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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주변의 비세노 와루미의 멋진 풍광
 호텔 주변의 비세노 와루미의 멋진 풍광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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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여행지의 호텔에서 일하는 어르신 두 명을 만났다. 객실 손님을 상대로 지역특산물을 파는 아침 시장(朝市)에서 일하는 쿠치타요코(68세)씨와 호텔 야외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75세 할머니였다.

호텔에서 바로 연결되는 비치가 멋있다. 오키나와 증북부 호텔인 '리잔시파크 호텔 탄차베이'의 바다쪽 정원.
 호텔에서 바로 연결되는 비치가 멋있다. 오키나와 증북부 호텔인 '리잔시파크 호텔 탄차베이'의 바다쪽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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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중북부 해변의 이 호텔은 바다로 연결되는 산책로가 있어 기상 시간이면 아침운동하기 안성맞춤이다. 규모가 있는 호텔이다.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공간에 제법 넓은 통로가 있다. 이 통로는 투숙객이 아침 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가거나, 바닷가 산책길을 이용하려면 통과해야 하는 길목이다. 투숙객이 객실에서 나와 프런트로 체크아웃을 하려면 또한 거쳐야 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우측에 朝市(아침시장) 깃발이 보인다. 평소에는 깃발과 가판대가 철수한다.
 우측에 朝市(아침시장) 깃발이 보인다. 평소에는 깃발과 가판대가 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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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에 이 통로에 임시 가판대가 설치되고 아침시장(朝市)이 들어선다. 투숙객의 아침 산책과 겹치는 시간이다. 오전 체크아웃 시간대인 10시까지 세 시간 동안 잠깐 서는 아침시장(朝市)이다. 두 세 명의 나이 드신 여성분들이 가판대 서 너개를 설치하고 물건 진열을 하고 있었다.

물건 진열을 마친 쿠치타요코씨(68)에게 부드러운 비스킷 한 봉지를 사면서 얘기를 나눴다. 통역은 일행 중 교토에서 유학생활을 경험한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

물건 진열을 마치고 인터뷰에 응해주는 쿠치타요코(68세)씨
 물건 진열을 마치고 인터뷰에 응해주는 쿠치타요코(68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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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통로에 들어선 아침시장. 가판대 서너개가 전부다.
 호텔 통로에 들어선 아침시장. 가판대 서너개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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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장 가판대에 이 지역 농산물들이 깔끔하게 진열돼 있다.
 아침시장 가판대에 이 지역 농산물들이 깔끔하게 진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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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장에서 일하는 우리는 호텔의 직원은 아닙니다. 인근에 사는 주민입니다. 호텔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단체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파는 물건은 대부분 식료품. 지역에서 나오는 로컬푸드도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역의 어르신을 고용하는 공간으로 관광지 호텔의 통로가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지역의 농산물과 과자류도 투숙객에게 유통되도록 호텔이 돕고 있다.

쿠치타요코씨는 "로비 통로 공간에 서너 개의 테이블만 진열하고 세 시간동안 잠깐 일하기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다. 우리 또래가 일하기에는 부담되지도 않고 일 할 만하다"고 말했다.

75세인 할머니 청소원이 호텔 유니폼을 입고 정원 청소를 하고 있다.
 75세인 할머니 청소원이 호텔 유니폼을 입고 정원 청소를 하고 있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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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특유의 에머랄드 빛 바닷가로 바로 연결되는 호텔 정원에서도 아침시장이 들어선 비숫한 시간대에 느긋하게 할머니 한 분이 청소를 한다. 아직은 통상 출근보다는 이른 시간대다. 그는 혼자서 잔디위에 떨어진 나뭇잎들을 갈퀴로 천천히 쓸어담고 있었다.

호텔 종업원이란다. 호텔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 차림이다. 그러고보니 일본에서는 유니폼 입고 일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나이는 몇이나 될까? 작업용 모자를 눌러쓰고 있어서 75살의 나이를 짐작하기는 어려워도 그의 느긋한 동작과 구부정한 자세로 가늠할 따름이다.

나이를 물으니 75세라고 한다. 느긋하게 청소를 한다.
 나이를 물으니 75세라고 한다. 느긋하게 청소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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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아니고 개인 주택의 정원이었으면 은퇴자의 아침운동쯤으로 여겼을 것이다. 전혀 노동으로 보여지지 않는 느긋함이 묻어나와서인지 여행객의 눈에는 노인에게 힘든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호텔에서 노인들 외에도 입구의 주차와 차량안내는 젊은이들 몫이다.
 호텔에서 노인들 외에도 입구의 주차와 차량안내는 젊은이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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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화두로 등장한 '고령화'와 '저출산'. 둘은 물려 있다. 일본도 처지는 비숫하다. 그런데 늘 우리보다 앞선 지표들을 보여주면서도 해쳐나가고 있는 부분들이 더러 있다. 그 중에 고령사회에 대한 대처 방법을 보면 일본 사회가 우리에게 마치 '교과서'처럼 제시해 주는 사례들이 많다.

관광지 호텔도 예외는 아니다. 여행지에서 묵었던 오키나와의 한 호텔은 70대 중반까지 청소원으로 일하게 하고 있고, 또한 호텔 공간이 지역의 특산물 판매처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역 노인들 일자리 제공에 관광지의 호텔과 지역 주민이 상생하고 있는 것이다.
호텔에서 가까운 오끼나와 명승지 만자모 해변
 호텔에서 가까운 오끼나와 명승지 만자모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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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 호텔에서 75세 할머니가 청소원으로 일하는 모습을 한국에서도 자주 만나고 싶다.
 관광지 호텔에서 75세 할머니가 청소원으로 일하는 모습을 한국에서도 자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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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3월이면 ’노인사회활동 지원사업‘이 시작된다. 지난 14일 여수시민회관의 노인사회활동 지원사업 발대식 광경. 이 사업은 10개월간 월 20만원 지원된다.
 매년 3월이면 ’노인사회활동 지원사업‘이 시작된다. 지난 14일 여수시민회관의 노인사회활동 지원사업 발대식 광경. 이 사업은 10개월간 월 20만원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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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도 '노인대국'으로 나아가고 있다. 노인들에게 일자리가 요구된다. 우리사회의 어르신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많이 보장해 줄 사회 각 분야의 노력들이 다양하게 전개되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애도 게재합니다.



태그:#오끼나와 노인일자리, #고령사회, #노인대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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