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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르(Colmar)의 쁘띠베니스(Petite Venise), 튀렌 거리(Rue Turenne)를 나오다가 나는 코뿔소 동상이 세워진 한 마당 넓은 건축물을 만났다. 황토색 벽면과 갈색 지붕을 가진 이 건물은 알자스의 풍광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나는 이 건물 안에 코뿔소로 상징되는 유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 입구에 쓰인 이름을 보니 콜마르 자연사 인류학 박물관(ville de colmar museum histoire naturelle)이었다.

콜마르 자연사박물관. 1859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박물관으로 다양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 콜마르 자연사박물관. 1859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박물관으로 다양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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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갈등을 했다. 콜마르에서만 둘러보기로 한 박물관이 2곳인데 예상치 못한 자연사박물관을 바로 눈 앞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박물관 마당 안으로 일단 들어섰다. 인생에서 할까 말까 망설임이 생길 때에는 '하자'는 평소 생각대로 박물관 내부까지 들어섰다. 나는 콜마르 여행일정을 수정해서 입장권을 사러 갔다. 박물관 마당 안에는 박물관으로 현장학습을 나온 콜마르의 초등학생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박물관의 학생들. 콜마르의 초등학생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박물관에 현장학습을 나왔다.
▲ 박물관의 학생들. 콜마르의 초등학생들이 선생님들과 함께 박물관에 현장학습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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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앞 마당을 지나 왼쪽으로 가니 1층에 입장권을 파는 곳이 있다. 프랑스의 1층은 우리나라로 치면 2층이라서 잠시 헷갈렸다. 1층 안내 데스크에는 입장권을 파는 할머니 직원 2분이 앉아 있었다. 할머니들은 자연사박물관 팸플릿과 입장권을 주면서 관람동선까지 알려준다. 동양에서 온 여행객에게 자기 고향의 자랑스런 박물관을 안내한다는 뿌듯함이 표정에서 느껴졌다.

박물관 내부는 개인 저택같이 방이 많은데 과거에 콜마르 시에서 사용하던 건물이라고 한다. 박물관에서 나누어준 팸플릿에 의하면 이 콜마르 자연사박물관은 1859년에 설립되었으니 150여년이나 지난 전통의 박물관이다. 박물관 개관 당시 이름은 '콜마르 자연사 인류학 박물관(Museé d'Histoire naturelle et d'Ethnographie de Colmar)'이다.

마침 콜마르의 초등학생들이 학교 선생님을 따라 2층 계단을 올라왔다. 한 학급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으면서 차분히 메모를 하고 있었다. 한창 뛰어 놀 나이의 학생들은 박물관 내부에서 나이답지 않게 정숙을 지키고 있었다.

학교 선생님은 알자스(Alsace)의 포유동물관 앞에서 박제된 동물들을 가리키며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선생님의 설명은 콜마르의 자연을 설명하는 핵심 이야기인 것 같은데 내가  프랑스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쉽다.

알자스의 포유동물. 스라소니, 야생영양 등 소중한 알자스의 동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 알자스의 포유동물. 스라소니, 야생영양 등 소중한 알자스의 동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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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2층에는 알자스 및 외국의 야생동물관이 펼쳐져 있다. 야생동물관 중에서 알자스의 포유동물 74종이 가장 먼저 나를 반긴다. '우리 지역에 익숙한 포유류가 출현'한다는 표현이 팸플릿에 자랑스럽게 적혀 있다. 전시관 가장 앞에는 나무 위에 올라 아래를 노려보고 있는 수컷 스라소니가 있다. 이 스라소니는 알자스의 보주 산맥(Vosges Mts.)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출현한 희귀한 스라소니였으나 안타깝게도 밀렵꾼에 의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멸종 위기종인 알자스 박쥐도 전시실 천장에 소중하게 모셔져 있다. 중부유럽에만 살고 있는 대형 햄스터도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어서 이 박물관에서 보전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전시관 안에는 알자스에서 곧 멸종될 것 같은 멸종 위기종들이 가득 차 있어서 알자스 인들의 아쉬움을 보는 듯하다.

보주 산맥의 산악지대에 서식하는 야생영양은 전시실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서 아래쪽의 다른 동물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 전시관에는 알자스에 사는 여우 뿐만 아니라 멧돼지, 오소리, 사슴 등이 관람객들을 맞고 있고 하천에서 사라졌다가 콜마르 수로에 다시 방사된 수달도 전시되어 있다. 모두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동물들과 같은 종들이어서 아주 친근한 느낌이 든다. 알자스의 기후가 우리와 비슷하고 숲이 우거져 있어서 그 안에 사는 동물들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이다.

