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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크셔푸딩과 셜록홈즈 시대의 햄샌드위치
 요크셔푸딩과 셜록홈즈 시대의 햄샌드위치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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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 만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음식들. 군침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 속 음식 레시피와 그에 얽힌 잡담을 전한다. 한 술 뜨는 순간 장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음식 이야기를 '씨네밥상'을 통해 풀어낼 예정이다. - 기자 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픽션 속 인물이자 최초의 민간 탐정 셜록 홈즈.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영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이 독특한 매력의 탐정은 역사 속 가장 많이 영화화된 픽션 인물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뽐내며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원작 소설을 쓴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은 정작 자신이 만들어낸 셜록이라는 인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작가는 역사덕후로서 정통 역사소설을 쓰고 싶어했고 셜록 홈즈 시리즈는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쓴, 대중의 입맛에 맞춘 작품 정도로만 생각했기 때문. 그는 셜록 홈즈 시리즈가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와중에도, 몇 번이나 연재를 중단했고 팬들의 성화에 못 이겨 연재를 다시 시작하길 반복했다. 참다 못한 그가 소설 속에서 죽여버리며 시리즈를 마치지만 이에 대한 팬들의 반발이 어찌나 거셌는지 전세계 팬들에게 협박 투서를 받는 등 고충을 겪으며 결국 <셜록의 귀환>으로 그를 다시 되살려 놓는다.

실재하는 인물도 아닌데 이렇게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셜록 홈즈. 마지막 원작 소설이 출간된 지 10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많은 열혈팬을 지니고 있고 이들을 '셜로키언'이라 부른다. 홈즈 연구 학회와 동호회, 인터넷 커뮤니티만 전세계에 1천여 개 이상이며 최근에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셜록으로 분한 영국의 드라마가 4시즌까지 제작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천재적인 머리, 예리한 추리력, 까칠한 성격, 고급스러운 취향으로 대변되는 독특한 매력의 소유자 셜록, 그가 언제 태어나고 언제 죽었는지, 그의 취미와 특기는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하는 이들이 많으니 여기에서는 그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먹는지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자.

예리하고 까칠한 셜록이 좋아하는 음식은?

원작 소설 속에서 그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특별히 없다. 단지 그는 커피를 많이 마시며 영국인답게 차도 즐기지만 차를 마실 때에는 설탕을 듬뿍 넣는다고 한다. 그는 요리에 취미가 없으며 식탐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가 닥터 왓슨과 함께 사는 베이커 스트리트의 221b의 하숙집 주인인 허드슨 부인이 그들을 위해 종종 맛있는 샌드위치와 비스켓을 곁들인 차를 올려주어 티나 커피 타임을 즐긴다.

셜록 팬 포럼에는 56개의 단편소설과 4개의 장편소설에 잠깐이라도 묘사된 음식들을 총 망라한 게시물이 있는데 그 리스트를 보면 과일, 셰퍼드파이, 피시앤칩스, 샌드위치, 차가운 소고기와 맥주, 스콘, 머핀 정도다. 리스트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셜록은 그의 성격과는 달리 유별난 음식 취향이 아닌, 영국인들의 보통 입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도 그가 살았던 19세기 말, 20세기 초 영국의 식생활을 충실히 따랐음을 추측할 수 있다.

셜록을 주제로 한 온갖 콘텐츠가 나와있는 가운데, 1976년에 출간된 <셜록홈즈 요리책(Sherlock homes cook book)>도 눈길을 끄는데 이 책은 셜록 홈즈의 공식 요리책은 아니고 셜록 홈즈의 광팬인 괴짜 2명이 셜록 홈즈에서 영감을 얻은, 셜록 홈즈가 먹었을 듯한 음식들을 모아놓은 요리책이다. 이 책에서 고른 오늘의 첫 번째 메뉴는 'Thorneycroft's Thoracic Thrill'. 우리말로 옮기자면 '소니크로포트의 가슴털 스릴' 정도랄까...

