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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빠르게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삶은 사실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한국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비쿼터스 기술을 도시에 접목하는 U-City 연구를 지속해왔다. U-City는 기술이 도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기술이 어떤 식으로 도시에 접목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에 집중을 했고 주로 기술에 기반한 서비스를 적용하기 용이한 신도시 위주로 추진되었다.

도시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변화해간다. 때로는 사람의 행동유형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기도 하고 주민과 지자체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그 부분에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바로 피드백이 나오지 않는 신도시가 비교적 용이한 대상지로 선택되었다.

북촌한옥마을 입구
▲ 북촌길 북촌한옥마을 입구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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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U-City를 구현하고자 10년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비교적 늦게 시작한 선진국들은 Smart-City라는 이름으로 기존 도시에 접목하기 시작했다. 사례들을 보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엿보였다. 한국은 통합관제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반면에 선진국들은 도시에 스며들어가는 서비스와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위주로 구성하고 있음을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북촌한옥마을
▲ 한옥마을 북촌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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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시 정부 주도의 Top-down형 U-City에서 벗어나  Bottom-Up형 Smart-City 구축을 위해 서울 및 부산 등에 실증 모델을 만들기 위해 추진했지만 법적인 문제와 실용성에 대한 문제제기 등으로 인해 답보 상태에 이르렀고 일부 사물 인터넷 도시 조성 실증에는 성과는 보이고 있으니 서비스 체험공간을 만드는데 그치고 있다.
북촌으로 가는길
▲ 삼청동과 북촌 갈림길 북촌으로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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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City의 궁극적인 모델을 만들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고민을 해본 결과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에 만들어놓은 신도시 모델보다 기존 도시를 변화시키면서 사람의 행동 패턴을 바꾸고 불편한 것을 개선할 수 있는 개선형 리빙랩이 필요하다는 것을 도출할 수 있었다. 현재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리빙랩의 모델로는 서울의 관광지로 자리 잡은 북촌 한옥마을을 살펴보기 위해 찾아가 보았다.

북촌한옥마을의 시설물
▲ 시설물 북촌한옥마을의 시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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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은 기존의 도시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편함을 관광지로 유지하고 있으면서 생활이 낙후된 지역을 스마트하게 바꾼다는 테스트베드로 활용되고 있었다. Smart-City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서비스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행태에 대한 오랜 관찰과 연구가 필요하다.    

와이파이지역
▲ 무료와이파이 와이파이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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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에는 IoT 기반의 벤처기업이 실증을 하기 위해 기술 구현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어떤 도시공간 이든 간에 입구와 출구가 있다. 보통은 여러 개의 입출구가 있기 때문에 그곳만 면밀히 살펴봐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Gateway기반의 스마트 시티 설루션은 위치정보와 유동인구 정보를 통계 낼 수 있다면 방문자의 목적 및 조건에 따른 정보 제공뿐만이 아니라 환경센서 기반의 정보제공도 유의미하게 적용이 가능하다. 도시가 살아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바깥에서 이동하여 도시공간 내로 이동하여 빠져나가는 과정까지를 의미한다.

한옥마을의 까페
▲ 한옥마을 한옥마을의 까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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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 기업들이 북촌에 적용하였다는 대부분의 기술은 눈에 뜨이지 않는 것이었다. 차량번호 인식을 통한 주차 공유 서비스, IoT 센서와 앱을 통한 공유된 주차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 북촌 한옥 게스트하우스 및 레스토랑 몇 곳에 비콘 및 게이트웨이 기반의 화재 및 환경 모니터링 서비스, 소방방재 서비스, 최근 포켓몬고로 주목받고 있는 AR/VR기반의 북촌 관광지 소개 서비스, 스마트 미러를 활용한 디지털 시니어지 서비스 등이 일부 구현되어 있기도 하고 구축 중인 서비스도 있었다.

한옥마을을 찾아온 관광객들
▲ 관광객 한옥마을을 찾아온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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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의 경우 전체적으로 서비스가 통합되어 있는 형태는 아니었으며 실증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 수립을 통한 미관 정비는 필요해 보였다. Smart-City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도시공간이 조금씩 스마트 해지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네트워크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는 한국에서 아직까지 무료 와이파이가 잘 연결되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북촌 한옥마을의 공간은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 지역으로 조성이 되어 있다.

북촌한옥마을 지도
▲ 지도 북촌한옥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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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은 분위기 좋은 찻집도 있고 한복을 입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도시를 바라보면 사실을 조망하는 '정확한'관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의 행동 기반의 서비스 구현이 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그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생각하지도 않고 도시공간에서 그 서비스는 의미 없이 사장이 되어 버린다.