이 외에도 1786년 이후 알자스에서 사라져 알자스 인들의 아쉬움을 낳았던 갈색 곰과 같이 지금은 사라져 거의 알려지지 않은 포유동물에 대한 전시물들이 남아 있다. 알자스 지역도 우리나라 같이 도시지역이 발달하고 숲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곰과 같은 큰 동물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외국 포유동물관. 프랑스의 식민지 국가였던 나라들에서 수집한 동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 외국 포유동물관. 프랑스의 식민지 국가였던 나라들에서 수집한 동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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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르 자연사 박물관 안으로 더 들어가니 알자스 지역의 경계를 벗어난다. 이 작은 박물관이 전세계적인 동물학과 인류학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놀랍게도 지구의 거의 모든 대륙에서 수집된 고고학, 동물학 유물들이 대륙별, 시대별로 진열되어 있었다. 프랑스가 아프리카와 폴리네시아에 거대한 식민지를 운영하였기 때문에 특히 그 지역 유물과 동물들이 많다. 한 때 알자스를 지배했던 독일이 전세계에서 수집한 유물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인구 7만명 소도시의 작은 박물관에서 이렇게 지구촌의 다양한 유물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나는 의외로 다양한 동물들과 인류의 조상들을 만나고 있었다. 프랑스의 동화 같은 마을을 걷다가 갑자기 동물학, 인류학의 장대한 백과사전 안에 들어와 있었다.

폴리네시아 호주 희귀동물. 프랑스 탐험가들이 놀란 오리너구리, 가시두더지가 전시 중이다.
▲ 폴리네시아 호주 희귀동물. 프랑스 탐험가들이 놀란 오리너구리, 가시두더지가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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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포유동물을 전시한 전시실에는 약 70종의 포유동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알을 낳는 포유류인 가시 두더지가 가장 인상적이다. 가시두더지의 등을 보면 등의 가시는 고슴도치인데 파충류처럼 알을 낳고 유대류처럼 배에 주머니가 있다. 알을 낳는 포유류인 멸종 위기종, 오리너구리는 오리 같은 주둥이에 포유류의 털을 가진 특이한 모습으로 함께 전시되어 있다. 북반구 포유류에서 갈라져 나온 남반구 포유류의 후손들을 보고 폴리네시아와 호주를 탐험하던 당시 프랑스인들은 엄청난 충격을 느꼈던 것 같다.

박물관 3층에는 이 박물관에서 가장 방문할 가치가 있는 귀중한 방이 있다. 나는 또 한 번 놀랐는데 이곳에 이집트에서 발굴한 유물들이 전시된 이집트관이 있는 것이다. 더욱 놀랍게도 이 작은 도시의 박물관에서 이집트학까지 연구하고 있었다. 주목할 만한 유물들로는 고대 이집트에서 발굴된 미라 관 3개였다. 나란히 배열돼 있었다. 1798년에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이 이집트를 침공했을 때 가져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들이다.

이집트관의 미라. 프랑스의 이집트 침공 당시 수집한 이집트의 미라들이 전시되어 있다.
▲ 이집트관의 미라. 프랑스의 이집트 침공 당시 수집한 이집트의 미라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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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집트관에 소장된 이집트 유물은 주로 상 이집트(Upper Egypt)의 테베(Thebes)에서 발견된 유물들이다. 이집트 22왕조인 기원전 약 900년의 미라, 그리고 이집트 역사 말기인 기원전 6세기의 26왕조 미라들이다. 이 미라들은 자신의 몸 사이즈에 딱 맞는 아름다운 판금의 관 안에서 꺼내어져서 붕대를 싼 채로 얼굴을 내놓고 있다. 이집트인들은 미라에 죽은 자의 영혼이 머문다고 믿었는데, 프랑스까지 잡혀온 이 미라의 영혼들은 어찌하란 말인가?

나는 아름다운 프랑스의 이 작은 도시에서 이집트 미라 컬렉션을 만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이 작은 박물관의 좁은 이집트관에 전시된 크고 작은 무덤 부장품과 화려한 미라 관 등의 유물만 5백점이나 되고 모두 진품이니 이곳에 진열된 이집트 유물만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져가도 이집트 유물기획전을 열 수 있을 정도이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침공이 3년 동안 이어졌으니 짧은 기간 동안 참으로 많은 것들을 약탈해온 것이다.

유럽의 코뿔소. 프랑스에서 발굴된 코뿔소 화석이 이해하기 쉽게 전시되어 있다.
▲ 유럽의 코뿔소. 프랑스에서 발굴된 코뿔소 화석이 이해하기 쉽게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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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물관 입구에 서 있던 코뿔소가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3층의 고생물학 전시실에 코뿔소의 화석이 가장 크게 전시되어 있었다. 코뿔소는 머리뼈와 다리뼈만 화석으로 남아 있지만 코뿔소의 남은 몸통이 전시관 벽면에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서 당시 코뿔소의 덩치가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만년 전에는 유럽 전역에 살았고 유럽의 추위를 견뎌내야 했던 이 유럽의 코뿔소들은 현재의 아프리카 코뿔소보다 덩치가 훨씬 컸던 종이었다. 자연에서 대적할 동물이 없었던 코뿔소들이었지만 아마도 인류에 의해 유럽에서 멸종 당했을 것이다.

