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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 아주머니 싫어하시겠다~!"

직장 동료는 아랫집 할아버지 때문에 아내와 아이가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한다. 층간소음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사진은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의 한 장면)
 직장 동료는 아랫집 할아버지 때문에 아내와 아이가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한다. 층간소음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사진은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의 한 장면)
ⓒ 마포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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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는 오늘도 내 옆에 와서 하소연을 한다. 아랫집 할아버지 때문에 집에 있는 와이프와 아이가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이다.

아들을 하나 둔 동료의 말에 의하면 자기 아이가 좀 쿵쿵대며 걷기는 했다고 한다. 그때 항의하신 아랫집 할아버지께 죄송하다고 사과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부부가 함께 아이에게 엄격하게 주의를 주기 시작했고, 그 뒤로 아이도 아랫집 할아버지를 의식하여 무척 조심히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살살 걸어도 아랫집 할아버지는 항의하기 시작하셨다는 것이다. 아랫집 할아버지의 항의는 도를 넘어 천장이나 베란다 창을 긴 막대 같은 기구를 사용해 쿵쿵 쳐대는 상태까지 이르렀고 어린 아이와 둘이 집에 있는 와이프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아이가 낮잠을 자고 있던 날에도 할아버지가 항의하러 집으로 찾아오시자 그때부터는 우리 집의 소음 때문에 항의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시비 걸 사람이 필요했는데 혹시 그것이 우리 집이 된 게 아니냐며 속상해하는 것이었다.

급기야 이 사람은 법에 호소를 해야 할지 이사를 가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활동성이 넘치는 우리 집 쌍둥이 남매의 경우 우리는 우선 아랫집 아주머니께 죄송하다는 인사부터 해야 한다. 물론 우리도 몇 번의 항의를 받기는 했다. 직접 인터폰으로 시끄럽다고 말씀하신 적도 있고 경비실에 신고를 해서 연락을 받기도 했다. 가끔 관리사무소에서 아파트 단지 전체 안내 방송을 통해 아파트는 공동생활을 위한 공간이므로 층간 소음에 유의해달라는 경고를 받기도 한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계시는 친정엄마는 이런 방송이 나오면 "쌍둥이 남매가 또 뛰어서 아랫집에서 항의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신다고 한다. 가끔은 맞고 대부분은 아니다. 방송이 나올 때마다 매번 우리 아이들이 시끄럽게 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심하게 뛰는 일은 거의 줄어들었고 가끔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쿵쿵 하는 정도로 소음을 발생시키기는 하는데 그때마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즉시 경고를 한다.

"아랫집 아주머니 싫어하시겠다~!"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외출한다

우리 집은 층간 소음 방지를 위해 거실 전체(주방으로 연결되는 복도까지)와 쌍둥이 남매의 놀이방에 두께가 3cm에 달하는 소음방지 매트를 설치했었다. 아이들이 돌 정도 됐을 때 구입해서 설치한 소음방지 매트는 아이들이 8세가 되던 해에 치웠다. 천으로 된 러그를 깔아놓은 것이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소음방지 매트를 깔아두던 당시 우리 집 규칙 중 하나는 자동차 및 바퀴가 있는 장난감은 반드시 이 매트 위에서만 사용해야 했다. 또 다른 규칙은 뛰고 싶을 때엔 베란다에 둔 트램펄린을 가져와서 뛰면 된다. 소음방지 매트 위에서 사용하지만 혹시나 아이들이 트램펄린 위에서 뛸 때 아랫집에 울릴까 봐 트램펄린에는 소음방지 발을 추가로 끼우기도 했다.

소음방지 매트는 층간 소음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뿐만이 아니라 가끔은 아이들이 장난감 집을 만들고 노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가 구입한 소음방지 매트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캐릭터가 들어간 제품이 아니라 소음방지 매트 전문 업체에서 체육관이나 놀이시설 등에 설치하는 블록타입(block-type, 50cm*50cm*3cm)이었다. 간혹 아이들은 소음방지 매트를 해체 후 재조립하여 '집 놀이'를 하곤 한다.

블록타입 매트 50여장은 재조립했을 때 아이들에게 좋은 장난감이 되기도 한다. 매트 아래 묵은 먼지가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그렇게 집을 만들고 바닥을 쓸며 노는 동안만큼은 뛰지 않는 시간이기도 해서 아이들이 즐거워한다면 우리 부부는 최대한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편이다.

하지만 아무리 소음방지 매트를 설치해도 에너지가 넘치는 쌍둥이 남매의 활동을 완벽하게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주말마다 무조건 외출을 한다. 주말 외출은 맞벌이 부부라 주중에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보상 형태다.