필자는 Smart-City란 도시공간의 특성을 만드는 긍정적 점화 효과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한다. '북촌'이라는 공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2000년대의 북촌과 2010년대의 북촌을 달라졌을 것이고 2020년대는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지게 될 것이다. 즉각적이면서 측정 가능한 정도의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북촌한옥마을을 찾아온 사람들
▲ 해외관광객 북촌한옥마을을 찾아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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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를 비롯하여 중소도시 규모의 도시공간은 모두 고유한 특성을 가진다. 모든 공간을 하나로 규정할 수도 없고 규정되지도 않는다. 하나의 서비스가 모든 도시공간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다. 점화된 서비스가 도시공간의 특성에 따라 점화 강도가 다르며 다른 서비스들을 점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작은 연못에 생기는 잔물결처럼 연상된 서비스들로 이루어진 시스템의 작은 부분에서 번지듯이 활성화된다. Smart-City는 그런 과정을 거쳐 구현되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북촌한옥마을 새주소
▲ 새주소 북촌한옥마을 새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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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은 일관성 있게 주소가 부여가 되어 있고 이는 수십 년이 지나더라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즉 바뀌지 않는 고정 요소가 있고 가변 요소가 있는 곳이 도시이며 생활공간이다. 사회적 애착의 가장 원초적인 기반이 되는 생활공간은 사회 조직과 함께 심리적으로 안전한 사물과 서식지와 그렇지 못한 사물과 서식지를 구분하는 단초 역할을 하는 것이 서비스의 시작점으로 보아야 한다.

사진
▲ 사진찍는 사람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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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실증연구 지역의 대표적인 사례지역으로 꼽히고 있는 북촌 한옥마을은 다른 도시공간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과 이곳을 찾아오는 국내 관광객, 해외 관광객의 비중의 가치가 균등하게 적용이 될 정도로 관광지로서의 공간 특색이 강한 곳이다.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안전하면서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게 방문객들의 동선과 중첩되지 않아야 하며 방문객들에게는 이곳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하면서도 움직이는 동선에 따른 정보의 제공이 중요하다. 한국인들은 주로 2~3명으로 이루어진 비정형 이동패턴을 보이고 있고 외국인들의 경우 10명 이상 단위로 일정 루트를 도는 정형 이동패턴을 보이고 있다.

옛스러움을 가진 공간
▲ 한옥마을 거리 옛스러움을 가진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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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20만 이상의 도시규모를 가지고 있는 곳의 대부분은 구도심과 신도심이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구도심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은데 1980년대까지의 도시 재개발이 낙후된 지역을 모두 밀어내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철거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그런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예산도 부족하다. Smart-City는 신도시에서도 효과가 있지만 구도심을 스마트하게 바꿀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며 대안이다.

오래된 것은 낡은 것이 아니라 가치를 재발견해야 되는 대상이다. 신기술은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Smart-City 요소기술이 만들어지고 기술은 최신의 인프라 기반에 구현이 되는 것도 있고 기존 기술의 리터칭 과정을 거쳐 재 구현되기도 한다.

인간은 비합리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때로는 정확한 판단과 더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Smart-City기반의 서비스들은 그런 도움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서비스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 도시 공간에서 경험 효용과 결정 효용과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될 수 있는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북촌한옥마을 대표골목
▲ 대표골목 북촌한옥마을 대표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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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들에 이끌려 북촌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관광객들은 직관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이드에 의해 이곳을 판단하고 둘러보게 된다. 그러나 관광지가 아닌 다른 공간들은 사람들마다 느끼는 인지적 편안함이나 좋은 감정, 정합성에 대한 직관을 가지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상호 관련성은 있으나 반드시 인과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새롭게 적용되는 서비스들의 인과관계에 영향을 받는 직관의 중요성은 공간설계를 할 때 있어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유형화하는 페르소나 모델보다는 휴리스틱 알고리즘이 Smart-City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더 적합해 보인다. 휴리스틱의 어원은 유레카와 같다. 휴리스틱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복잡한 논리나 수학적인 계산법에 따라서 행동하지 않는다. 득 보다 실에 더 강력하게 반응하며 가끔 어려운 문제를 쉬운 문제로 대체하며 믿고 확인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서비스가 안착이 되어 특정 패턴이 감지되면 그것에 대해 더 깊숙하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북촌한옥마을
▲ 도시속의 한옥마을 북촌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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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은 가로정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차로 접근할 수 있는 공간에는 한계가 있으며 차로 갈 수 없는 곳이 더 많다. 골목은 여전히 구불구불하며 도로는 좁다.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보행자 도로가 대부분이다. 거주하는 사람들을 비롯하여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 모두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는 않다. 그 자체로도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체험할 수 있는 공간
▲ 체험공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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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City는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것에서 숨겨진 가치를 발견해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기술이 접목되어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서비스는 손에 잡히는 하드웨어 형태가 될 수 있고 스마트폰 기반의 앱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을 새로 만들고 고층으로 구성하는 서울시에서 북촌 한옥마을은 아주 오래 전의 모습을 간직한 공간이다. 이곳의 실증 모델이 어떤 식으로 안착이 될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듯하다. 비콘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과 사물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는 실내 위치 측위 플랫폼이 일부 구현되어 있기도 하고 폐기물 수거의 비효율을 줄이고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관제 설루션이 일부 적용되기도 하는 등 북촌 한옥마을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옥마을에 설치된 U-Bike
▲ U-Bike 한옥마을에 설치된 U-B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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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Smart-City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점화 효과, 휴리스틱, 비정형 행동 패턴에 대한 신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Smart-City를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먼저 공간 특성에 맞는 서비스 모델을 명확히 정의하고 수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Smart-City기반의  공간설계 기술은 단순히 디자인이나 특화된 시설물, 상징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 공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수준 높은 고도화 기술이다.


태그:#북촌한옥마을, #리빙랩, #스마트시티, #SMART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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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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