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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희의 보도, 8%의 시청률이 참담한 이유
 손석희 앵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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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명확합니다. 저희는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난 20일, 손석희 앵커는 사뭇 비장했다. 고심의 흔적도 엿보였다. 그리고 일견 억울한 듯도 했다. 그는 지난 주말 타 매체로부터 '화제의 뉴스'가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사임과 관련된 내용임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앵커브리핑 서두에서 JTBC 보도담당 사장이기도 손 앵커는 "오늘은 저희들의 얘기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직구를 날린 뒤, "지난 주말부터, JTBC는 본의 아니게 여러 사람의 입길에 오르내렸습니다"며 홍석현이란 이름만 언급하지 않았을 뿐 에둘러가지 않았다. 

주말 이후 장고의 결과라 평가한 이도 있었고, '저널리즘' 운운이 손 앵커 특유의 '지사주의'로 우려하는 이도 있었다. 이미 지난 주말 '홍석현 회장의 사임 = 대선 출마'로 단정 짓고, JTBC 보도부문의 위축을 기정사실화하는 염려(?)까지 등장한 터였다. 이를 의식한 듯, 손 앵커는 과거 출범시기부터 존재했던 JTBC에 대한 우려를 되새겼다.

"저희는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공적 영역이지만 사적 영역이기도 합니다. 사적 영역이면서 공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경험으로 볼 때도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광고료로 지탱하면서도 그 광고주들을 비판한다든가, 동시에 언론 자신의 존립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치권력을 비판한다는 것은 그 정도에 따라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제 생겨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언론사로서는 비판과 생존의 함수관계가 무척 단순해서 더욱 위험해 보이기도 하죠.

지난 몇 년간, 대기업의 문제들, 그중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희 JTBC와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믿고 있는 특정 기업의 문제를 보도한다든가, 매우 굳건해 보였던 정치권력에 대해 앞장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을 때 저희들의 고민이 없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예외 없이 커다란 반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손 앵커는 JTBC와 삼성그룹과의 관계를 우려했던 시각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삼성전자 백혈병 관련 보도나 국정농단 사태에서 JTBC의 이재용 부회장 관련 보도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간의 어려움의 토로이자 그간 삼성 관련 보도가 가져온 파장과 영향력을 새삼 재확인하는 맥락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물론 교과서적인, 감상적인 대목도 있었다.

"적어도 저희들이 생각하기에 언론의 위치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중간에 있으며 그 매개체로서의 역할은 국가를 향해서는 합리적 시민사회를 대변하고 시민사회에는 진실을 전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교과서적인, 뻔한 얘기 같지만 그것이 결국에는 좌절로부터 살아남는 목적이고 명분이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서 몇 번인가에 걸쳐 언론의 현주소에 대해 고백해 드렸던 것은, 고백인 동시에 저희 JTBC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기도 했습니다."

"저나 기자들이나 또 다른 JTBC의 구성원 누구든 저희들 나름의 자긍심이 있다면, 그 어떤 반작용도 감수하며 저희가 추구하는 저널리즘을 지키려 애써왔다는 것입니다"란 대목은 다소 낯 간지러운 것이 사실이다. "좌절로부터 살아남는 목적과 명분"이란 표현도 위화감을 줄 수 있지만, 그 마저도 손 앵커 스스로가 인식하는 <뉴스룸>이나 JTBC 보도부문의 위상이나 책임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짐작 가능하다. 

하지만 핵심은 여기에 있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모두가 동의하는 교과서 그대로의 저널리즘은 옳은 것이며 그런 저널리즘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거나 복무하지 않는다는 것"이란 표현 말이다. 이 역시 손 앵커가 지닌 남다른 자의식의 발로라 평가할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손 앵커, 아니 손석희 사장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리고 저는, 비록 능력은 충분치 않을지라도, 그 실천의 최종 책임자 중의 하나이며, 책임을 질 수 없게 된다면 저로서는 책임자로서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홍석현의 사직과 대선캠프 방불케 하는 리셋코리아

 홍석현 중앙일보·JTBC회장
 홍석현 중앙일보·JTBC회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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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송 직후 손 앵커의 "책임을 질 수 없게 된다면 저로서는 책임자로서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표현을 두고 그가 사장직까지 거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아이러니하지 아니한가. 홍석현 회장이 직을 그만두자 손석희 사장이 직을 거는 듯한 앵커브리핑을 내놓는 상황 말이다. 그 만큼 홍석현 회장의 '대선출마설'은 둔중한 존재감을 던진 것이 사실이다.

"제 생애 고난과 고민이 적지 않았지만 요즘처럼 이렇게 고뇌와 번민이 깊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것이 평생을 바쳐왔던 중앙미디어 그룹을 떠나면서 저 홍석현이 할 수 있고, 또한 해야 할 일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저는 남북관계, 일자리, 사회통합, 교육, 문화 등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나는데 필요한 시대적 과제들에 대한 답을 찾고 함께 풀어갈 것입니다."

