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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이번 차례에는 청소년 로봇 세미나를 여는 '로봇틴틴'의 '대장'을 만났습니다. - 기자 말

지난 1월 서울 역삼동에서 열린 로봇틴틴 2회 세미나의 모습.
 지난 1월 서울 역삼동에서 열린 로봇틴틴 2회 세미나의 모습.
ⓒ 이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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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2월 20일, 서울대학교 공학 대학 한 건물에 청소년 50여 명이 몰렸다. 청소년들이 직접 주최한 이 대회의 주제는 '꿈과 진로, 예비 공학도들이 보는 공학'. 학계의 교수들이 참여해 청소년들에게 강연도 했을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타임과 멘토링 시간이 마련되는 등 단순히 로봇을 꿈에 두고 있던 청소년들이 모일 좋은 기회였다.

청소년 공학단체인 '로봇틴틴'이 서울 일대에서 지난 2016년부터 두 번 개최한 '로봇 모임'은 첫 회에 50여 명, 두 번째에 80여 명의 참가자를 모으며 순항하고 있다. '삘 타서' 시작한 단체가 온·오프라인을 통해 같은 진로 목표를 잡고 있는 청소년들 사이의 '메신저'도 되어주고, 멘토링도 도와주는 단체가 된 셈이다.

그래서, 로봇틴틴의 대표... 아니 대장을 만났다. 친구들이 대장이라고 부르다 보니, 대장이 되었다는 이소희씨를 대전 둔산의 한 카페에서 지난달 23일 만났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인터뷰에 응한 로봇틴틴 '대장' 이소희 씨.
 인터뷰에 응한 로봇틴틴 '대장' 이소희 씨.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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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그리고 '로봇틴틴'을 소개해달라.
"로봇틴틴의 '창조주'이자 대장이고, 대덕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의 고3 이소희이다. 남들이랑 다르게 졸업하고 취업이 확정되어서 '수능 걱정'은 없다. 로봇틴틴은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청소년끼리의 공학 교류회를 주최하는 단체이자 모임이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대장'이다. 주로 페북의 공개 그룹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

- 음, 그렇다면 이 단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을까. 학교 안의 친구들과 같이? 아니면 어딘가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만들었나.
"사실 로열모(로봇공학을 위한 열린 모임)이라는 모체 그룹이 있다. 여기서도 세미나를 자주 여는 편인데, 어떤 중학생 친구를 거기서 만났다. 그 친구가 나에게 청소년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래서 정말 즉흥적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름도 그 친구가 정해줬다. 로고는 내 친구가 아이패드 산 기념으로 만들어줬다. 그 정도로 어쩌다 시작한 단체이다.

그런데 만들고 보니까 대책이 없는 것이었다. '어떻게 사람을 불러다 모임을 열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운영진을 모았는데, 일곱 명 정도가 우연히 '페이스북 메시지'로 연락을 줬다. 근데 더 불행하게도 나만 대전에 살고 나머지는 서울, 경기도에 살았다. 그래도, 부산과 광주에서 지원을 하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 그것이 2016년 초였다."

로봇틴틴 제2회 오픈세미나의 포스터.
 로봇틴틴 제2회 오픈세미나의 포스터.
ⓒ 로봇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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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2월에 첫 행사 개최는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한번 정문 앞에 가보기도 어렵다는, (웃음) 서울대학교 공대 강의실을 대관했다.
"사실 서울대학교 공대 강의실을 빌리기까지 운영진 중 진희라는 친구가 많이 노력해줬다. 지금 경기도 모처에서 보충과 과외로 '고통받고' 있겠지만, (웃음) 서울대 관계자와 직접 컨택해가며 힘들게 대관에 성공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 경험이 없는 데다가 어떤 대상을 겨냥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야심 차게 열었다가 손님 한 명만 받을 수는 없지 않나.

연사님들, 멘토님들은 처음 보는 분들께 페이스북 메시지로 요청을 드렸는데, 나영이라는 친구가 연사님들을 모시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기울여줬다. 그래서 광운대학교 교수님, 한양대학교 교수님과 로봇 관련 기업의 연구원님과 대표님을 모실 수 있었다. 그분들께 진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그 다음 홍보는 다른 그룹들을 따라 했다. 모 사이트에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글을 올리고, SNS를 통한 간단한 홍보가 끝이었다. 그런데 순수 참가자만 40~50명 정도 모였다. 다만 중고등학생들만 많이 올 줄 알았는데, 어머님들 입소문을 타서 엄마 손에 끌려온 청소년들도 많이 보였다.

다만 처음이었으니만큼 많이 버벅댔다. 비용이나 경품도 후원을 받았다. 그래서 50만 원 정도의 후원액을 받을 수 있었고, 드론이나 백팩같은 경품을 지원받았다. 그런데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유명 IT기업 예상치 못하게 먼저 전화를 주신 것이었다. 그 기업 브랜드 로고가 있는 백팩을 지원해주셨는데, 그 다음 행사 때 한국 지사장님이 회사의 제품을 직접 가져오셨다."

