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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학년 개인달리기'에서 모두가 1등이었던 6학년3반 학생들

(김도형, 최여준, 김도현, 김태원,김효성)
 
2016년 5월 4일 부산 기장군 달산초등학교에서 개인 달리기를 하던 중 2등으로 뛰던 학생이 넘어지자 뒤따라 달리던 학생이 멈춰 서서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 세웠다. 곧이어 1등으로 달리던 학생과 뒤따르던 학생 2명도 넘어진 친구에게 갔다. 5명의 친구들은 넘어진 학생을 부축하며 결승점을 통과했다.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 '6학년 개인달리기'에서 모두가 1등이었던 6학년3반 학생들 (김도형, 최여준, 김도현, 김태원,김효성) 2016년 5월 4일 부산 기장군 달산초등학교에서 개인 달리기를 하던 중 2등으로 뛰던 학생이 넘어지자 뒤따라 달리던 학생이 멈춰 서서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 세웠다. 곧이어 1등으로 달리던 학생과 뒤따르던 학생 2명도 넘어진 친구에게 갔다. 5명의 친구들은 넘어진 학생을 부축하며 결승점을 통과했다.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 달산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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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면서 여러가지 갖는 고민 중 하나가 '왕따' 문제이다. 특히 친구들에 비해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진 아이의 부모라면 그 고민은 더욱 클 것이다. 우리 부부가 그렇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은 경계성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 부부는 시각장애인이고, 우리는 일본에 살고 있다. 딸 친구들 입장에서 보자면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고, 엄마 아빠가 시각장애인이며, 외국인 친구인 것이다. 왕따 하기 좋은 3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실제 딸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작은 왕따 사건이 있었다. 딸 아이는 지원학급과 일반 학교를 오가며 수업을 한다. 국어나 산수 등 다른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기 어려운 과목은 장애학급(지원학급)에서, 그리고 사회나 생활 같은 과목은 일반 학급에서 공부를 한다. 일본은 하교시 방향이 같은 아이들을 묶어 함께 하교하는 집단 하교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 딸이 하교를 할 때 일반학급의 몇몇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우르르 자기들끼리만 뛰어가고 해서 달리기가 늦은 아이가 따라가기 힘들었다. 며칠 지속되니 속이 상한듯 했다.

"아빠 난 친구들이 좋은데 친구들이 날 안 좋아해."

딸 아이의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머리를 끙끙거려 보았다. 특수교육분야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전문가인 아내도 딸 아이 문제에는 답이 없었다.

그런데 의외로 간단히 해결되었다.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난 후였다. 친구들에게 설명을 하니 모두가 같이 하교를 하기로 하면서 서로 간에 사이도 좋아진 것이다.

이런 일은 또 있었다. 딸과 아들은 주말에 뮤지컬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가 아이들을 모아서 3-4개월 같이 연습하며 3월에 공연을 하는 프로그램에 우리 아이들을 참여시킨 것이다. 문제는 딸 아이라고 생각했다.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아주 좋아하지만 동작도 엉거주춤 하고 노래 가사도 잘 외우지 못한다. 그럼에도 제 나름대로 열심히 뮤지컬 연습에 참여하고 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이라 참여는 하면서도 다른 아이들에게 혹시라도 피해라도 주면 어찌할까 하는 조바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일요일 연습 때였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늘 한 박자 늦은 딸아이를 선생님이 지적했다.

"또 늦었네. 늘 한 박자 늦잖아. 다른 아이들과 맞춰보도록 다시 해보자. "

이때 아이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저 친구는 원래 조금 느리니까 그냥 우리 모두가 한 박자 느리게 하면 돼요. 그럼 모두 맞잖아요."

실제 아이들은 딸 아이를 위해 한 박자 느리게 춤을 추었고 모두가 같은 동작으로 연습을 마칠 수 있었다.

운동회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아이들이 참가하는 릴레이 게임이 있었다. 타원형의 코스를 한사람이 반바퀴씩 돌아 다른 친구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릴레이였는데 달리기가 늦은 우리 딸이 문제였다.

친구들은 우리 딸을 위해 특별한 게임 룰을 만들었다. 우리 딸만은 타원을 돌아달리는 것이 아니고 지름으로 달리게 하는 묘안이었다. 그렇게 딸의 거리를 줄여주니 대강 다른 친구들과 비슷하게 달릴 수 있었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방법으로 나름의 룰을 만든 것이다.

딸 아이의 사례를 경험하면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 딸아이를 한국에서 키운다면?"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 자신이 없다. 과연 지금처럼 친구들이 딸을 위해 한 박자씩 늦춰 줄까? 오히려 다른 친구 엄마들이 우리 딸과 함께 뮤지컬 연습을 할 수 없다며 항의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발달 장애 교육전문가인 김성남 박사((주)쌤스토리 대표이사)는 장애와 비장애 상관없이 현재 경쟁 위주의 교육과 사회 환경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경쟁 교육이 문제입니다. 엄마들이 자기 아이들에게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많이 시키려고 하는 게 문제죠. 그렇게 되다 보니 발달장애를 가진 친구나 자신보다 조금 늦거나 모자란 친구를 무시하는 일이 벌어지죠. 그런데 사실은 조금 느리게 한다는 것, 즉 발달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보조를 맞춘다는 것은 단지 장애를 가진 아이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지요. 내 아이를 위해 빠름이 아니라 느림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서 빨리 단독으로 달리는 것보다 모두가 함께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이겠죠."

딸과 친구들이 뮤지컬 연습에서 보여준 것은 작은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어쩌면 사회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3월에 공연될 조금 느린 특별한 뮤지컬을 기대해본다.


태그:#장애, #왕따, #발달장애, #행복,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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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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