셜롬 홈즈 시리즈 중 단편 <프라이어리 학교>의 교장선생님 이름을 딴 샌드위치로 굉장히 특이한 메뉴 같지만 사실 산업혁명 이후 영국에 널리 퍼진 샌드위치 스프레드를 재현해놓은 레시피다. 최근의 힙하고 고급스러운 샌드위치들과는 많이 다른, 햄과 치즈 피클 등 가공식품을 몽땅 갈아 넣은 샌드위치다. 바이올린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다개국어에 능한, 고급스러운 취향의 홈즈라도 19세기 말~20세기 초 영국의 미식과는 다소 거리가 먼 식문화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다시 만든 식용유+베이컨 기름 버전의 요크셔푸딩.
 다시 만든 식용유+베이컨 기름 버전의 요크셔푸딩.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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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두 번째 메뉴는 요크셔푸딩, 이름은 푸딩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푸딩과는 달리 차라리 식전 빵에 가깝다. 달걀, 물, 밀가루로 만드는 이 푸딩은 위로 부풀어 오른 모양에 속은 텅 빈 것이 특징으로 영국 요크셔 지방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며 영국 전역에서 즐겨 먹는다. 로스트비프에 그레이비 소스와 곁들여 먹는 것이 흔하고 그냥 빵 자체로 즐기기도 한다. 역시 셜록을 모티브로 한 미드 <엘리멘트리>에서 셜록이 요크셔푸딩을 만드는 장면도 눈에 띄며 런던의 관광 명소이기도 한 '셜록 펍'의 유명 메뉴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방식의 요크셔푸딩은 고기를 굽는 오븐 아래칸에 반죽을 채운 틀을 넣어 고기에서 떨어지는 기름이 푸딩에 스며들게 하며, 고기를 함께 굽지 않을 때에는 남은 고기 기름을 활용해 굽는 것이 특징이다. 요크셔푸딩의 영혼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틀에 고기 기름을 부어 오븐에서 충분히 뜨겁게, 연기가 날 때까지 달궜다가 반죽을 넣고 굽는 과정으로 이렇게 해야 속은 뻥 뚫리고 겉은 부풀어 오르는 모양으로 구워질 뿐 아니라 빵 전체에서 기름진 고기 풍미가 난다.

옛날 가난했던 시절에는 고기 요리를 먹기 직전에 요크셔푸딩을 먹음으로서 고기의 향을 즐기며 배도 채워 고기를 적게 먹어도 포만감이 들도록 했다고 한다. 아무튼 요크셔푸딩을 향한 영국인들의 집착과 사랑도 굉장한데 무려 '영국 왕립 화학 협회(Royal Society of Chemistry)'에서 요크셔 푸딩 선언을 했을 정도. RSC의 화학자들은 "요크셔푸딩은 반드시 10cm 이상이어야 한다"며 요즘은 제대로 된 요크셔푸딩이 없다고 한탄하는 한편 공식 레시피를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필자는 높이가 어느 정도 있는 요크셔푸딩 전용 틀(팝오버 틀) 대신 머핀 틀을 사용해 낮은 높이의 요크셔푸딩을 만들고 상념에 빠졌다. 이 요크셔푸딩을 셜록이 받아든다면, 그 까칠하고 고지식한 성격에 "이건 요크셔푸딩도 아니야!" 하며 던질게 분명하다고. 셜록 같은 성격의 이에게 요리를 차려주는 일이란 얼마나 까다롭고 힘빠지는 일일까, 아니 식탐이 없으니 별 생각이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셜록이 이 요크셔푸딩을 보고 던져버린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할까, 왓슨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복수는 가장 차갑게"라는 말이 있으니 티타임에 차갑게 식은 차를 건내는건 어떨까.

아니 애초에 나는 왜 실존인물도 아닌 인물의 취향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 어쨌거나 샌드위치 스프레드와 요크셔푸딩을 잔뜩 쌓아놓고 드라마건 영화건 소설이건, 셜록 홈즈 시리즈를 정주행 하는 것은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씨네밥상 레시피] 햄샌드위치와 요크셔푸딩

셜록 홈즈 시대의 햄스프레드 샌드위치 (4인분 기준)

한 번에 넉넉히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3~4일은 발라 먹을 수 있다. 취향에 따라 다진 샐러리를 더하거나 우스터소스, 케찹을 더해도 좋다. 마치 '대영제국 료리 대백과'에 나올 법한 살짝 촌스러운 맛으로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에 많이 팔리던 '샌드위치 스프레드'와도 비슷하지만 그것보단 진한 맛이다. 어쨌거나 간단하면서 맛은 괜찮다.

