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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 국민들은 5개월 동안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고, 헌법재판소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파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각종 공약을 남발했지만 대부분은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대선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을 하지 못한 점은 최순실 국정농단이 시작된 단초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은 5년 임기는 다 채우지 못하고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탄핵 사건으로 '민주주의'라는 말은 교과서에서만 나오는 말이 아닌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실체가 됐다. 이제 5월이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실시된다. 철저한 공약과 정책 등의 검증이 필요한 시기다. 대선을 앞두고 혹독한 검증과정과 토론으로 대표를 선출한 이들이 있다. 바로 자신들의 소중한 한표로 대표를 선출한 인천도담초등학교 학생들이다. 이들이 몸으로 배운 민주주의는 무엇일까. 현장을 찾아 '개념 초딩'들의 말을 들어봤다. -기자 말

14일 인천도담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토론하는 학생회장 후보들 14일 인천도담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차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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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인천도담초등학교 방송실에는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아이들 표정은 굳어졌고, 무릎 위에 올려져있던 두 주먹은 쪼그러 들었다. 자신이 내건 공약의 현실 가능성에 대한 날선 질문이 이어진 탓이다. 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한 아이들은 긴장한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아이들은 목소리를 가다듬어 공약의 구체적 실천 방안을 설명했다.

초등학교 선거가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기투표로 치러지던 선거가 정책 선거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입후보한 학생들은 치열한 토론은 물론 자신들의 공약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평가받았다. 이 모습은 투표권이 있는 4학년~6학년 교실로 생중계 됐다. 투표권을 얻은 학생들은 꼼꼼히 공약 등을 비교하며 학생자치회장을 선출했다.

인천 도담초등학교(교장 김기상)는 14일 학생들 스스로가 참여해 학교 회장을 뽑는 학생 자치회장 선거를 실시했다. 학생회장 임기는 6개월이며 유권자는 4~6학년생이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자신의 공약이나 실현 가능성 등을 검증받았다.

이 학교 학생자치회장 선거에 출마한 학생들은 총 5명이다. 선거에 나선 학생들은 이날 방송 토론을 통해 자신들의 공약과 정책을 설명했다.

14일 오전 인천도담초등학교 방송반 학생들이 학생회장 토론회 중계를 하고 있다.
▲ '방송 잘 나가고 있지?' 14일 오전 인천도담초등학교 방송반 학생들이 학생회장 토론회 중계를 하고 있다.
ⓒ 차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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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장 선거 기호 1번 최호현 군(6학년)은 학교에서 수영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공약으로 냈다. 하지만 현재 3-5학년에 수영 수업이 있다는 점과 재원 마련에 대한 추가 질문을 받았다. 최 후보는 "자유 수영을 해도 되고 그 돈은 생각해보겠다. 대책을 세워보겠다"고 말했다.

기호 2번 정현우 군의 주요 공약은 축구 골대 그물을 바꾸는 것과 학교 주변에 나무를 심는 것을 공약으로 내 걸었다. 골대 그물 교체 재원과 누가 나무를 심는지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한 추가질문이 나왔다.

정 후보는 "골대 그물을 바꾸는 것은 돈이 적게 들어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나무심기 운동은 자치회가 직접 나무를 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호 3번 오신기 군은 깨끗한 학교를 만들 것과 점심시간 교내 방송을 통해 신청곡을 틀기, 점심시간 퇴장 줄을 새롭게 만들 것을 약속했다. 점심을 먹고 급식실을 나가는 줄을 누가 만드냐는 질문을 받았다.

오 후보는 "자치회나 학생들의 자원봉사가 나가는 대열이 있는데 줄을 따로 만들어서 질서있게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기호 4번 후보 김정헌 군은 서로를 준중하는 칭찬하기 릴레이 행사와 학교 폭력 방지 공모전 실시, 다모임 활동 활성화, 스포츠데이 시행 등을 공약했다.

스포츠 데이 시행 관련 협소한 장소와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질문을 받은 김 후보는 "일단 월마다 한주씩 학년별로 시행하며 종목은 축구와 피구로 선정했다. 일주일 반대항전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호 5번 정준영 군은 점심시간 종 10분 일찍 치기, 교문 앞 시계 설치, 칭찬 투표 캠페인 등을 약속했다.

정 부호는 '종을 일찍 치면 학생들만 힘든 것 아니냐'는 질문에 "10분 일찍 종을 치게 되면 미리 수업 준비를 할 수 있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14일 인천도담초등학교 강당에서 한 학생이 학생회장 선거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 '소중한 한 표' 14일 인천도담초등학교 강당에서 한 학생이 학생회장 선거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 차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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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토론회가 끝난 뒤 4학년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 학생들은 각 후보가 어떤 후보를 내고 또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4학년 장건형 군은 "이번에 처음 투표를 했다. 다른 형들은 (공약이)돈도 많이 들어보이고 했는데, 적당하게 좋아보이는 형을 찍었다. 그 형이 성격도 좋아보인다"고 말했다.

5학년 정서윤 학생은 "투표할 사람은 정했다. 공약을 실천할 수 있을 것 같고 전에 부회장 경험이 있어서 믿음이 간다"며 선택 이유를 밝혔다.

5학년 김준현 군도 "운동회와 축구 대회 개최를 공약으로 내건 형에게 투표할 예정"이라며 "벌써부터 가을 운동회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자신들 손으로 학교 일꾼을 선출하는 소중한 투표권를 행사해 작은 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했다.
14일 인천도담초등학교 강당에 모인 학생들이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 '학생회장 후보들 화이팅' 14일 인천도담초등학교 강당에 모인 학생들이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 차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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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도담초등학교 김기상 교장은 "학교를 구성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이기 때문에 학생회장 선출 과정에서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토론 과정도 넣었다"며 "공약을 검증하는 등의 이런 토론 문화를 일찍 경험한다면 나중에 중요한 선거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7년도 도담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 결과는 15일 공식 발표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학생회장선거, #인천도담초등학교, #선거, #민주주의, #공약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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