매머드의 상아. 추운 빙하기를 살아간 매머드의 상아와 어금니가 전시되어 있다.
▲ 매머드의 상아. 추운 빙하기를 살아간 매머드의 상아와 어금니가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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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 전시실에는 알자스에서 발굴된 매머드의 어마어마한 상아가 함께 남아 있다. 풀을 갈아먹기 좋도록 이빨의 면이 빨래판처럼 생긴 매머드의 어금니 화석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온갖 전설 속에 나오는 매머드가 상아 하나 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아래에 축소 복원된 매머드의 형체를 보니 현대의 코끼리보다 어깨 부분이 높아 훨씬 위압감을 주는 덩치였을 것 같다. 매머드에 대한 설명을 보면 풀을 먹고 살았다고 하는데 이렇게 큰 덩치가 어떻게 풀만 먹고 그렇게 클 수 있었을지 신기하기만 하다.

중세시대 유럽에서 발견된 이 매머드의 상아와 척추 뼈 화석들은 당시 유럽인들에게 거인이나 성인의 뼈일 것이라고 생각되며 끝없는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이 박물관에 전시된 것과 같이, 꼬뿔소 몽통 뼈와 매머드의 상아를 결합하여 만들어진 유럽의 이야기가 바로 상상의 동물 유니콘(Unicorn)이다.

박물관 내부를 다 불러보고 나오는데 안내 데스크에 있던 할머니께서 나에게 다시 인사를 건넨다. 오랜만에 동양에서 온 관람객이 자신들의 자랑스런 박물관을 좀 더 알아줬으면 하는 눈치이다. 그 할머니 직원은 더듬거리는 영어로 이야기를 했다.

"아니, 왜 더 둘러보지 그래요? 3층 전시실에도 볼 유물들이 정말 많은데."
"정말, 훌륭한 박물관이네요. 전시물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더 있고 싶지만 아직 콜마르에 둘러볼 곳이 너무 많아서요."

알자스 비스킷 가게. 유명한 알자스의 쿠키와 비스킷을 파는 콜마르 맛집이다.
▲ 알자스 비스킷 가게. 유명한 알자스의 쿠키와 비스킷을 파는 콜마르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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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쉬움을 남긴 채 자연사 박물관 밖으로 나갔다. 길을 가려는데 박물관 바로 옆 한 가게 앞에 단체여행을 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그분들 사이에 끼어 가게 안을 들여다 보니 비스킷과 쿠키를 팔고 있었다. 콜마르를 포함한 알자스는 비스킷과 쿠키가 유명한 곳인데, 이 가게가 소위 콜마르에서 빠트리면 안 되는 유명 가게인 '알자스 비스킷 가게(Maison Alsacienne De Biscuiterie)'였다.

가게에서 일하는 아가씨는 오븐에서 방금 구운 비스킷과 쿠키를 계속 손님들에게 팔고 있었다. 가게의 선반에는 초콜릿 비스킷, 별 모양 비스킷, 잼을 넣은 비스킷들이 선물용으로 포장되어 팔리고 있었다. 나는 비스킷보다 비스킷을 포장하고 있는 철제 과자상자가 예뻐 보여서 비스킷 선물세트 한 개를 샀다. 비스킷은 크림이 들어있지 않아 감촉이 딱딱하고 바삭바삭했다. 비스킷은 알자스 전통 과자의 맛대로 단맛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알자스 비스킷. 맛이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알자스 전통과자의 맛이 난다.
▲ 알자스 비스킷. 맛이 고소하고 바삭바삭한 알자스 전통과자의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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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스 지방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즈음한 겨울에 비스킷을 먹는 풍습이 있어서인지 이 가게 옆에도 비스킷을 파는 가게들이 계속 나오면서 나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오늘 나는 오전부터 계획에 없던 훌륭한 박물관을 둘러보게 되면서 여행시간이 많이 걸렸고 알지 못했던 비스킷 가게를 만나 다시 계속 발걸음을 멈추고 있다.

나는 콜마르에서 얼마나 더 전진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오늘 계획했던 곳들을 다 둘러볼 수 있을까? 프랑스의 동화 같은 소도시에서 천천히 산책을 하려고 했던 내 여행계획은 무너지고 내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왜 이렇게 볼 곳이 많은지 괜히 화가 났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송고합니다.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여행기 약 520 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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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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