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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고 황량한 현대인의 삶 속 단비 같은 여가활동으로 게임 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 등 거대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이 성황리에 이용되고 있는 만큼, 한국 모바일 게임 제작의 수준은 가히 세계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받는 유저들과는 다르게, 개발하는 개발진들은 그 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조기퇴근 및 정시퇴근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야근은 기본인 삶을 당연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그들이다. 최근엔 게임회사 넷마블의 게임개발자가 돌연사하는 등, 그들의 노동환경이 문제점으로 드러난 상황에 이르렀다.

9일 국회의원회관 제3 간담회실에서는, 이정미 국회의원과 '노동자의미래' 주최로 게임산업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과제를 분석하는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넷마블 사태 이외에도 꾸준히 문제 제기 된 IT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문제를 풀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IT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끌어 내었다.
▲ 정의당 소속 이정미 의원 IT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끌어 내었다.
ⓒ 서원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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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이후로 50년간 우리는 무엇을 했나... 비판과 반성의 시간 가져

'1970년대 산업발전 방식으로 2010년 4차 산업을 이끌려 하는 구닥다리 정책'이라 비판한 이정미 의원은, 게임산업의 거시적인 발전을 위해 이번 간담회가 좋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덧붙여 다시는 IT 노동자들이 이러한 일로 고통받지 말았으면 한다는 희망적인 바람도 전했다.

노동자의 대부분은 20대와 30대로 이루어진 청년들이었다. 한국노동 안전보건연구소 소속의 최민 위원은 '20대와 30대의 열정을 바쳐 일구어낸 결과물이 고작 이것'이라며, 40대 노동자의 비율이 적은 것은 생업으로 하기 까다로울 정도의 노동 환경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 직장에서 5년 이상 근무하는 경력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며, 해고하기 쉽게 만든 정부의 정책이 IT업계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남겼다.

이외에도, 36시간이 넘어가는 최장연속근무시간과 살인적인 퇴근 시간 등 작업환경의 열약함을 제일 큰 문제로 꼬집었다. 비록 중간에 휴식과 취침을 취하긴 하겠지만, 최장연속근무시간이 36시간을 넘긴다는 것은 그 시간 동안 회사에 있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10시는 조기퇴근, 12시는 정시퇴근, 새벽 2시는 되어야 야근'이라는 업계의 말을 전하며,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있는지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휴식과 권리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 IT노동자 노동환경을 설명하는 최민 전문의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휴식과 권리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 서원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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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측이 노동자들의 돌연사에 대해서 '주말근무와 야간근무'를 없애는 데 일조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업계는 대부분 그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히려 '주말에 재택근무를 하라는 소리냐'라고 반문하는 상황인 만큼, 지금 당장 주말근무와 야간근무를 없앤다고 총체적인 문제가 없어질 것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임시방편책이 될 것이 뻔하며, 흐지부지될 확률이 높을 것이라 전했다.

대부분의 사업체에서 노동자의 근로기록은 열람할 수 없다. 실제로 36%밖에 안 되는 비율의 노동자가 자신의 근로 기록을 열람할 수 있었다고 밝힌 만큼, 산업재해 보상 등의 이유 등의 이유로 노동자들에 대한 모든 기록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사용자 측에 촉구하였다.

수당 측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IT업계는 고액 연봉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에 비해,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연봉 3600만 원 미만의 박봉을 받고 있었다. 심지어 최저임금도 되지 못하는 임금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비율이 13.5%나 될 정도로 이 문제는 예상외로 심각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최장근무시간을 규제하는 법안과 사업장에 대한 평가가 절실하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아무것도 노동자들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누가 회사를 위해 일할 것인가 하는 반문도 제기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에 강력하게 연계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넷마블 등의 사업소에 대해 사업소 적합성과 역학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청했다. 매년 발간되는 게임백서에 금전적인 부분과 관련된 것 이외에도, 현재 노동자들의 실태 기술도 주장하였다.

'40대 노동자들이 늘어나지 않는 것은 생업으로 하기 힘든 일이라는 것에 대한 반증에 동의한다'로 말을 시작한 박준도 노동자의미래 정책기획팀장은, 꾸준히 근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전했다. 100인 미만 사업소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IT업계가 날이 갈수록 하청화가 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하기도 하였다.

'해고 관련 문의가 절반을 이룬다'며, 작업 환경도 좋지 않을뿐더러 쉽게 근로자를 정리하는 문제도 빈번하다. 업계에서는 이미 자신을 소모품으로 인식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대와 30대의 청춘을 바쳐 아무것도 일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서 고용노동부 관악지청 송범식 근로개선 1과장은 '관악지청에서 독자적으로 큰 개선을 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이곳에서 언급된 현장의 목소리를 본부에 충실히 전달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히려 급한 불부터 끄고자 하는 고용노동부의 핑곗거리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일며, 일순간 청문회장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하였다.

현재로서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말을 남겼다.
▲ 시정 약속을 하는 송범식 근로개선1과장 현재로서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말을 남겼다.
ⓒ 서원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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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을 IT업계에서 17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소개한 박상규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 대의원은, 여기서 언급된 노동자들의 실태가 가감 없는 그대로임을 밝히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다분히 이번 넷마블 사태로 조명되는 넷마블만의 문제가 아닌, 여느 대기업부터 시작한 중소기업 모두의 문제라며,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대기업 독점과 하청화가 해소되지 않으면 이번 사태는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를 남겼다.

1970년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이후 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대한민국 노동계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근로계약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 측의 강압은 없었는지 등의 고용노동부 주최의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게임 시장에도 본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게임개발자연대의 김환민 사무국장은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 이 사달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넷마블과 같은 경우 300개 이상의 게임과 계약해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만큼, 중견기업이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신규 게임을 육성할 수 없는 현실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경험자로서 현재 IT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17년 경력 소프트웨어 노동자인 박상규 대의원 경험자로서 현재 IT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서원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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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를 예시로 들며,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이라는 이름 아래 시행된 정책이지만 게임업계에서는 이를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대기업은 이 규제를 지킬 능력이 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능력이 안 된다며 정부의 탁상행정식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IT업계에 민주화가 불지 않고 노동자를 부품화하는 관행이 계속된다면, 이번의 돌연사와 같은 불상사는 언제든 계속될 수 있다는 경고를 아끼지 않았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책임 전가 역시 해결되어야 할 가장 큰 숙제로 보았다.

산업화 당시의 구로공단은 현재의 구로디지털단지로 변화된 지 오래다. 판교 등의 대규모 IT 단지들도 대다수 들어선 만큼 우리 사회는 곧 4차 산업의 시작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아직도, 한국의 IT산업은 2차 산업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2차 산업식의 공장형 IT산업이 계속된다면 한국의 4차산업은 껍데기만 남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정미 의원 역시 '작년 이랜드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국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관리감독하고, 법제화시키겠다'라고 방청객 앞에서 약속하였다. 4차산업이 코앞으로 다가온 현재, 한국의 IT산업의 열악성이 문제화된 지금,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느냐가 앞으로의 발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태그:#넷마블, #이정미, #IT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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