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일 반잠수선에 실린 세월호가 접안해 있는 목포 신항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 세월호 바라보는 유가족들 6일 반잠수선에 실린 세월호가 접안해 있는 목포 신항만에서 유가족들이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배가 물 위로 올라왔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었다.

우리는 아직 미수습자 9명을 세월호에서 찾지 못했다. 왜 사고가 났는지, 왜 구하지 못했는지도 아직 잘 모른다. 그래서 잘못한 사람에게 벌을 내리지도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은 그 누구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다음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길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6일, 세월호가 옮겨져 있는 목포신항을 찾았다. 많은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이 그곳에 머물며 세월호에서 나오는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참사 3년째 되는 날을 앞두고 있는 지금, 그리고 대통령이 새로 뽑히는 날을 앞두고 있는 지금, 그들에게 '다음 대통령'을 물었다. "다음 대통령은 누구였으면 하나"가 아닌 "다음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이었으면 하나"라고 말이다.

"박근혜와 아예 반대로 가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천하보다 소중히 여기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잘못한 사람에게 제대로 벌주는 대통령을 원한다."

이날 오전, 짙은 안개로 볼 수 없었던 세월호는 안개가 걷힌 오후가 되자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선명히 드러난 세월호는 평범한 사실을 알려주는 듯했다. 아무리 짙은 안개라도, 어쨌든 안개는 걷히게 마련이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6일 목포신항에서 철조망 너머의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6일 목포신항에서 철조망 너머의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다윤 아빠] "제일 어렵고도 쉬운 일, 국민 생각 대통령"

허흥환(미수습자 허다윤양 아버지)

- 다음 대통령은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나. 
"그게 지금 우리 머릿속에 있겠나. 그냥 국민을 생각하는 대통령이면 된다. 그게 제일 어렵고도 쉬운 일일 것 같다. 국민이 있어야 대통령도 있는 것 아닌가. 대통령 됐다고 국민을 무시하면 뭐가 되겠나. 무시당하지 않는 것, 그게 가장 목말랐다. 그래서 후보들이 오면 그런 부탁을 많이 한다."

- 다음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저희들이 뭘 요구할 수 있겠나. 그냥 끝까지 미수습자 9명을 다 찾아주길 바란다."

- 5월 9일 이후, 세상이 좀 바뀔 수 있을까.
"금방 바뀌겠나. 차차 바뀌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 대통령은 임기 동안이라도 국민을 생각해줬으면 한다. 저도 국민의 한 사람이니까…."

[예은 아빠] "박근혜와 아예 반대인 대통령"

유경근(고 유예은양 아버지)

- 다음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이었으면 하나.
"미수습자 모두 수습하고 선체 조사를 책임지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이었으면 한다. 지금도 전부 책임지지 않고 있다. 배만 끌어올려 놓고 선체조사위에 떠넘기고 있다.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을 실행할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그게 시작이다. 그 뒤의 구차한 이야기는 의미 없다."

- 박근혜를 통해 반면교사 삼아야 할 점이 있다면.
"글쎄다. 박근혜는 모든 부분에서 화가 나는데... 그냥 (미수습자 수습과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지 않았나. 박근혜와 비교해 다음 대통령을 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 뭔가 해보려고 했는데 미진했거나, 의지가 부족했으면 비교해 이야기하겠는데 박근혜는 작정하고 방해하지 않았나. 편 가르기 하고 폄훼하지 않았나. (다음 대통령은) 이것과 아예 반대로 가야 하는 것이다."

- 5월 9일 이후 대통령은 정말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이제 우리에겐 열심히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잘해야 한다. 결과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세월호가 인양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직 시작도 못 했다. 인양이 목적이 아니잖나. 미수습자를 찾고 진실을 찾는 게 인양의 목적 아닌가. 그게 완료돼야 인양이 성공한 것이다."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선 '화이트 마린'호가 31일  목포 신항에 도착해 접안 하는 모습을 유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선 '화이트 마린'호가 31일 목포 신항에 도착해 접안 하는 모습을 유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은화 엄마] "295+9=304, 이걸 아는 대통령"

이금희(미수습자 조은화양 어머니)

- 5월 9일 뽑히는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는 미수습자 엄마니까, 미수습자 마지막 한 명까지 다 찾아줬으면 한다. 그게 기본이잖나. 우리가 소수로 남아보니 정말 '남는 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295(사망자)+9(미수습자)=304. 이걸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

- 대통령의 첫 번째 덕목은 뭘까.
"경청이다. 사실 우리 말을 안 들은 사람이 박근혜뿐이었겠나. 그래서 세월호가 3년 동안 바다 아래에 있었던 것이다."

- 5월 9일 이후의 모습은 어떨까.
"잘 될 것이다. 우리가 굽이굽이, 넘어 넘어 여기까지 왔는데, 그리고 배가 저렇게 눈앞에 있는데, 잘 될 것이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어제 링거를 맞고 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 '책임감 있는 국가라면 우리가 이렇게 (세월호를) 지키고 있는 게 아니라, 국가를 믿고 있었을 텐데. 그래야 가족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텐데.'"

