

워킹맘, 나 자신이 아플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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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킹맘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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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워킹맘인 엄마가 아플 때다. 클수록 병치레가 줄어드는 아이와 달리 점점 늙어가는 엄마는 하나둘 아픈 데가 늘어난다.

언젠가는 심하게 몸살이 나서 퇴근하자마자 자리에 누웠다. 마침 남편도 회사에서 긴급한 일이 생겨 아이들이 잘 시간까지 퇴근을 못하고 있었다. 누운 채로 아이들에게 잘 준비를 시켰다.

"엄마가 아파서 먼저 누워있을 테니까 잠옷 갈아입고 불 끄고 너희들도 자렴."

방글(女) : "엄마가 아프니까 책을 못 읽어줘서 슬퍼. 아빠가 왔다면 책을 읽어줄 텐데... 아빠 보고 싶어."
땡글(子) : "책을 못 읽어주니까 슬프고 우리끼리 자야 되니까 슬프고 엄마가 아프니까 슬퍼."

엄마가 아픈 것보다 책을 못 읽는 것을 더 슬퍼하니 서운하기도 하고, 아직도 아프거나 죽음에 대한 것은 너무 추상적이라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욱신욱신 아픈 몸에 기댄 아이들을 밀어낼 힘도 없었는데 꾸역꾸역 옆에 파고들어 잠을 청한다.

다음날 아침에도 기력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출근은 해야 했고 아이들을 기관에 보내기 위한 준비도 내 몫이다. 언론에 나오는 것보다 집안 일과 육아에 많이 참여하는 남편을 두었지만 남편이 챙긴 이후에도 내가 한번 더 들여다봐야 할 일이 많다. 똑같이 맞벌이를 해도 집안 일과 육아는 대개 엄마의 몫이다.

당시에는 다행히 친정부모님이 아이들을 챙겨주셔서 금세 회복하고 일어날 수 있었지만 남편, 도우미 등 엄마가 아플 때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을 구하지 못하면 워킹맘은 아파서도 안되는 거다.

아내의 내조로 새벽 출근, 늦은 퇴근, 출장 등 자유로운 회사생활(?)을 하고 있던 C 차장. 어느 날 갑자기 119라며 연락을 받는다. 아내가 119로 몸이 안 좋다는 신고를 받아 출동했는데 상태가 심각하다는 거였다. 급하게 병원에 달려가보니 급성 백혈병. 일주일이나 혼수상태였다가 다행히 호전돼서 의식도 찾고 무균실로 옮겼다. 몇 개월간 중환자실에 있어야 하는 아내를 챙기기 위해 C 차장은 단기 휴직을 신청했다.

엄마는 아파서, 아빠는 엄마의 병간호를 위해 집에 있으면서 아빠의 체력도 무리가 왔다. 간병, 육아와 가사 탓이었는데 아빠가 몸을 추스르는 기간 동안 그 집 아이들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지각, 준비물 누락 때문에 연락을 받았다. 아내의 내조로 평소 아이들 챙기는 일은 안 해봤던 C 차장. 두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 중학교 1학년이었지만 여전히 엄마, 아니 주 양육자의 손길이 필요했다.

워킹맘뿐 아니라 아이의 주 양육자는 대신 아이들을 돌볼 사람을 마련하지 못하면 아프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는 어려서 엄마 손이 필요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좀 더 커도 계속 엄마의 돌봄이 필요한 게 아이들인가 보다.

워킹맘은 체력과도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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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킹맘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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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회사 일, 집에서는 아이들이 모두 잠든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며 워킹맘은 한두 번씩 크게 앓는다.

처음에는 체력적인 한계다. 일처럼 육아도 완벽하게 해내려고 욕심을 내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은 노력을 쏟으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결실을 얻을 수 있는 회사의 일과는 다르다. 아이를 낳기 전과 같은 에너지를 일과 육아에 쏟아내다가 몸의 어딘가가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워킹맘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세는 손목터널 증후군, 요통, 경추통 등이 있다.

아픈 아이들의 케어나 기관의 부모 참여 행사 등으로 회사에서도 아이를 낳기 전처럼 일에 몰입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이럴 때 어느 쪽에서도 완벽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으로 마음의 병을 앓는다. 동료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지는 느낌을 가진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인정하는 마인드 컨트롤과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일도 육아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익숙해진다. 일과 육아를 둘 다 해내느라 조금 더 힘들기는 하지만 일을 통한 성취감과 자기발전 혹은 넉넉한 금전을 마련하고 있어 행운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스스로를 챙기자. 다른 사람 말고 나 자신을 가장 먼저 토닥거려주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포스트(http://post.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워킹맘육아, #70점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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