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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교시 수업을 끝내고 교실을 빠져나오자, 한 여학생이 할 이야기가 있다며 나를 따라왔다. 내심 수업 관련 이야기라 생각하고 점심 먹고 찾아올 것을 말했다. 내 말에 그 여학생은 당장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밥을 먹지 못할 것 같다며 고집을 부렸다.

그 아이의 뜻이 워낙 완강하여 점심을 잠깐 미루고 그 아이의 말을 들어보기로 하였다. 그 아이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내뱉으며 나를 따라온 이유를 털어 놓았다.

수업 중 예를 든 내용이 자신을 빗대어 말한 것이 있다며 거기에 따른 해명을 요구했다. 뜬금없는 그 아이의 말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더군다나 50분 수업시간 중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특정한 아이를 빗대어 말한 기억이 내 머릿속에는 전혀 없었다.

잠시나마, 조금 전에 끝난 수업을 떠올렸다. 수업 중, 수업 내용과 관련하여 예를 든 적은 있었으나 그 예가 이 학생을 두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아이에게 해명이나 사과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은 나의 일방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내가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자, 참다못한 그 아이는 수업 중 내가 했던 말을 하나둘씩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빗대어 한 이야기 중에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수업시간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든 내용이 자신의 이야기라며 나의 사과를 요구한 것이었다.

순간, 이 아이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말문이 막혔다. 우선, 오해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그 사례를 든 이유와 목적에 관해 설명해 주고 이해를 시켰다. 처음에는 내 말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으나 앞으론 이런 사례 드는 것을 지양하겠다고 약속하자 그제야 수긍하며 교실로 돌아갔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듯 수업 중 학생에게 말을 잘못해 곤욕을 치르는 교사를 자주 보곤 한다. 심한 경우, 교사와 학생이 법정까지 가는 진흙탕 싸움이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따라서 교사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학생의 입장을 한번쯤 헤아려 볼 줄 아는 아량이 필요하다. 사소한 일로 사제간 정이 멀어지는 것을 원하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이에 교사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언행 하나하나에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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