- 기다리면서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는 국가였으면...
"그렇다. 결국, 국가가 그걸 못해서 국민들이 국가를 못 믿는 것 아닌가. 그런 믿음과 신뢰가 쌓인 국가였으면 이렇게 아프고 슬프진 않겠지."

[호성 엄마] "같이 아파할 줄 아는 대통령"

정부자(고 신호성군 어머니)

- 다음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이었으면 하나.
"우리 유가족들이야 없는 사람, 아픈 사람 좀 알아주고, 아픈 사람 편에서 일 해주는 대통령이었으면 한다. 자기 밥그릇 챙기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보듬어 안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해줬으면 한다."

- 박근혜가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국민을 우습게 본 것, 국민을 인간 취급하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이 아니라 임금인 마냥, 모든 게 자기 것인 마냥, 대한민국의 국민을 자기의 수족처럼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픔도, 슬픔도 전혀 모르는 그런 대통령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었으니 자식 잃은 부모들은 어떤 마음이었겠나. 같이 아파하고, 일을 해결하기 위해 실천하는 대통령이 돼야지 입으로만 '아프다'라며 가짜 눈물이나 흘리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대한민국에 더 이상 아픈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대통령의 덕목은 같이 아파하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 5월 9일 이후, 미수습자 인양과 진상규명이 잘 이뤄질 수 있을까.
"내가 나에게 최면을 걸고 있다. 그걸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그냥 와서 고개 끄덕이는 정치인은 필요 없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듯 생각하고, 형식적으로 사진 찍고…. 3년 동안 그런 정치인들을 너무 많이 봐 왔다. 정말 해결할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형식적인 사람은 정말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선 '화이트 마린'호가 31일  목포 신항에 도착해 접안을 시도하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선 '화이트 마린'호가 31일 목포 신항에 도착해 접안을 시도하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다윤 엄마] "국민의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대통령"

박은미(미수습자 허다윤양 어머니)

- 5월 9일 뽑히는 대통령은 어땠으면 하나.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뭘 바라겠나. 그냥 생명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대통령이었으면 한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는 건데, 대통령이 국민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되겠나. 그거 못하면 뭐하러 대통령 하나. 하나님이 생명 하나, 하나를 천하보다 귀하게 생각한다고 하지 않나. 대통령도 그랬으면 한다. 그리고 내 입장에선 다윤이를, 미수습자 9명을 빨리 찾아줬으면 한다."

- 대통령의 첫 번째 덕목은 뭐라고 생각하나.
"말만 하지 말고 행동할 줄 알아야 한다. 말로만 하는 건 누가 못하나. 다른 나라 보면 국민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온 나라의 힘을 투입하지 않나. 근데 세월호에 9명이 있다. 9명은 사람 아닌가. 소수는 사람 아닌가. 아픈 사람은 우리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영석 아빠] "잘못한 사람에게 제대로 벌주는 대통령"

오영환(고 오영석군 아버지)

- 다음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이었으면 하나.
"대통령이 누가 되든 강력한 2기 특조위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게 우리 유가족의 원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1기 특조위가 조사도 제대로 못 한 채 해산돼버리지 않았나. 이번 만큼은 제대로 특조위를 꾸려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잘못한 사람에게 제대로 벌을 줄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이런 참사가 안 일어날 것 아닌가."

- 다음 대통령은 박근혜의 이것만큼은 안 닮았으면 한다는 것이 있나.
"박근혜도 처음에는 (세월호) 특별법을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런데 등을 돌려버렸다. 그런 대통령이 아닌 정말 소통하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 서민들의 귀가 되고, 눈이 되는 대통령 말이다. 2014년 5월에 유가족들을 청와대로 불렀을 때도 언제든지 오라고 해놓고,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엄마들이 그렇게 노숙했는데도 한 번도 만나주지 않았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인 박은미씨(허다윤양 어머니) 6일 목포신항 마련된 구조물 앞을 지나고 있다. 철조망 너머 안개 사이로 세월호가 보인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인 박은미씨(허다윤양 어머니) 6일 목포신항 마련된 구조물 앞을 지나고 있다. 철조망 너머 안개 사이로 세월호가 보인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유민 아빠] "마음껏 배 타고 제주도 갈 수 있게 해주는 대통령"

김영오(고 김유민양 아버지)

- 다음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이길 바라나.
"유가족이 가장 아쉬워했던 게 (박근혜 정부가) 특조위를 강제 종료시킨 것이다. 지금 3년이 됐는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2기 특조위를 만들어, 그곳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했으면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특조위에 5년, 10년 기간을 줘도 진상조사 못한다. 제가 원하는 건 강력한 특조위의 성역 없는 조사다."

- 대통령의 덕목을 꼽는다면.
"무조건 소통이다. 국민과의 소통이다. 서울 곳곳을 떠올려 보자. 세월호뿐만 아니라 곳곳이 농성장과 천막으로 가득 차 있다. 소통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가족들의 바람 중 하나는 304명의 죽음이 헛된 죽음이 아니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억울하게 떠났지만, 그로 인해 대한민국이 완전히 바뀌었으면 한다. 다음 대통령은 마음껏 배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 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태그:#세월호, #대통령 선거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