엄마아빠의 정신 휴식을 위한 미술 관람, 아이들 즐거움을 위한 동네 공원 체육활동 등으로 이루어진다. 가끔 아이들이 원하는 공연을 관람하거나 놀이공원을 다녀오는 일도 있다. 대개 오전 일찍 집에서 출발해서 오후 3~4시에 귀가하거나 혹은 늦은 오전부터 6~7시까지 주말에는 장시간 밖에 나갈 수 있는 활동을 하는 편이다.

평일 낮에는 아이들이 기관에 다니고, 주말에는 주로 외출을 하며 집을 비운다. 우리 집은 주중이나 주말 할 것 없이 아이들 취침시간이 10시를 넘은 적이 없고 그 이후에는 설거지를 제외하면 소리 나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부부가 조용히 집안일을 하거나 책을 읽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층간 소음은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이 정도면 괜찮겠지, 이 시간에는 괜찮겠지'라는 윗집의 생각과 다른 아랫집이 있을 경우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꼭 아이들의 쿵쾅대는 소리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층간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우리 집의 경우 윗집 사정을 알고 난 이후 '너무 예민한 이웃'이 되지 않기 위해 최대한 항의를 자제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끄러운 쌍둥이 남매가 미운 탓인지 아랫집 아주머니, 언니(딸)는 우리 가족의 인사를 잘 안 받아주시는 편이다. 인사를 안받아주시니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역시 윗집의 소음에 나름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윗집 사람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해서 아랫집 가족의 반응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이사를 하자니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집을 만나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층간소음을 피해 이사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어떤 집을 만나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층간소음을 피해 이사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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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를 오고 난 뒤 사실 우리도 꽤 신경 쓰일 정도로 층간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어른이 쿵쾅거리는 소리, 주방 기구를 바닥에 대고 사용하는 소리, 밤 10시가 넘어 세탁기를 돌리는 소리에 몇 번 항의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새삼 아랫집 가족이 우리 가족의 소음을 많이 참아주셨다는 생각에 감사하고, 웬만한 윗집의 소음에도 참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꼭 바로 윗집이 아니라 옆집이나 아랫집, 한집 건너 윗집 소음도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건물의 부실 공사로 층간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로, 피아노 줄 튕기는 바람소리는 건물 철골이 빠지는 소리이며, 다른 집 화장실에서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다면 건물의 배관 상태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건설 관계자들은 말한다.

사실 층간 소음은 발생 즉시 이웃에게 직접, 혹은 관리사무소를 통해 항의를 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 방법이긴 하지만 아무리 이웃에게 항의를 해도 층간 소음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위에서 말한 동료의 사례처럼 이웃에서 보복 소음을 유발하거나 협박하는 경우 소음뿐만 아니라 다른 불편함도 생기기 때문이다. 간혹 층간 소음으로 이웃간에 상해사건,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는 뉴스를 만나기도 할 정도로 요즈음은 층간 소음이 심각한 사회문제다.

해마다 심각해지는 층간 소음의 문제로 인해 법적 규제가 마련되고는 있지만 층간 소음으로 법적 소송을 검토해봤자 일반 가정에서 비싼 소음측정기를 사용해 소음을 측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쉽게 얻을 수도 없을뿐더러 소음으로 인한 개인간의 심리적인 불편함 역시 객관화하기 어렵다.

결국 다툼이 빈번해질수록 이웃간에 얼굴을 붉히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아무리 윗집에서 심하게 소음을 발생시켜도 직접 찾아가거나 초인종을 누르거나 현관문을 두드리는 등의 행위는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실정이다.

이사를 가자니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더 배려심 없는 이웃을 만날까 두려워 일일이 이사 가는 곳의 이웃집 상황을 일일이 다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며, 이사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층간 소음은 서로간의 배려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간혹 정말 좋은 이웃을 만났다는 동네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랫집에 아이들이 쿵쾅거려 늘 죄송하다며 음식 품앗이를 하러 가면 푸근한 아랫집 이웃이 크는 애들은 원래 다 그런 거라며 오히려 아이 엄마가 겪고 있는 육아의 노곤함을 위로해주시기도 한단다.

근본적으로는 엄격한 층간 소음의 기준을 마련하여 건물을 지을 때부터 이 부분이 고려될 수 있는 법적 규제가 있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뛰지 말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웃간에 서로서로 조금씩 더 주의하며,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답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70점 엄마, #쌍둥이육아, #워킹맘육아, #층간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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