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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식 인천도시공사 사장이 임기를 9개월 남겨두고 돌연 사퇴했다. 공사는 김 전 사장이 전날 사표를 제출했다고 23일 밝혔다.
 
김 전 사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기 전 주초에 휴가를 냈었고, 지난 22일 휴가에서 복귀하자마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사장은 역대 공사 사장이 임기를 채운 적이 없어, 취임 후 줄곧 임기를 채우는 사장이 되겠다고 직원들에게 약속했는데 그 또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김 전 사장은 서면 퇴임사를 통해 "우리 공사는 이제 경영정상화의 중간 단계는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이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직원 모든 분들이 합심해서 노력해 주신 결과"라며 "그동안 저를 믿고 따라 주신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의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퇴임에 공사 대부분의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휴가에서 복귀한 김 전 사장은 공사 본부장, 처장 등과만 간단하게 차를 마시는 것으로 퇴임식을 대신하고, 그날 오후 공사를 떠났다.
 
유정복 시장은 지난 2015년 1월 김우식 전 KT부문 사장을 공사 사장으로 임명했다. 김 전 사장은 사퇴에 앞서 유정복 시장을 만나 사임 의사를 밝혔고, 유 시장이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내부에선 김 전 사장의 사퇴가 공사 내부요인 보다는 외부의 '정치적 환경'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강하다.


이는 김 전 사장이 퇴임 전 "지방자치단체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 데서도 드러난다. 이는 내년에 사장 임기가 끝나는데 지방선거와 겹치는 게 되는 만만큼, 내년 지방선거 준비와 차기 사장 준비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지금이 그만둘 때가 됐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적인 환경변화는 크게 두 가지로 추론된다. 하나는 무산된 검단스마트시티사업과 난관에 봉착해 있는 '뉴스테이' 사업에서, 공사의 재무구조를 우선하다 보니 시와 반대되는 의견을 피력해 갈등의 골이 패었을 것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유정복 시장 입장에서 지방선거를 약 1년여 앞두고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 사장 교체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검단스마트시티 사업 무산은 유정복 시장의 투자유치 1호였던 사업이라, 무산 자체만으로 정치적 타격이 큰 데다, 1000억 원 규모 혈세 낭비 논란에 최순실 국정농단 세력 연루 의혹까지 확산되면서 유 시장을 곤경에 빠뜨린 대표적인 실패사업이다.
 
유 시장과 시 집행부는 검단 스마트시티 사업을 어떻게 해서든 추진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인천도시공사 내부에선 1년 사업지연으로 금융 이자만 약 500억 원 날리고, 당초 지난해 목표했던 토지매각 수익 1600억 원까지 무산된 만큼, 검단 스마트시티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다.
 
김우식 전 사장은 취임할 때부터 줄곧 공사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는데, 스마트시티 사업에 대한 견해 또한 이 연장선에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사장이 시 집행부와 갈등을 빚은 사업은 뉴스테이 사업이다. 인천도시공사는 지난해 10월 마이마알이(주)와 십정2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에 뉴스테이를 공급하는 협약을 체결했는데, 공사가 협약에 독소조항을 문제 삼았지만 관철되진 못했다.
 
십정2지구 뉴스테이 사업은 마이마알이(주)가 올해 2월까지 내기로 했던 사업비(임대주택 구입자금) 잔액 약 8500억 원을 납부하지 못하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공사와 업체가 협상 끝에 5월까지 납부기한을 연장한 상태다.
 
문제는 사업이 무산될 경우 공사는 계약금 2000억 원에 이자(약 5%)를 계산해 마이마알이(주)에 돌려주게 돼 있다. 2월에 계산한 이자만 약 83억 원에 달했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공사의 위험이 커지는 구조이며, 무산될 경우 그대로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도시공사 입장에선 매우 불공정한 협약이라서 공사 내부에선 반대 의견이 강했다. 하지만 시 집행부가 십정2지구 뉴스테이 사업이 국내 첫 사업이라며, 협약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목에서 시가 김 전 사장을 곱게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인천도시공사 부채는 2014년말 8조 원대에서 지난해 말 6조 9600억 원대로 1조 원 이상 줄었다. 공사는 지난 2일 부채감축을 통한 재무구조 건전화를 바탕으로 검단신도시, 영종하늘도시, 미단시티, 뉴스테이 사업 등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이들 사업 추진에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사는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2주간 공고를 실시한 후 신청자를 대상으로 심사와 면접을 거쳐 새 사장을 선정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달 말 신임 사장이 취임할 전망이다.
 
후임 사장으론 조동암 현 정무경제부시장, 황기영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 황효진 현 시 대외협력특보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이중 김우식 전 사장 때 같이 상임감사를 지내다 지난해 9월 그만둔 황효진 특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도시공사, #유정복, #인천시, #검단스마트시티, #뉴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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