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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동초 통폐합을 반대하는 학부모들과 시민단체가 15일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졸속적인 통폐합과 교육박물관 건립의 재논의를 요구한 가운에 대동초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폐교 반대한다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대동초 통폐합을 반대하는 학부모들과 시민단체가 15일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졸속적인 통폐합과 교육박물관 건립의 재논의를 요구한 가운에 대동초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폐교 반대한다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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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반대, 폐교 반대. 우리 학교 지켜주세요"

대부분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열린 15일 오후. 부모들과 함께 대구시의회에 나온 아이들이 입을 모아 "폐교 반대"를 외쳤다. 대동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들은 "언니, 오빠들이 졸업식에서 우는 모습을 보면서 학교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세은(12) 학생은 "오늘 학교에서 통폐합에 관련된 가정통신문을 줬다"며 "6학년 올라가는데 반편성도 해주지 않고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것 같아 눈물이 났다. 갈 학교가 없어진 것 같다"고 울먹였다.

김채영(12) 학생은 "작년 12월 시험보기 3일 전에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 통폐합 이야기만 하고 수업을 하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다니던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가게 되면 왕따를 당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이 북구 산격동에 있는 대동초와 산격초를 통폐합하기로 결정하고 그 자리에 교육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하자 학부모들과 시민단체가 "졸속 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 5월 대동초 인근에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어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향후 공동주택 개발 계획도 없어 학생이 더 이상 증가할 요인이 없다며 대동초와 산격초를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통폐합의 가장 큰 이유로 소규모학교를 계속 운영할 때에는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교육여건이 악화되어 교육 경쟁력과 교육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대신 대동초 자리에 교육박물관을 건립해 '교육수도 대구'의 교육역사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보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졸속적인 계획이라며 학교 통폐합 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대구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의회 교육위원들을 만나 공청회 등을 요청했다. 오는 17일 두 학교의 통폐합을 결정하는 조례안 심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통폐합을 반대하는 대동초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들은 15일 오후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졸속적인 통폐합과 교육박물관 건립을 재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학교통폐합을 반대하는 대동초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들은 15일 오후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졸속적인 통폐합과 교육박물관 건립을 재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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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살리기 대구공동대책위와 전교조 대구지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20개 시민단체들과 대동초 통폐합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조례가 통과되지 않았는데도 교육청은 엉터리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대동초 통폐합과 박물관 건립을 졸속으로 추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구교육박물관 건립 사업에 100억 원이나 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공청회나 사업 타당성 연구 등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심각한 부작용마저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올바른 교육박물관 건립을 위해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박물관의 위치로 일제 강점기 3.1만세운동을 지역에서 주도했던 계성학교와 비밀결사를 통해 독립운동을 했던 대구사범학교(현 경북대 사대부속중고), 태극단 독립운동의 역사가 있는 대구상업학교(현 대구상원고 부지) 등 대구지역 학교의 역사와 의미를 보존하고 되새길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구교육박물관은 우동기식 행복교육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며 "박물관이 어느 한 개인의 치적 쌓기 사업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박물관 부지 확보를 위해 대동초 폐교를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구심도 나타냈다.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대구시교육청이 학부모 찬성 설문지를 조작하고 반대 학부모에 대한 선물 공세 등 비교육적이고 비민주적 방식으로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동초의 폐교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용역 결과 제일 적합한 곳으로 결론 낸 것은 짜맞추기식 용역 결과라며 "일정에 쫓겨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교육박물관이 아무도 찾지 않아 학교별로 강제 할당하는 체험학습으로 겨우 운영되어나갈 흉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동초 통폐합을 반대하는 학부모들과 시민단체가 15일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졸속적인 통폐합과 교육박물관 건립의 재논의를 요구한 가운에 대동초 학생들이 폐교 반대한다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대동초 통폐합을 반대하는 학부모들과 시민단체가 15일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졸속적인 통폐합과 교육박물관 건립의 재논의를 요구한 가운에 대동초 학생들이 폐교 반대한다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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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화동초 교사는 "시의회가 오는 17일 조례 심사를 앞두고 있는데 이미 폐교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가능한 일인가"라며 "97억 원을 들여 졸속으로 만든 교육박물관의 연간 운영비가 15억 원이 들어가는 돈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주호 작은학교살리기 대구대책위 대표는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가는데도 반배정마저 하지 않고 교장은 보따리 쌀 생각만 하고 있다"며 "서민들이 많이 다니는 대동초를 정치적 욕심에 의해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민사회의 의견수렴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진행되고 있는 교육박물관 사업이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 '올바른 대구교육박물관 건립을 위한 협의회'를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학부모들은 시의회 교육위원들을 만나서도 졸속적인 통폐합이 될 수 있다며 오는 17일 열리는 '대구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의 심사를 유보해줄 것을 촉구하고 재논의에 앞장서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학교 통폐합은 매년 학생 수가 줄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박물관 건립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물관을 설립하기 위해 학교를 폐교하는 것이 아니라는 해명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교부지가 남으니까 학생과 주민들에게 교육적인 박물관을 만들어주는 게 더 좋다는 의견"이라며 "박물관 건립은 의회에서 관련 조례가 통과되면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학교 통폐합, #대구 대동초, #대구교육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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