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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와 그의 비리를 폭로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마주했다.

고영태 전 이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왼쪽사진). 최순실씨가 이날 오전 호송차에서 내려 공판이 열리는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최순실씨와 그의 비리를 폭로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서 마주했다. 고영태 전 이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왼쪽사진). 최순실씨가 이날 오전 호송차에서 내려 공판이 열리는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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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등이 '국정농단' 사태를 사전 기획했다는 최순실씨 쪽 주장이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이들의 말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는 반면, 여기에 반박하는 진술 등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의 15차 공판에는 최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보좌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고영태 이사 등이 K스포츠재단 등을 장악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조작했다는 최씨 쪽 주장을 두고 "지나친 얘기"라고 반박했다. 또 고영태 이사나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등이 재단을 장악할 능력도 없다고 했다. 그는 고 이사 등이 정부 관계자를 만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실세' 최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 "김수현 전 대표 등이 재단을 장악할 능력이 있었냐."
최철 : "능력도 없고, 의도도 없다. 왜냐면 K스포츠재단은 법인 형태이기 때문에 문체부 정산 등을 받아야 한다. 미르재단도 그렇고. 그럼 문체부에 영향을 미칠 사람이 누군지 뻔히 나오는데... 고영태가 최순실씨랑 관계가 틀어지고 나서도 문체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영향이 전혀 없죠. 고영태를 보고 기업에서 만나준 게 아니다. 또 문체부 사무관이 어떻게 (재단 사업 관련해) 현장실사를 나오냐. 고영태가 전화해서 그게 가능한가?"

검찰은 이어 "고영태 이사 등이 재단을 장악하고 국정을 농단할 상황이었는가. 그가 이 사건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럴 능력이나 기반이 있냐"고 물었다. 최 전 보좌관은 단호하게 "그럴 능력이 없다"고 답변했다. 또 김수현 전 대표나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이 '국정농단사태 기획'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최씨 쪽 주장을 두고는 "두 사람은 모이를 받아먹는 어린 새밖에 안 된다, 그런 능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검찰 : "최순실씨가 능력도 없고, (자신과) 관계도 깊지 않은 두 사람이 재단을 장악하려고 했다며 (그들을) 몰아간다는 취지죠? 뒤집어씌우는 것 아니냐는."
최철 : "지금 보면 그렇게밖에 생각이 안 된다."

최순실씨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말과 달리 최씨가 민정수석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정황도 나왔다. 최 전 보좌관은 "고영태 말로는 (최순실씨가) 일정한 정보를 민정수석실로부터 듣고 있다더라"며 "최씨가 청와대에 자주 들어가 VIP(박근혜 대통령)와 대면해 많은 얘기를 하고, 김종덕 전 장관 등을 (자리에) 앉히고 우병우 수석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 고 이사가 '소장(최순실)한테 들었다'며 민정수석실 조사를 예고한 뒤 실제로 청와대 행정관을 두 차례 만났다고 했다.

그는 최순실씨가 실세라는 것도 충분히 알았다고 진술했다. 최 전 보좌관은 "고영태가 '대통령 제외하고는 최순실 위에 아무도 없다'고 말했고, 이미 체육계에는 밤마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랑 차은택 감독이 밤마다 여성 한 분과 회의를 한다는 소문이 파다한데다 광고계에선 '차은택 통하지 않으면 일이 안 된다'고 했다"며 "그 상위구조를 최순실이라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최순실 "고영태가 문체부 예산서 갖고 와 놀라" - 최철 "인터넷 공개자료일 뿐"

자신이 비선실세였음을 확인해주는 최 전 보좌관의 증언이 이어지자 최순실씨는 직접 반격에 나섰다. 그는 재판장에게서 발언기회를 얻어 최 전 보좌관에게 "고영태가 문체부 주요 예산서 등을 받아와서 '우리도 못 받는 걸 어떻게 받았냐'고 놀랐다"며 "계속 그쪽과 연결관계를 가지며 조력해주지 않았냐"고 물었다. 또 최 전 보좌관이 준 자료들을 바탕으로 고 이사 등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계획을 세워 자신에게 가져왔다고 했다.

하지만 최 전 보좌관은 자신이 고 이사 등에게 건넨 자료는 문체부 홈페이지 등에 올라온 공개 자료였다고 답변했다. 또 자신이 그들에게 아이디어를 주긴 했지만 현재로선 관계가 다 끊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자신이 공무원 신분임에도 고영태 이사 등과 정부 사업 수주 등을 논의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공직자로서 그렇게 처신한 것을 뼈저리게,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최순실씨 쪽은 줄곧 이번 사태가 고영태 이사 등이 기획한 일이며 자신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20일 '김수현 녹음파일' 일부를 재생한 데에 이어 이날 증인신문에서도 별 다른 반전을 꾀하지 못한 채 공판을 마쳤다. 재판부는 3월 7일 김수현 전 대표를 불러 녹음파일을 만든 경위 등을 물어볼 예정이다.


태그:#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고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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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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