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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에 출마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대선주자초청 ICT인들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에 출마한 안희정 충남지사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대선주자초청 ICT인들과의 대화'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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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를 '문재인의 대안'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동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지지는 문재인만이 정권교체를 이뤄낼 수 있다는 절박함의 결과였다. 하지만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이 차츰 올라갈수록 '문재인밖에 없다'는 기존의 인식은 차츰 '안희정도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옮겨갔고 이는 안 지사의 지지율을 더 끌어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선보이는 젊은 감각과 지지세의 이면을 뜯어보면 과연 안 지사가 문재인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 지사는 지지율이 최고 정점을 찍는 시기 '대연정', '선한의지' 발언을 했고, 공약과 관련해서는 과거 노태우부터 박근혜까지 대통령 6명의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표명했다. 사드배치에 대해선 '국가간 협약이니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기본소득과 반값등록금은 '시혜적' 복지정책이라 비판했다.

이를 두고 우클릭을 통해 세력 외연 확장을 꾀하려는 틈새 전략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적지 않지만, 위에 제시된 발언은 단순히 상황 대처용, 전략용이 아니다. 안 지사의 행보는 하나의 단어로 관통된다. 안 지사는 이를 통섭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갈등회피'이자 '좋은 게 좋은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3월 2일 <썰전>에 안 지사가 출연하며 더 깊어졌다.

1. 사드배치, 국가간 합의 존중한다

안희정 지사는 "국가간 합의 존중은 차기 정부 지도자에게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사드배치 결정을 일단 따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후반부에 유시민 작가가 '사드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라는 질문에 대해선 "내가 박근혜 대통령이라면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며 사드배치 반대론의 뉘앙스를 비쳤다.

여기서 안 지사는 사드배치 찬성론자, 반대론자의 지지를 동시에 얻으려는 듯해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어느 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으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 사드배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두고 사드배치 찬성론자들이 비판할 이유는 적다. 또한 '사드는 어쩔 수 없이 일단 배치하지만, 사실 난 사드배치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던졌으니 사드배치 반대론자의 공격도 차단할 수 있다.

과거 정권의 유산이 잘못되었더라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태도다. 개인적으로 사드배치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면 '정치적, 외교적 노력을 들여서 사드배치를 되돌리겠다'고 하든, '대선 전에 배치가 완료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대통령이 된다면 임기 내에는 철수시키겠다'고 하든,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하지만 안 지사는 이도저도 아닌 태도를 보임으로써 사드배치와 얽힌 갈등의 외부에 서려고 하는 듯하다.

2. 공약의 구체성이 부족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왼쪽)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지를 선언한 이철희(왼쪽 두 번째 부터)·기동민·어기구 의원의 기자회견에 함께하고 있다. 세 사람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권교체와 더불어 세대교체, 정치교체가 함께 일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왼쪽)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지를 선언한 이철희(왼쪽 두 번째 부터)·기동민·어기구 의원의 기자회견에 함께하고 있다. 세 사람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권교체와 더불어 세대교체, 정치교체가 함께 일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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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인상, 군병력 계획, 복지 정책 등에 관해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는 구체적인 계획과 수치를 물었다. 안 지사는 끝내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어차피 대통령이 돼 계산해보면 다 틀릴 수치를 지금 제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이유였다.

현재 여러 대선주자는 각종 정책 공약을 내며 수치를 밝히고 있다. 일례로 유승민 의원은 육아휴직 수당 상한액을 10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표는 81만 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만 19세~29세 모든 청년에게 연 1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대선주자들의 수치 제시는 공격과 갈등의 빌미가 된다.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공약을 어떤 루트로 시행할지 등 대선주자들은 상대 공약의 수치를 걸고넘어지며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안 지사의 생각에 비추어보자면 이는 다 쓸데없는 짓이다. '어차피 대통령 되면 다 바뀔 수치들을 가지고 뭘 그리 싸우느냐'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비판은 공약의 탄탄함을 강화할 기회가 된다. 누군가가 재원조달 문제를 이유로 공약의 비현실성을 지적한다면, 대선주자는 반론을 제기하기 위해 국가 예산의 재원조달 구조에 대해 공부하고 공약을 되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수치를 제시하지 않고 추상적인 목표와 비전만 내세울 때 비판의 가능성과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안 지사는 전원책 변호사가 "군대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라고 계속 캐묻자 당위적인 말들로 일관했다. "싸워서 이기는 군대를 만들어라. 저는 이렇게 군 장성들에게 요구할 것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육아휴직 공약에 대해 말하면서도 그는 육아휴직을 어느 선까지 늘릴 것인지, 육아휴직 수당의 상한선과 급여를 몇% 상승시키고자 하는지 밝히지 않았다.

국민이 알고 싶은 바는 당위 일색의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하지만 이를 발표하는 즉시 각 정당과 대선주자들의 포화가 있을 것을 두려워했는지, 안 지사는 끝내 구체성을 포기했다.

3. 이합집산을 비판하면서 이합집산을 주도하려 한다

안 지사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정당 이합집산'에 대한 경계는 그의 '대연정' 구상과는 어긋나 보인다. 안 지사는 자신이 공천에 탈락하고, 구속되는 등 사건을 겪으면서도 민주당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정당이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이 과연 이합집산에 해당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그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당사자이기도 한 자유한국당과도 개혁과제에 동의한다면 연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반대했고, 그 당 의원들은 탄핵 반대 집회에 공공연히 등장하며 촛불집회를 '좌익 시위'로 비하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 반대하며 기득권 재벌들을 두둔하고 있다. 또한 임시 국회에서 시도하고 쟁점법안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고 있다.

그들과 연합하는 것이 협치일까. 오히려 이합집산에 가깝다. 만약 자유한국당이 개혁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 모를까, 자유한국당은 과거의 저자세는 버리고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국면에서 자신들은 죄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과 손을 잡는 것은 안 지사가 말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에 걸맞지 않는다. 지금의 자유한국당 주요 인사들로 내각의 요직이 채워질 경우, 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는커녕 각종 공약들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 통섭, 통합, 협치의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무리한 이합집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끼리의 이합집산을 비판했던 안 지사로서는 모순적이다. 협치라고 다 좋은 것이 아니다. 상대를 가리지 않은 협치는 이합집산과 다르지 않다.

4. 안희정은 문재인의 대안인가

안 지사에 대한 지지는 '문재인의 대안'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갈수록 그가 대안이라는 생각은 안 지사의 지지율처럼 줄고 있다. 문제는 안 지사가 우클릭을 하고 보수적인 정책을 낸다는 점이 아니다. 갈등을 피하려는 강박적 모습에 가려 안 지사의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대통령들의 공약을 비판 없이 답습하고, 쟁점 현안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구체적인 수치를 물으면 당위적인 답변으로 일관하는 것. 이를 통해 안 지사는 공격과 갈등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럼으로써 그는 점점 매력 없는 후보, 실체가 없는 후보, 지지층이 원하는 것을 내놓지 못하는 후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충돌 없는 토론은 의미가 없다. '너도 맞고 나도 맞다'라고 말하는 토론자가 무슨 논쟁을 할 수 있나. 지금 안 지사가 마주한 토론 상대는 대한민국의 개혁을 가로막는 기득권 권력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갈등을 기피하고 있는 안 지사의 모습은 그의 개혁의지를 의심케 한다. 안 지사가 주장하는 개혁이 무엇인지 갈수록 종잡을 수 없다. 정말 우려되는 점은 갈등회피적 자세에 안 지사의 철학이 가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철학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안희정 지사는 정말 문재인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태그:#안희정, #썰전, #문재인,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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