재료 : 다진햄 ½컵, 슬라이스치즈 10장(혹은 체다치즈 200g), 다진피클·다진양파·생크림 2큰술씩, 다진피망·머스터드·마요네즈 1큰술식, 백후춧가루 약간

1. 재료를 모두 믹서기나 푸드프로세서에 넣고 간다. 너무 곤죽이 되지 않게, 건더기가 적당히 있는 정도로만 가는 것이 포인트.
2. 식빵 사이에 스프레드해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는다.

요크셔푸딩 (머핀틀 8개~12개 기준)

요크셔푸딩의 핵심은 소고기 기름인데 해외에선 '비프드리핑'이라고 해서 포장된 것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가정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다. 오븐에서 로스트비프를 할 때 나오는 기름을 모아 사용해도 좋지만 여의치 않다면 일반 콩기름이나 카놀라유 등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다. 버터를 사용하면 풍미가 좋아지지만 오븐에서 기름을 연기가 날 정도로 뜨겁게 만드는 과정에서 버터 특유의 낮은 발연점 때문에 타 불순물이 생기기 쉽다.

필자는 버터로 만들었다가 불순물이 생겨 겉모습이 지저분해(맛은 좋다) 식용유에 베이컨 기름을 더해 다시 만들었다. 베이컨을 팬에 구워 나온 기름과 식용유를 더해 동물성 기름의 풍미를 더한 것. "그래도 요크셔 푸딩엔 소고기 맛이 나야지!" 하는 이라면 기름에 비프스톡가루를 살짝 개어 사용해도 좋다. 요크셔푸딩을 오븐에 넣고 구울 때 옆에 소시지를 넣고 함께 구우면 소시지에서 나오는 기름과 연기가 옮겨가 요크셔푸딩에서도 고기의 맛이 난다는 외국 블로거의 팁도 있다.

로스트비프 등 고기 요리에 곁들여도 좋고 그레이비소스를 끼얹어도 좋지만 그냥 그 자체로 즐겨도 좋다. 구운 베이컨, 달걀 프라이 등과 간단한 식사로 먹어도 어울린다. 반죽 위에 체다치즈를 살짝 갈아 넣거나 잘게 자른 베이컨을 올려도, 세이지, 타임, 로즈마리 등의 허브를 더해도 좋다.

재료 : 달걀 4개, 중력분 150g, 우유 175g (¾컵), 물 25g(1큰술과 2작은술), 소금 ½작은술, 식용유(소고기기름, 라드, 쇼트닝으로 대체 가능) ½컵

1. 모든 재료는 실온으로 준비한다.
2. 볼에 밀가루를 붓고 달걀을 깨 반죽기로 적당히 섞다가 우유와 물, 소금을 부어 매끄러워질 때까지 잘 섞는다. 너무 많이 섞으면 안된다.
3. 반죽을 최소 30분, 최대 하룻밤 실온에 그대로 두어 숙성시킨다. 하룻밤 숙성시키는 것이 가장 좋고 냉장고가 아닌 실온에서 숙성하는 것이 포인트다.
4. 오븐을 230℃로 예열한다. 머핀팬에 기름을 나눠 넣는다. 바닥에서 약간 찰랑거릴 정도, 너무 많이 붓지 않도록 주의한다. 팬을 오븐에 넣고 기름에서 연기가 날 때까지 10분 가량 가열한다.
5. 팬을 꺼내 기름이 뜨거울 때 반죽을 재빨리 나눠 넣는다. 틀 높이의 반, 혹은 ⅔ 까지만 넣어야 한다. 팬을 바로 오븐에 넣고 15~20간 굽는다.
6. 반죽이 높게 부풀어 오르고 먹음직스러운 갈색을 띄면 오븐에서 꺼낸다. 틀에서도 바로 빼내는 것이 좋다. 뜨거울 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식은 요크셔푸딩은 먹기 전에 다시 데워 먹는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윤희는 음식잡지에서 기자로 일하다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푸드라이터. 음식에 관련된 콘텐츠라면 에세이부터 영화, 레서피 북까지 모든 것을 즐긴다. 영화를 보다가 호기심을 잡아끄는 음식이 나오면 바로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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