- 그렇다면 행사를 연 다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사실 허무했다. 이렇게나 준비를 했는데도 내 자신에게 불만족스러웠다. 소위 '허접하다고' 말하는, 그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불태웠어야 하는 건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래도 어떤 참가자가 페이스북 메시지로 '이런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도 받았고, 다음 번에는 내가 운영진에 참가하고 싶다는 메시지도 받았다. '나도 어딘가에 쓸모가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틴틴의 첫 번째 오픈세미나 단체사진.
 로봇틴틴의 첫 번째 오픈세미나 단체사진.
ⓒ 이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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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는 역삼동의 모임 공간에서 두 번째 행사를 열었다. 전에 느끼셨던 문제를 해결하셨는지, 그리고 1회 행사 때와 어느 정도 달라진 점이 있는지.
"1회 행사 때보다 운영진들이 더 많아졌다. 주말마다 스카이프라든가, 메신저로 회의를 했다. 나 혼자 거리상 문제 때문에 온라인 회의를 했다.(웃음) 장소 답사가 사실 힘들었다. 평일 중에 다른 행사가 있다고 거절당한 경우도 있었다. 우리가 가본 곳 중 하나로 장소를 결정했는데, 전에도 다른 세미나로 몇 번 참석했던 곳을 대관할 수 있었다.

사실 와보기만 했던 곳인데, 주최자가 되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감회도 색달랐고 말이다. 사실 1회 때랑 전체적인 맥락은 비슷한데, 그래도 짬이 차서 훨씬 능숙하게 행사를 준비할 수 있었다. 개최도 전보다 매끄럽게, 홍보도 훨씬 효율적으로 많이 했다. 경품도 조금 더 빵빵하게 준비했고, 연사님들을 조금 더 쉽게 모실 수 있었다.

2회 때는 참가자도 거의 두 배로 늘고, 후원받은 경품도 훨씬 많았다. 아까 말했던 IT기업의 지사장님도 직접 방문하셔서 강연도 해 주셨다. 전체적으로 1회 때보다 순조로웠고,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럽다. 연사님들도 어려운 발길 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벤트가 조금 미흡했던 것이 안타까운 부분이다."

- 2회 때는 직접 만든 로봇이나, 드론 등의 전시물을 전시하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들었는데.
"1회 때 콘텐츠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참가자들이 조금이나마 더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에는 부스를 운영하는 것이 적합했다. 그래서 부스를 운영했다. 역시나 그룹을 통해 친구들을 모았다. 많은 친구들이 부스에 참가해 주었다. 자작 로봇이라던가, DIY 일렉기타, 관절 로봇 등을 만들어왔는데,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드론이었다.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던 공학회 사람이 만들어 온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공간이 좁아 시연은 못 했다."

- 3회 때는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2회와 차별점을 둔다면?
"조금 더 참가자들을 위한 배려를 할 것이다. 주차공간 마련이라든가, 풍부한 이벤트 등 참가자들이 즐길 거리를 조금이나마 만들고 싶다. 또 행사가 끝나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안에서 뒤풀이 식의 네트워킹 파티를 활성화하려고 한다. 또 학생들이 직접 참가해 발표하는 학생 스피치도 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싶다."

- 세미나 말고 로봇틴틴에서 하는 다른 행사나, 아니면 다른 활동이 있는지 궁금하다.
"교육 봉사나 '메이커톤'을 기획하고 있다. 메이커톤은 밤을 새워 가며 로봇이나 스마트 기기 등을 만드는 행사이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자금을 모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장소 섭외를 하는 것도 어렵고, 참가자들의 식대나 재료비 등을 주최 측에서 충당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우연찮게 도와주시겠다는 분이 계셔서 잘 풀릴 것 같다. 아직은 기획 단계이지만 다양한 행사로 만나고 싶다."

-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공학계 쪽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청소년들만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데, 성인들이 어떤 방법으로 도와줘야 하는지, 아니면 정책적인 방향으로 도울 방향이 있을런지.
"대학에서 특기자 전형을 더 만들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님들이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공부'와 관련 없는 것은 부모님이 지원을 해 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문과한테는 '재수 없는 이야기'인데, 특기자 전형을 더욱 더 활성화해주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여러 대학에서 IT 특기자 전형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의 진로, 진학 계획이나 개인적인 목표를 듣고 싶다.
"이미 취업을 했고, 첫 출근이 10월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금액적인 지원을 내가 하고 싶다. 교육 봉사를 하는 교육지원사업도 관여를 해 보고 싶다. 사실 이 모임을 하면서 금액적인 문제 때문에 청소년 때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많이 만났다. 이런 친구들을 많이 도와주고 싶고, 이 분야는 나이가 중요한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나 주부를 대상으로 가르쳐주고 싶다."

로봇틴틴 2회 오픈세미나.
 로봇틴틴 2회 오픈세미나.
ⓒ 이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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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틴틴의 오픈 세미나처럼, '우리에게 이런 기회가 없어서 만들었다'는 말을 사실 인터뷰하며 많이 듣는다. 대학생만 되더라도 다양한 기회를 접할 수 없지만, 청소년의 경우에는 기회를 접하기에도, 막상 기회를 접하고도 학교, 공부라는 문제 때문에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그 기회 역시 일부 학교에서 학교별로 진행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어, 학교간의 편차도 심한 것이 문제이다.

청소년들이 '자급자족'하는 대회 문화는 충분히 좋고 이색적인 문화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내기 위함이라는 목적보다 '청소년에게 이런 행사 자체가 부족해서' 한다면 그것은 문제이다. 이런 행사가 없어서 우리가 만들자는 의미로 청소년 관련 행사를 직접 진행하기보다는, '우리가 만들고 싶어서' 청소년 행사를 진행하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태그:#청소년, #청소년 세미나, #청소년 행사, #로봇, #이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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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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