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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이란 이름은 특히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는 그리 낯선 이름이 아닙니다. 2003년부터 시민기자로 활동을 시작, 때로는 따뜻하게 또 때로는 예리하게 자신과 주변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점점 그 시선은 장애인, 외로운 노인, 결혼 이주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로 확장됐습니다. 그의 기사는 독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06년 <타임>은 올해의 인물 중 한 명으로 그를 지목하기도 했죠.

8일, 상암동 사옥에서 <오마이뉴스> 수습기자들이 김혜원 시민기자를 만났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란 철학에 아직 생소할 수 있는 수습기자들 눈에 김혜원 기자는 어떻게 비쳤을까요. 또 그들에게 오랫동안 활동한 이 시민기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을까요. 그 '소감'을 수습기자들이 기사로 풀어냈습니다. 김성욱·배지현·신민정·신지수, 이상 수습기자 4명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편집자말]
수습기자 교육 일주일째, 일상의 시선으로부터 정치성을 이끌어내는 시의적절함과 이웃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많은 공감을 일으켜온 김혜원 시민기자를 직접 만났다. 들어오자마자 "그간 거품이 낀 인터뷰 기사가 많이 나갔다"며 겸양을 표한 그녀와 이번에는 '거품' 없는 대화를 나누어 보기로 했다. 다음은 이전 인터뷰들에서 이미 다룬 내용과 거품이 함께 빠진 일문일답.

<오마이뉴스> 김혜원 시민기자.
 <오마이뉴스> 김혜원 시민기자.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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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쓴 기사를 보면 역시 이주노동자나 장애아 부모, 치매 진단 노인, 최근에는 저시력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시선이 돋보인다. 관심의 특별한 이유가 있나.
"기본적으로 자기 얘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얘기가 아닌 글은 금세 티가 나는 법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사 역시 그렇다. 어떤 기자들은 발달장애아 부모를 취재하면서도 발달장애가 뭐고 그 증상은 어떤지 일일이 물어보고 설명을 요구하는데, 이런 태도는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아니라고 본다. 그들을 되레 힘들게 하는 거니까. 나는 15년 동안 장애인 대상 봉사 활동을 했고, 최근에는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게 되었다. 자기가 직접 보고, 겪고, 만져본 사람의 글은 한 줄을 써도 다를 수밖에 없다."

-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언론의 시각에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언론은 그들의 이야기를 '팔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은 자꾸 '그림'을 만들려 한다. 언론에서 내 기사를 보고 취재 관련 연락을 해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살펴봐도 소위 '그림'이 될 만한 기사에 집중된 경우가 많았다. 그 '그림'을 위해 그들의 스토리는 더 짠해야 하고 팍팍한 삶 속 가족의 모습은 더 예뻐야 한다. 스토리 자체보다 보여지는 '그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를 쏙 빼먹는 언론을 당사자는 어떻게 보겠는가. 아무리 좋은 취지로 기획된 것이더라도 이들이 나중에 방송이나 기사를 보며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모르모트 PD를 좋아하는데, 오래전부터 장애인 문제에 관해 꾸준히 기사를 써온 그가 그들과의 관계를 아직까지도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것이 '신뢰'다. 소모성 콘텐츠로 확 터뜨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보도에 책임을 지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언론에 필요하다."

-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사를 써오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독거노인에 대해 집중적으로 취재할 때였다. 취재를 할 때마다 그들의 처연하고 초라한 사연에 매번 집에 돌아가는 마음이 무거웠었 기억이다. 한동안은 그 무거움 때문에 글을 아예 못 쓴 적도 있다. 너무 깊이 알면, 글 못 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펜을 잡은 이유는.
"그것도 병이다(웃음). 글 쓰는 사람의 병. 글 쓰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는 것 같은, 그 빚진 기분. 그 '빚' 때문이다."

- '빚'이란 말에 공감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기자로서 김혜원은 왜 글을 쓰는가.
"세상에 소리를 내고 싶고, 하고 싶은 말은 잔뜩 있는데 그 방법과 길이 마땅치 않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는 다만 그들의 소리와 말을 전달하고 싶을 뿐이다. 그게 아마 시민기자로서의 내 정체성이 아닐까 한다."

아직 입사 일주일 차, 언론인이라 하기도 뭣하지만 언론에 대한 그녀의 날 선 비판은 뼈아팠다. 그리고 공감했다. 우리는 여기서 되물어야 한다. '그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으면서 실은 '그들'을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 그들을 소비하고만 있었던 건 아닌지. 혹시 이 소리가 너무 뻔한가? 그럼 더 문제다. 그건 이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였다는 자백이 되고 마는 거니까.



태그:#김혜원씨, #시민기자, #언론, #사회적 약자, #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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