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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에서 급발진 추정 사고를 낸 현대차 싼타페의 찌그러진 모습
▲ 현대차 싼타페 갓바위에서 급발진 추정 사고를 낸 현대차 싼타페의 찌그러진 모습
ⓒ 더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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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마터면 사랑하는 아내를 죽일 뻔한 나는 무슨 죄를 지었는가?
 
사고로 아내는 병원에 입원하고 나는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처음에는 사고 충격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을까?' 궁금해졌다.
 
내가 사는 경북 영천과 포항의 현대차 서비스센터를 찾아갔다. 하지만 거기서 만난 직원들은 답답한 소리만 해댔다.

"브레이크가 아니라 가속페달을 밟아 놓고 착각하는 거 아니냐.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것은 차량 센서의 충돌각이 맞지 않아서 그렇다. 에어백이 잘못 터지면 오히려 탑승자가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다행인 줄 알아라)."

처참하게 부서진 싼타페와 SM5
▲ 싼타페와 SM5 처참하게 부서진 싼타페와 SM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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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런 비상식적인 말만 늘어놓을 수 있을까. 내가 발이 3개도 아닌데 풋브레이크(왼쪽발)와 브레이크, 가속 페달 등 3개를 동시에 밟을 수 있나? 자동차 회사에 다닌다는 사람들이 세상에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지, 그 말을 듣는데 너무 억울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여기서 아무리 떠들어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1월 9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를 찾아갔다. 그러나 입구에서부터 사람을 거지 취급한다. 마치 내가 돈이라도 뜯으러 온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작은 전자제품도 고장이 나면 상세한 설명과 함께 고치거나 교환해준다. 하물며 자기들이 만든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가 원인 모를 사고로 부서지고 사람까지 크게 다쳤는데, 자기들과는 관계가 없으니 나가란다. 다른 직원들 보면 안 된다면서.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전경
▲ 현대차그룹 사옥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전경
ⓒ 조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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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운 겨울날 밖에 30분 넘게 세워놓고 아무도 응대해주질 않는다. 이런 대접은 태어나서 처음 받아본다. 순간 현대차 양재동 본사 옥상에서 뛰어내려 내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하게 항의를 하니까 결국 어떤 직원이 와서 기막힌 소리만 늘어놓는다.
 
"국과수에 의뢰를 하든지, 법대로 하든지 마음대로 해라. 집에 가서 치료나 잘 받아라.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당신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돌아가라."

그 이상의 답변은 없었다. 춥고 몸도 아프고 더 버텨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바보처럼 그냥 영천으로 내려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분노와 함께 서글픔이 몰려왔다. 내가 차라도 끌고 왔으면 그대로 현대차 정문에 돌진했을까?

현대차로부터 받은 싼타페 EDR(Event Data Recorder)
▲ 싼타페 EDR 현대차로부터 받은 싼타페 EDR(Event Data Reco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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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일 현대차에 요청해서 EDR(Event Data Recorder) 자료를 받았다. 법을 찾아보니 소비자가 원하면 주게 돼 있다.
 
EDR 자료를 꼼꼼히 살펴봤다. 주요 내용은 ⓵계속 브레이크를 밟았으며 ⓶엔진회전수(rpm) 2700 이상 ⓷스로틀밸브 100% 열림 ⓸가속페달 변위량 99% ⓹제동페달 작동여부 ON ⓺ABS 작동여부 OFF ⓻ESC(전자식 주행 안정화 컨트롤) 미작동 ⓼최고속도 19km/h 등이다.

하지만 어떻게 출발할 때부터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스로틀밸브가 100% 열릴 수 있으며,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는데 차가 서지 않을 수 있으며, 차가 폐차될 정도의 추돌에도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특히 차 3대를 폐차할 정도로 큰 사고인데 최고속도가 19km/h로 기록됐다는 것도 납득되지 않았다. 아무리 곱씹어서 읽어봐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현대차로부터 받은 싼타페의 엔진회전수 기록 EDR
▲ EDR 자료 현대차로부터 받은 싼타페의 엔진회전수 기록 E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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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우리를 구해준 목격자 3명의 얘기를 들어보면 내 차는 출발과 동시에 '웽~~' 하는 굉음과 함께 급한 내리막길에서 전속력으로 달렸다. 첫 번째 차와 부딪히는 소리가 너무 컸고, 튕겨져 나와 두 번째 큰 소나무에 부딪히는 순간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다 죽었겠구나 생각할 정도로 심각했단다. 그들은 나중에 경찰에 가서 증인 진술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맙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2월3일 현재) 현대차에서는 아무 말도 없고 오로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내 차는 지금 대구에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있다.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해달라고 의뢰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급발진이 인정받은 사례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EDR_엔진 스로틀 밸브 열림량
▲ 싼타페 EDR EDR_엔진 스로틀 밸브 열림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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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도 이를 믿고 큰 소리를 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해볼 수 있는 한 끝까지 한번 가볼 생각이다. 큰 회사를 상대로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당장은 잘 모르겠다. 겁도 난다.

그래도 일단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급발진 신고부터 했다. 2월에 국회에서 박용진 국회의원이 급발진 관련 공청회를 연다고 해서 거기에 참석해 내 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부산의 싼타페 급발진 사고자 등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모아 공동소송도 생각하고 있다. 만약 이게 어려우면 단독소송이나 국민 참여재판도 청구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먼저 할 일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현대차는 절대 타지 말라고 권하는 것이다. 집에 있는 현대차도 다 팔아버릴 생각이다. 지난 23년간 내 자신이 현대차 예찬론자였다는 게 한심하다.  
갓바위 입구 계곡의 큰 소나무를 들이 받고 멈춰선 싼타페
▲ 싼타페 갓바위 입구 계곡의 큰 소나무를 들이 받고 멈춰선 싼타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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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현대차 직원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당신들도 급발진 사고를 당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사고를 무조건 운전자 과실로 떠넘기거나 덮으려고만 하지 말고, 제발 원인을 좀 찾아봐라. 만약 당신들의 가족이 이렇게 죽기라도 한다면 그 심정이 어떻겠는가?"

(이 기사는 사고 당시와 그 이후를 당사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작성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더드라이브(www.thedriv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싼타페, #현대차, #급발진, #갓바위, #싼타페 급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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