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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 6일 저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첫 부품이 한국에 도착했다고 7일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주한미군사령부는 지난 6일 저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첫 부품이 한국에 도착했다고 7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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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는 한밤중에 도둑같이 오고 말았다.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논의를 할 때마다 배치 시기는 절묘하게도 한국의 대선 일정에 맞춰졌다. 이런 흔적이 역력히 드러났다. 한미 양국은 2016년 7월 8일 처음으로 사드 배치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때는 2017년 12월까지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상황에서 볼 때 2017년 12월은 대선이 예정된 때였다. 사드 배치 발표 불과 며칠 전인 7월 5일까지만 하더라도 한민구 국방장관은 사드 배치를 모르고 있었다. 사드 배치 발표 당시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근무지를 떠나 백화점에 머물고 있었다. 정부 부서 차원에서도 충분한 협의 없이 갑작스레 결정되었다는 방증이다.

도둑처럼 온 사드

일본이 사드의 구성물인 X밴드 레이더 배치를 결정한 것과는 판이했다. 일본은 1년에 걸쳐 충분히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결정한 이후에는 4개월 만에 배치를 완료했다. 그런데 당시 한미 양국은 아무런 공론화 과정이 없이 관계부처 장관도 모르는 사이에 배치를 결정했다. 그리고 배치 결정 이후 17개월이 지난 후인 2017년 12월에 실제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왜 2017년 12월인지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었다. 그때가 되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급격히 강화된다든지, 아니면 사드의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진다든지 설명이 있어야 했다. 아무런 설명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2017년 12월에 예정된 대선을 '사드 대선'으로 치르겠다는 의도라고 보는 분석이 난무했다.

한국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되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자 사드 배치 시기도 변화하였다. 2016년 7월이나 8월에 조기 배치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조기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자 갑자기 사드 배치가 가속화된 것이다. 조기 대선조차도 사드 대선이 된 것이다. 당연히 이런 분석이 다시 난무하기 시작했다.

사드 대선을 위한 몸부림

하지만 사드 배치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했다. 1월 30일 황교안과 트럼프의 통화 이후에도 백악관은 사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황교안 대행만 사드를 설명한 꼴이 되었다. 다음날 1월 31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통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국방부는 한미 양국이 사드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 발표에는 사드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었다. 한국만 사드에 목맨 상황이 재연되었다.

심지어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서울을 방문하여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한 이후에도 이런 상황은 반복되었다. 사드 조기 배치를 한미 합의 형식으로 발표할 것이라는 한국 정부 측의 기대 섞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매티스는 사드 배치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던 것이다. 그는 사드 배치 가속화를 발표하지 않았다. 한국 방문을 경청 투어로 여긴 매티스가 사드 배치 가속화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염원을 읽었을 수는 있다. 매티스 방문 이후 사드 배치는 가속화에서 벗어나 숨 고르기를 하는 듯했다.

하지만 2월 12일 진행된 북한의 북극성 2형 미사일 발사가 다시 사드 배치 가속화의 명분이 되었을 수는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직후 진행된 북한의 도발은 오바마 정부 출범 직후 진행된 북한의 도발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트럼프와 오바마 모두 대통령 선거전에서 북한과 대화를 주장했다, 그런데 두 정부 출범 직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했다. 그 후 오바마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것과 같이 트럼프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드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방어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제기된 수많은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사드가 정말로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서 효과적인지에 대해 아무런 검증이 없는 상태에서 조기 대선은 점점 뚜렷해졌다. 적폐청산과 탄핵에 대한 국민적인 열망은 시대정신으로 상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이라는 뇌출혈 증상에 항암제 투여하는 격

3월 6일에 전격적으로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한 것은 조기 대선을 사드 대선으로 치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지역으로 예정된 성주 롯데골프장을 아직 미국에게 공여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런데도 알박기라도 하듯이 기습적으로 사드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정치권에서는 사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종북이라는 전형적인 종북몰이가 시작되었다.

사드를 배치하기 위해서는 성주주민, 국민, 국회에 대한 설득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당연하고도 정당한 절차이다. 성주 주민들은 사드 배치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또 사드가 과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막는데 군사적인 효용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심을 하는 국민들이 많이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드 배치가 필요하다는 국민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런 논리로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국민들도 사드가 과연 지푸라기라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사드는 지푸라기는커녕 오진에 따른 잘못된 처방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는 마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라는 뇌출혈 증상에 대해서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과 같은 대형 의료사고이다.

황교안 총리, 윤병세 외무장관, 유일호 경제부총리 모두 사드 배치로 중국이 보복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당연히 사드 배치 이후 한중경제관계 악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는 부당하지만, 이것은 대형 의료사고의 한 단면일 뿐이다. 의료사고의 결과는 앞으로 더 끔찍하게 다가올 것이다. 중국의 무역보복은 미국의 통상압력과 함께 쌍끌이로 앞으로 무역통상 위기를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 군사훈련 기간 동안 예상되는 북한의 도발,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 소녀상과 독도 교과서 명기 같은 일본의 도발이 한국의 외교와 안보를 총체적인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조류독감에 대해서는 물소독제를 쓰고, 구제역에 대해서는 물백신을 써서 생명 안보와 생태 안보도 위협받고 있다.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도 아니라는 것을 환기시켜주듯이 작년 가을에 발생한 지진의 여진은 아직도 한반도를 흔들고 있다.

대형의료사고가 되어버린 사드 배치는 가뜩이나 불안하고 허약해진 대한민국을 멍들게 만들 것이다. 그런데도 사드를 대선을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는 세력들은 중국의 경제보복에 흔들리지 말고 안보를 위해서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드, 반드시 국회 동의받아야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미중이 갈등해서 안보와 경제가 충돌하는 상황을 대비하지 못했다. 21세기 현대안보가 전통적인 군사안보에 기반해서 경제안보, 식량안보, 에너지안보, 환경안보, 바이오안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포괄적인 안보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냉전적인 안보관 때문이다.

한미동맹을 안보의 정부로 생각하고, 경제는 안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는 마치 안보를 위해서 경제는 버려도 되는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 중국의 보복을 반중 감정 고취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낡은 안보관에 입각해서 사드 대선으로 대통령선거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중 경제관계와 한미동맹관계가 충돌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해답은 간단하다. 남북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충돌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현재적으로도 한반도 내부에서 발생하는 대결과 갈등 때문이다.

사드 전개가 시작되고 있지만, 절차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중지시켜야 한다. 아직 성주기지를 미군에 대해 공여하는 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미군에 공여된 이후에서 설계와 시설에 이르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사드 배치를 중지시키고 국회 동의절차를 밟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드 배치는 한중 외교·군사·경제관계와 한러 외교관계에 새롭고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우리의 안전보장에 대한 사안이므로 헌법 60조에 따라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국방부는 국회의 동의권을 피하기 위해서 꼼수를 썼다. 한미 합의를 한미 양국의 소장급이 서명하고 양국 국방장관이 이를 승인한 것으로 마무리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는 국가의 안보에 새롭고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기지제공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당연히 한미 양국 사이에 정부의 책임자가 서명한 문서형식으로 한미간에 다시 합의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 합의는 헌법 60조에 따라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행정협정의 규정을 이행하는 것이라서 국회 동의가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사드 배치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행정협정의 목적과 범위를 벗어나서 동북아에서 안보 상황의 변화를 초래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한미 정부 간 합의와 이에 대한 국회의 동의를 거쳐서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사드 배치도 절차적인 정당성을 가지며 한미동맹도 성숙하게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사드, #조기대선, #사드대선, #국회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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