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히잡은 무슬림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물건이다. 이슬람 경전 쿠란은 여성에게 정절을 강조하며 머릿수건을 쓰고 다니도록 요구한다. 종교적 맥락에서 히잡은 남성이 여성에게 성욕을 느끼는 것을 여성 스스로 방지하고자 신체의 일부를 가릴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쿠란에는 이와 동시에 남성의 정절 역시 강조하는 여러 구절들이 등장한다. 고로 "이슬람교는 남녀차별 종교야" "역시 무슬림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미개해" 등의 낙인부터 찍고 보는 것은 섣부른 태도이며, 더 나아가 이슬람 혐오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슬람 문화권 내부적으로 성엄숙주의는 지속적인 도전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남성이 느끼는 성욕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며 히잡 착용을 강요하는 게 옳지 않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일부 진보적인 무슬림 여성들이 히잡 착용을 거부하며 저항해온 이유다.

.
 .
ⓒ BBC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이슬람 문화권 내에서 여성 인권을 옥죌 수도 있는 히잡은 서방으로 오면 정반대의 의미를 갖는다. 현재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의 우파들은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정책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명분이 무엇이든 이러한 조치 기저에는 최근 유럽에서 커가는 인종주의와 이슬람 혐오가 깔려있다는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많은 이슬람계 여성들은 "여성에게 특정한 패션을 강요하는 놈들이나, 금지하려는 놈들이나 똑같다. 여성에게는 자기가 입고 싶은 것을 입을 자유가 있을 뿐이다"라는 입장에서, 일부러 더 히잡을 착용하고 자신의 이슬람적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관습을 수용할 것인지 저항할 것인지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캡스터즈(Capsters)나 레스포트온(ResportOn) 등은 인종주의적 분위기를 거슬러 스포츠용 히잡을 만드는 시도를 해옴으로써, 이슬람계 여성들의 선택권을 넓혀온 선도적인 브랜드들이다.

그런데 지난 8일(현지 시각), BBC 뉴스에 따르면 대형 스포츠 브랜드로서는 나이키가 최초로 스포츠용 히잡을 론칭했다고 한다. 이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한편 실용적인 의미도 있다. 이 히잡은 가벼운 섬유를 사용했고 작은 숨구멍이 있으며 활동 중 거치적거리지 않을 길이로 디자인됐다. 나이키는 이 히잡을 개발하는데만 1년이 걸렸다.

나이키는 "히잡을 착용하는 운동 선수들로부터 운동 중 가벼운 히잡을 입을 수 있기를 원한다는 피드백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SNS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일반 히잡을 착용하고 운동하면 머리 부분이 무척 더워. 정말 행복해." "나는 이게 실질적으로 운동 선수들이 착용할 수 있을 만한 히잡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기뻐" 등. 물론 "나는 원래부터 중소기업에서 만든 히잡을 잘 착용해왔는 걸?" 같은 반응도 있다.

나이키는 아랍 에미레이트 연합(UAE) 선수인 자흐라 라리(Zahra Lari)를 이 히잡의 모델로 삼았다. 자흐라 라리는 피겨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UAE를 대표해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이다. 그는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 히잡을 착용한 채 "아름답고 강한 여성들 모두에게 행복한 국제 여성의 날이 되길"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태그:#나이키, #BBC, #히잡, #무슬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