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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물류기업인 유센로지스틱스가 노조가 파업을 시작하자 파업 이전에 조합원들이 맡았던 업무에 대해 대체인력을 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한 상태다.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 70여명이 전면파업에 돌입한 뒤 회사는 협력업체에 새로 하도급을 주고 아르바이트를 투입하는 형태로 대체인력을 사용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아래 '노조법') 제43조는 사용자는 노조의 쟁의행위(파업 등)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에 대해 대체인력을 채용하거나 도급 등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언뜻 보기에 이 노조법 제43조는 회사의 입장에서 너무 불합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노조의 파업으로 업무가 중단되어도, 회사가 대체인력을 사용하여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면 회사는 업무중단으로 오는 손실을 고스란히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와 관련한 법리를 풀어본다.

헌법 제33조는 노동자의 노동3권 즉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쟁의행위는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의 행사이므로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노조법 제3조·제4조)되고 근로자는 쟁의기간 중 현행범 이외에는 어떠한 이유로도 구속되지 않는 등 관계법령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쟁의행위는 노사 당사자뿐만 아니라 공중이나 국민경제에 불편이나 폐해를 가져오는 바가 적지 않으므로 이에 노동관계법은 쟁의행위를 일정한 범위에서 제한하고, 또 다른 기본권과의 조화에서 그 정당성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쟁의행위가 주체·목적·수단·절차 등의 정당성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서만, 노동관계법령에 의해서 보호되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를 노조법 제43조가 쟁의행위 기간 중 사용자가 대체인력 등을 투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보자.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의 행사인 쟁의행위가 주체·목적·수단·절차 등의 정당성 요건을 모두 갖추고 실시되었음에도, 회사가 대체인력을 투입한다면 사실상 헌법상 단체행동권의 의미는 소멸한다.

왜냐하면 회사는 파업을 한 노동자들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을 뿐만 아니라, 파업한 노동자들의 업무에 대체인력 등을 투입하여 회사운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면 노조의 교섭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해서 교섭을 타결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조법 제43조는 이처럼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이 형해화 되는 것을 방지하고, 사용자가 회사운영에 차질이 오는 것에 부담을 느껴 보다 신속하게 노조와의 교섭을 타결하여 쟁의행위 기간을 단축 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이 국민의 다른 기본권보다 항상 우선하는 것은 아니므로 철도사업, 전기사업, 병원사업 등 그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필수공익사업에는 노조법 제43조가 일부 적용되지 않는다.

대체인력의 투입 등을 판단하는 기준을 살펴보면 대법원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들어가기 전에 근로자를 새로 채용하였다 하더라도 쟁의행위기간 중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의 업무를 수행케 하기 위하여 그 채용이 이루어졌고 그 채용한 근로자들로 하여금 쟁의행위기간 중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의 업무를 수행케 하였다면 노조법 제43조 위반죄를 구성하게 된다"고 하여, 대체인력의 채용·업무의 도급 등을 행한 시기와 관계 없이 실질적으로 노조의 파업으로 중단된 업무를 대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노조법 제43조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즉, 회사가 파업 전에 미리 채용한 인력을 파업 이후 대체인력으로 사용하는 것도 금지되는 것이다.

기사에서 언급된 유센로지스틱스는 노조법 제43조가 배제되는 필수공익사업도 아니고, 심지어 파업이 시작된 뒤 협력업체에 새로 하도급을 주고 아르바이트를 투입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만약 노조의 파업이 정당성 요건을 상실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명백히 노조법 제43조 위반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는 노조의 파업에 손만 놓고 바라봐야 하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위법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하도급업체의 아르바이트생이 원래의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것까지 감안하면, 회사는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조속히 파업이 마무리되고 회사운영이 정상화되도록 노조와의 타협점을 찾는 데 애쓸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후록 시민기자는 공인노무사입니다.



태그:#파업, #대체인력, #노조법 제43조, #노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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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로서 '노무법인해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노무자문, 급여관리, 근로자들의 부당해고, 체당금 사건 등을 수행하면서 널리 알리면 좋을 유용한 정보를 기사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blog.naver.com/lhr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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