지난 19일 홍 회장이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 중 일부다. 남북관계, 일자리, 사회 통합,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 대권 도전 의지로 읽을 수밖에 없는 의제들이 수두룩하다. '킹메이커'든 직접 선수로 뛰든, 어떻게든 이번 대선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중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난 19일자 <중앙SUNDAY> 인터뷰에서도 그는 "(대선출마 관련) 거기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앞으로 뭘 더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은 하고 있는데, 할 일을 한두 가지 찾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실적으로 늦은 것 아니냐는 현실론도 여전하다. 하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이번 '장미대선'에서 홍 회장이 역할을 자임할 것이란 시각 역시 팽배하다.

홍 회장의 이러한 대선출마설은 이미 지난해부터 정치권 일각에서나 언론계에서 수차례 제기돼왔던 터다. 특히 지난 1월 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리셋코리아: 내가 바꾸는 대한민국' 행사 환영사를 두고 홍 회장의 '대선 출마 선언문'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당시 홍 회장은 "우리는 이미 광화문 촛불에서 집단 지성의 힘을 확인했습니다. 촛불의 에너지를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와서 시민이 국가 시스템을 바꾸는 것입니다"라며 "디지털 민주주의를 통해 집단 지성으로 지혜를 모으고, 인재를 모아서 정책과 사람과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를 두고 한 극우 매체는 "촛불 민심에 기댄 리셋코리아"라고 비판하며 홍 회장의 이러한 '스탠스'를 경계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선수'로 활동하던 시기였다. 홍 회장의 대선주자급 의제를 제시한 강연은 또 있었다. 지난 2월 9일 열린 학교법인 원광학원 보직자 연수에서 그는 '경청에서 얻은 나라를 위한 10가지 소망'이란 주제로 국내 정세와 갈등 해소와 관련한 10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이 강연에서 개헌과 대헌정을 비롯해 분권형 대통령제 등을 주장했고, 정당과 국회의원의 기초의원·기초단체장 공천권 폐지와 국회의원 특권 폐지, 선거구제 개편 등과 같은 정치개혁을 주창했다. 이밖에도 경제‧세제‧교육개혁을 언급하는 동시에 강력한 국방은 물론 구체적인 남북 통일방안까지 제시했다. 이러한 홍 회장의 행보는 <중앙일보>가 기사로 밀고, JTBC와 공동추진하며, 유력 인사들이 다수 참여 중인 '리셋 코리아'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석희 사장은 'JTBC의 역할'을 지킬 수 있을까

지난 1월 13일 열린 '리셋 코리아' 행사에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축사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격려사를, 고은 시인이 축시를 낭송했다. 주제 발표와 축사는 전순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소설가인 김진명 작가가 맡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운영위원과 각 분과 위원만 해도 약 100여 명에 이른다.

정치를 비롯한 사회 전분야를 망라하는 13개 분과 위원들은 각 분야 전문가들과 교수진이 고루 포진해 있다. '홍석현 대선캠프'라 불러도 무방해 보일 위세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이사장을 맡고,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부원장을 맡은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與時齋) 역시  홍 회장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는 상태다.

<중앙일보>는 지속적으로 '리셋 코리아'라는 의제와 관련된 기획기사를 내놓고 있다. 홍 회장이 사직을 표명하기 4일 전에도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청년일자리와 남북문제, 세재개혁과 이원집정부제 등 실로 전방위적인 대권 이슈들이었다. 홍 회장이 평소 주창한 의제들과 맞닿아 있는 어젠더들이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X파일 사건으로 좌초를 겪기 직전까지 주미 대사를 거쳐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급물살을 타고 있는 조기대선 정국에서 홍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보수진영의 오랜 관심사이기도 했다.

대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좌초했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여전히 '친박'과 '전 새누리당' 프레임에 갇혀 있다. 홍석현 회장의 '대선출마설'은 정황상 그 근거가 충분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제, 자의든 타의든 손석희 사장의 JTBC가 도마에 올랐다. 홍 회장의 사임 이후 '보수-중앙일보'와 '진보-JTBC'를 아우르려 했던 홍 회장의 뜻이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중이다. 그리고 손석희 사장은 "책임을 질 수 없게 된다면 저로서는 책임자로서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배수의 진을 친 상태다.

<중앙일보> 기자들이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탈세 혐의를 받고 검찰청에 출두하는 홍 회장을 격려하며 "사장님, 힘내세요!"라고 외친 장면은 한국 언론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지금은 자유한국당에 입당했고 대선주자로 출마하기까지 한 김진 논설위원 역시 <중앙일보> 출신이다.

반면 손 사장은 JTBC의 역할을 "합리적 시민사회를 대변하고 시민사회에는 진실을 전하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하지만 홍 회장의 대선출마 여부에 따라 이러한 역할과 위치가 내외부적으로 위협을 받게 될 거란 예상은 쉬이 가능하다. 적어도, 홍 회장의 사임으로 이번 조기대선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가 생긴 것은 확실해 보인다. 보수 진영의 또 하나의 대권주자 탄생 여부는 물론 '종편' JTBC 보도부문의 운명과 손석희 사장의 행보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박근혜 파면'과 '보수의 몰락'이 불러온 예상치 못한 관전포인트라 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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